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소피는 수영 부부와 함께 인왕산에 간다. 셋은 집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보곤 했던 그곳에 올라 이번에는 시선을 반대로 겨눈다. 방금까지 머물렀던 집이 점처럼 모습을 드러내자, 세 사람은 같은 쪽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감탄한다. 그때 <소피의 세계>는 관계에 관한 자그마한 진실을 가리킨다. 동시에 존재하지만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집과 산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거리는 필연적이다. 한 세상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이따금 위치를 달리해야 하며, 산꼭대기에서 조망하듯 바라볼 때 비로소 애틋해지는 마음도 있다. 헤어짐을 앞둔 소피와 수영, 종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을 찍는다. 고맙다는 간결한 말에 진심을 담으며 상대에게 미소 지어 보인다. 서로 다른 마음은, 그들 간의 거리는 그렇게 잠시나마 좁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