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페이즈 4에 속하는 디즈니+의 마블 드라마 시리즈의 최신작 <미즈 마블>이 공개됐다. <호크아이>의 케이트 비숍,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아메리카 차베즈에 이은 또 하나의 명랑소녀 캐릭터인 카말라 칸이 바로 <미즈 마블>의 주인공이다. 카말라는 앞으로 캡틴 마블과 함께 영화 <마블스>에서도 등장이 예고되어 있기에, 앞의 두 히어로 소녀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블 코믹스에 등장한지 벌써 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생소한 면이 많은 카말라 칸. 즉 미즈 마블이 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 5가지 이유로 알아보자.


1. 미즈 마블의 유산

캡틴 마블과 미즈 마블

‘미즈 마블’이라는 이름은 원래 캐럴 댄버스가 2012년 ‘캡틴 마블;이 되기 전까지, 1977년부터 30년이 넘게 사용한 이름이었다. ‘미스’가 아닌 ‘미즈’를 사용한 것은, 여성의 결혼 여부를 표시하지 않는 현상이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당시 대중문화에서는 거의 처음 있는 일로, 어벤저스에서 가장 강력하고 주체적인 여성 멤버가 될 것임을 이름을 통해 나타낸 셈이다.

캐럴 외에도 미즈 마블이었던 인물은 많다. ‘쉬씽’으로 알려진 샤론 벤투라나 ‘문스톤’으로 활동하는 빌런 칼라 소펜이 한때 미즈 마블의 이름을 사용했으며, 크리 제국에서 온 닥터 미네르바나 울트라걸도 미즈 마블의 코스튬을 입었었다. 이제 카말라 칸이 새로운 미즈 마블이 된 것인데, 겉으로는 캐럴 댄버스와 아무런 접점이 없음에도 미즈 마블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의외다. (카말라가 평소 캐럴의 열성 팬인 것과는 별개로) 굳이 두 사람의 연관성을 찾자면, 카말라는 인휴먼 유전자를 가졌고, 인휴먼은 크리에서 만든 것이니까 크리의 핏줄을 가진 캐럴(어머니가 크리인)과 카말라의 사이엔 아주 작은 연결점이 있긴 하다.


2. 카말라의 능력

평범한 소녀가 슈퍼파워를 얻게 된 이유는, 크리 제국이 진화시킨 인휴먼이라는 종족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설정 덕분이다. 마블 코믹스가 인휴먼 종족을 띄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그들의 수를 늘렸는데, 그중 가장 성공한 캐릭터가 카말라 칸이다. 그의 능력은 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를 변형시키는 것으로, 몸을 길게 늘이거나 거대화할 수 있으며 다른 형태로 변신할 수도 있다. 카말라는 갑자기 생긴 초능력을 통제하기 위해 인휴먼에게 훈련받기도 했다. 그런데 <인휴먼즈> 드라마의 실패로 인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카말라를 인휴먼으로 묘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현재 공개된 <미즈 마블> 트레일러를 보면, 원작과 다르게 카말라의 주먹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팔찌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팔찌는 어디에서 난 것인지가 꽤 중요해질 듯하다. 과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카말라는 어떤 방법으로 슈퍼파워를 얻게 될까?


3. 정체성의 충돌

설정상 파키스탄계 미국인이 주인공이기에, 이슬람 교리를 따르는 묘사가 많다. 카말라 칸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한 사나 아마낫과 G. 윌로우 윌슨은 같은 여성이자 이슬람 신자의 관점에서 카말라의 고민을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다루었다. 카말라는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지만, 미국에서 자란 젊은이답게 자유롭고 활발한 여성의 활동을 꿈꾼다. 특히 슈퍼히어로가 된 후에 카말라의 고충은 더욱 커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 친구의 문제를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애쓴다. 고등학생이 갑자기 초능력을 생긴 뒤, 정체를 숨기며 사람을 돕는다는 설정은 스파이더맨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코믹스 [미즈 마블] 시리즈는 스파이더맨이 보여줬던 성장사를 새로운 시대에 맞춰 그리려고 했다는 점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4. 또 다른 이슬람 히어로들과 함께

미즈 마블과 애뮬릿

카말라 주변 인물 중에는 ‘애뮬릿’이나 ‘레드 대거’ 같은 또 다른 이슬람 신자인 히어로도 있다. 파디 파들랄라라는 본명을 가진 애뮬릿은 집안 대대로 세계에 퍼진 저주받은 유물과 그것에 붙은 몬스터를 처치하는 마법 사용자이다. 레드 대거는 단검의 명수로, 실제 정체는 카말라 집안의 친구이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온 카림이다. 카림은 드라마 <미즈 마블>에서도 만날 수 있다. 챔피언스 팀에서는 모래로 변신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뮤턴트인 ‘더스트’가 카말라와 함께한다.


5. 아시안 히어로 팀 활동

프로텍터즈

그동안 아시아계 히어로들이 한국, 일본, 중국처럼 주로 동아시아 출신인 것에 반해, 카말라 칸은 서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슬람교도 히어로라는 특징과 마블 코믹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카말라는 첫 등장과 동시에 많은 활약을 펼쳤다. 캡틴 마블, 울버린, 스파이더맨과 같은 1급 히어로를 만나 협력했으며, 어벤저스를 시작으로, 챔피언스, 인휴먼 워리어즈 등등의 팀 활동도 펼쳤다. 특히 아시아인 혹은 아시아계의 정체성을 살린 팀 활동이 눈에 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한 골수 기증 행사에서 만난 한국계 아마데우스 조와 실크, 제이크 오, 중국계인 지미 우, 샹치와 함께 즉흥적으로 ‘프로텍터즈’라는 이름의 팀을 결성했다.

이 팀이 재미있는 것은 구성원의 사연 중 부모의 기대로 인한 압박감이나 노래방 문화 등 아시아인 독자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렉 팍이 스토리를 쓴 덕분에 가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인기에 탄력 받은 그렉 팍은 아스가르드의 아홉 왕국이 지구를 침공했을 때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의 아시아 팀이 만들어지는 내용을 썼다. 이 팀의 멤버로는 미즈 마블과 아마데우스 조, 실크, 샹치에 더해, 한국의 화이트 폭스, 루나 스노우, 크레센트와 이오, 중국의 에어로, 소드 마스터, 일본의 프로텍터, 필리핀의 웨이브, 인도의 자이언트맨이 있다. 미즈 마블은 미국에 있느라 자주 참가하진 못하지만,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의 아시아 팀은 무스펠헤임이나 아틀란티스 왕국의 위협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에그테일 에디터 /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