<킹메이커>

영화는 선거를 좋아한다.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는 뜻이다.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도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대통령 선거를 다룬다. 선거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 가운데 <킹메이커>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 5편을 소개한다.


<킹메이커>

<킹메이커>

조지 클루니가 주연과 연출을 겸한 <킹메이커>는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와 유사한 서사 구조를 가진다. <킹메이커>에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는 정치인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 주지사와 그를 보좌하는 선거전략가 스티븐 마이어스(라이언 고슬링)가 등장한다. 한국 영화 <킹메이커> 역시 대선 후보가 되려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그림자로 불리는 선거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두 영화의 제목이 같아졌다. <킹메이커>의 원래 제목 ‘디 아이디즈 오브 마치’(The Ides Of March)는 국내 관객에게 즉각적인 의미 전달이 어려웠기 때문인지 지금의 제목으로 소개됐다. 원제는 3월 15일에 해당하는 고대 로마의 날짜를 뜻한다. 이 날짜가 영미권에서 왜 유명해졌는지, 왜 이 영화의 제목으로 쓰였는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제목 자체가 어쩌면 스포일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구도와 함께 두 영화의 비슷한 점을 꼽자면 소위 ‘명품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킹메이커> 대 <킹메이커> 연기 대결을 붙여도 좋을 듯하다.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에 맞서는 배우들은 조지 클루니, 라이언 고슬링,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폴 지아마티다.


<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는 선거를 소재로 하고 있으나 다른 영화와 다른 색깔을 지닌 영화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아내 연홍(손예진)이 영화에 등장한다. 선거를 보름 앞둔 상황, 두 사람의 딸(신지훈)이 실종된다. 종찬은 딸의 실종보다 선거에 집중하려 하고 연홍은 선거보다는 딸의 행방에 집중한다. 이때부터 <비밀은 없다>는 기존 선거 영화의 틀에서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든다. 종찬보다는 연홍의 서사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연홍은 경찰서로, 학교로 딸의 흔적을 쫓으며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경미 감독은 연홍을 내세운 영화의 중후반부터 자신의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연홍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낯선 편집과 리듬의 미장센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이경미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를 아는 관객이라면 <비밀의 없다>가 만들어내는 생경한 이미지와 촬영, 미술, 음악 등의 매끈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흐름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경미 감독의 스타일을 모르더라도 손예진의 뛰어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비밀은 없다>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킹메이커>가 정통파 선거 영화라면 <비밀은 없다>는 비정통파, 이단의 선거 영화다. 당연히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만약 <비밀은 없다>가 마음에 들었다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갈증>도 함께 보길 권한다.


<스윙 보트>

<스윙 보트>

제목의 의미부터 알아보자. 스윙 보트(Swing Vote)는 국내에서 보통 부동표(浮動票)라는 용어로 번역해서 사용된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표를 뜻한다. <스윙 보트>는 이 부동표, 단 한 사람의 투표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케빈 코스트너가 결정적 한 표를 가진 뉴멕시코주의 작은 도시 텍시코에 사는 버드 존슨을 연기했다. 이 황당한 설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고? 어려울 거 없다. 웃을 준비만 하면 된다. <스윙 보트>는 미국 대선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다. 좌충우돌 코미디 <스윙 보트>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단 한 표, 당신의 한 표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스윙보트>는 선거 전략, 캠페인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정치인들은 당신의 단 한 표를 얻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별다른 직업도 없는 싱글대디 존슨의 유일한 취미가 낚시라는 점을 주목해 공화당은 도시 개발 계획 대신 강을 살리는 친환경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는 식이다. 참고로 보통 친환경 정책은 보수적인 미국 공화당이 아닌 진보 성향의 민주당이 채택하는 정책이다. <스윙보트>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선거의 본질은 <킹메이커>에도 존재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전략가 서창대를 반대하는 김운범 캠프의 보좌관이 존재한다. 그들은 대의와 명분을 중시한다. 반면 서창대는 권모술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별시민>

<특별시민>

<특별시민>은 선거 캠페인 그 자체를 담은 영화다. 서울시장 3선을 노리는 노련한 정치인 변종구(최민식)를 중심으로 속내를 파악하기 힘든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와 선거판에 뛰어든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 등이 속한 선거 캠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분명 <킹메이커>와는 다른 지점이다. <킹메이커>는 정치인과 전략가의 관계를 묘사하는 데 매진한다. 그렇기에 <킹메이커>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 이은 또 다른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라고 한 설경구의 말이 이해가 된다. 이에 반해 <특별시민>은 선거판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세밀히 묘사하는 영화라고 봐야 더 적확할 것이다. 최민식이라는 대배우와 관록의 곽도원, 탄탄한 연기력의 심은경을 비롯해 변종구의 상대 후보 양진주로 등장하는 라미란, 정치부 기자 정제이를 연기한 문소리 등이 만들어낸 캐릭터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특별시민>은 정치권과 언론의 관계, 대중을 향한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 후보 TV 토론, 대중 연설, 상대를 비판하는 각종 네거티브 전략 등 정치와 선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망라돼 있는 영화다. 그러니 <특별시민>이 선거 캠페인 그 자체를 담은 영화, 선거 캠프가 주인공인 영화라는 말이 가능하다.


<프라이머리 컬러스>

<프라이머리 컬러스>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성조기 이미지로 영화가 시작된다. 성조기를 비추던 카메라가 천천히 아래로 향하고 곧이어 줄지어 있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는 클로즈업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악수를 나누는 방식에 따라 상대를 어떻게 여기는지를 알려주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이윽고 카메라가 악수를 나누던 남자를 비춘다. 주지사 잭 스탠튼(존 트라볼타)이다. 그는 막 캠프에 합류한 순진한 흑인 보좌관 헨리(애드리언 레스터)와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눴다.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특별시민>이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영화다. 미국의 선거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선거의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다. <특별시민>에서 심은경이 연기한 박경이라는 신입의 눈으로 선거판을 보듯 <프라이머리 컬러스>도 헨리의 눈이 관객의 가이드가 된다. 한편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킹메이커>와도 교집합을 만들어낸다. 미국 대선에 뛰어든 <프라이머리 컬러스>의 주인공 잭 스탠튼과 그의 아내 수잔 스탠튼(엠마 톰슨)은 <킹메이커>의 경우처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희끗희끗한 은발의 근사한 미소를 선보이는 스탠튼의 외모에서 미국 대통령을 지낸 어떤 인물이 생각나는가? 섹스 스캔들이라는 힌트를 더하면 빌 클린턴이라는 이름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의 첫 대선 도전기를 생생하게 담은 풍자극이다. 원작 소설은 작자미상으로 출간됐지만 이후 1992년 클린턴의 대선 캠페인을 취재한 ‘뉴스위크’의 기자 조 클라인이 저자라는 게 밝혀졌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