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라그나로크>의 돌로 된 전사 코르그, <조조 래빗>의 상상 속 친구 히틀러,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 영화 <프리 가이>의 악역 등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들 캐릭터는 모두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연기한 배역들이다. 이중 <토르: 라그나로크>, <조조 래빗>은 타이카 와이티티가 연출도 맡고 출연도 한 작품이다. 오는 6일 개봉을 앞둔 <토르: 러브 앤 썬더> 역시 타이카 와이티티가 감독이자 배우로 참여했다. 특유의 위트와 개성 넘치는 연출과 연기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의 출연작을 모았다. 아래 작품들은 디즈니+에서 서비스 중이다.


<조조 래빗>(2019)

사랑스러운 전쟁 영화 <조조 래빗>은 타이카 와이티티가 감독, 각색, 연기까지 참여한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주인공으로,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소설 <갇힌 하늘>(Caging Skies)이 원작이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조조 래빗>을 통해 탁월한 스토리텔링 실력으로 찬사를 받으며 제92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조조의 상상 속 친구 히틀러를 연기했다.

실제로 타이카 와이티티는 폴리네시아계 유대인 혼혈인이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히틀러 역을 맡은 것에 대해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이 히틀러 역을 맡는 것만큼 히틀러를 모욕하는 일이 또 있을까”라고 말하며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인다. 또한 타이카 와이티티는 히틀러를 “망할 놈”이라고 욕하면서 그에 대한 연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이 때문인지 <조조 래빗> 속 히틀러는 타이카 와이티티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로 탄생했다.


<프리 가이>(2021)

타이카 와이티티는 <조조 래빗> 이후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을 통해 배우로서 활동에 더 집중한다. <프리 가이>도 그 시점의 영화 중 하나다. <프리 가이>는 자신이 게임 속 배경 캐릭터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은행원 가이(라이언 레이놀즈)가 곧 파괴될 운명에 처한 ‘프리시티’를 구하기 위해 히어로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프리시티를 파괴하려는 게임 회사의 대표 앙투안 역을 맡으며 타이카표 갑질을 연기한다. 앙투안은 돈 밖에 모르는 얄미운 악당이지만 타이카 와이티티의 특유의 에너지가 더해져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가이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미 <그린 랜턴>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프리 가이>의 홍보 영상에서 밀리 역의 조디 코머가 <그린 랜턴>을 언급하자 두 배우는 시치미 뚝 떼고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거라고 우기며 화제가 되었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그린 랜턴>의 톰 칼마쿠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토르: 라그나로크>(2017),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우정과 의리의 검투사 코르그는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처음 등장했다. 죽음의 여신 헬라를 피해 사카아르 행성으로 떨어진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그랜드 마스터의 노예 검투사 코르그를 만난다. 온몸이 돌로 된 코르그는 괴력을 가진 캐릭터인 동시에 영화의 개그를 담당한다. 발키리 역의 테사 톰슨은 타이카 와이티티를 두고 “덩치만 큰 애 같다”고 표현하며, 코르그 캐릭터와 타이카 와이티티의 싱크로율을 뒷받침하기도. 코르그는 토르와 환상적인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토르의 여정에 함께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폐인이 된 토르의 룸메이트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타이카 와이티티의 사심일까.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코르그의 분량은 더 많아졌다. 코르그는 토르와 마이티 토르(나탈리 포트만), 발키리와 팀을 이뤄, 신 도살자 고르(크리스찬 베일)에 맞선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전편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모션 캡쳐 연기를 선보이며, 또 한번 열연을 통해 토르와 유쾌한 케미와 짜릿한 액션을 펼친다.


<만달로리안> 시즌 1

타이카 와이티티는 목소리 연기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스타워즈> 스핀오프 드라마 <만달로리안>에서는 드로이드 IG-11로 참여했다. IG-11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등장한 IG-88과 같은 계열의 전투용 드로이드다. 주인공 만달로리안/딘 자린(페드로 파스칼)과는 같은 임무에서 만나 현상금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힘을 합한다. 전투용 드로이드였던 IG-11은 챕터 7에서 돌보미 드로이드로 재프로그래밍 되어 딘 자린과 그로구를 돕는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IG-11의 자폭 개그도 타이카 와이티티의 개그 포인트와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IG-11가 하드 캐리 하는 <만달로리안> 시즌 1의 챕터 8 연출도 함께 담당하며 연출, 연기 다 되는 멀티테이너로 활약한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지난달 개봉한 <버즈 라이트 이어>에서도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버즈(크리스 에반스)의 팀에 합류한 부대원 모리슨 역을 맡아 목소리만으로도 웃긴 캐릭터를 표현하며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번외)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2014)

해당 작품은 티빙에서 서비스 중이라 번외로 소개한다.

데뷔작 <주차장 어페어>부터 <타마 투> <보이> 등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들을 휩쓸던 타이카 와이티티는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로 유머와 완성도를 갖춘 특별한 영화 스타일을 완성해낸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는 좀비,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이 참석하는 가면무도회를 앞두고, 이를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취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 공포 영화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타이카 와이티티는 379세의 뱀파이어 주인공 비아고 역을 연기한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는160만 불의 예산을 투자해 690만 불의 수익을 거둬들였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주목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19년에는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총괄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했다. TV 시리즈에는 틸다 스윈튼, 웨슬리 스나입스 등 깜짝 카메오도 등장한다. 현재 시즌4의 방영을 앞두고 있고 국내 디즈니+에서는 시즌 3까지 공개 중이다.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