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항상 인간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로 여겨졌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고,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달로 우주까지 인간의 영역을 확장한 현재에도 과거나 미래로 돌아가는 일명 시간 여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궁금하고 매력적인 것일까? 이렇게 미스터리하고 매혹적인 소재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을 소개한다.
애덤 프로젝트 – 안녕? 과거의 나 / 잘 지냈니? 미래의 나
<애덤 프로젝트>는 아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풀기 위해 2050년에서 2018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애덤이 비행 시스템 오류로 2022년에 떨어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SF 액션 영화다. 유난히 유약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삐뚤어진 12살의 자신을 대면한 마흔 살의 애덤. 그는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행 시 필요한 DNA가 같은 12살의 애덤과 팀을 이루게 된다. 두 사람은 2018년으로 무사히 시간 여행을 떠나고, 애증 관계인 아버지를 만나며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애덤은 힘을 합쳐 그들을 위협하는 악당에 맞서고, 아버지와 극심했던 감정의 골을 메우며 부자 관계를 회복한다. 더불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가족애를 깨닫는 따뜻한 에피소드를 통해 성공적인 시간 여행 서사를 선보인다. <프리 가이>, <데드풀 3>까지 최근 좋은 콤비플레이를 보이고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주연)와 숀 레비(감독)가 이 작품을 함께 했다. (넷플릭스)
엄브렐라 아카데미 - 가족과 함께 떠나는 좌충우돌 시간 여행
입체적인 캐릭터 설정과 매력적인 관계성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엄브렐라 아카데미>가 2년 만에 시즌 3로 돌아왔다. 세상에 종말을 일으킬 수도, 막을 수도 있는 아찔한 7남매의 시간 여행은 어떨까? 피는 안 섞였지만 한날한시에 태어난 초능력자들. 이들은 괴짜 아버지에게 입양되어 강압적인 훈련 과정을 거쳐 세상을 지키는 대활약을 선보인다.
시즌 1에서는 흩어져 살던 남매가 아버지의 자살을 계기로 다시 모여 조금씩 가족애를 되찾는 과정을 그렸고, 시즌 2에서는 시간선을 관리하는 조직 커미션과 남매들의 대립을 다룬다. 특히 시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넘버 5는 커미션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남매와 함께 지구의 종말을 막으려는 복잡한 캐릭터로, 시간 여행의 중심에 서 있다.
시즌 3는 1960년대의 종말에서 간신히 탈출한 남매가 스패로우 아카데미가 그들의 역할을 대체한 현재 시간대에 도착하며 시간 역설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매 시즌마다 목숨이 위태로운 사건을 함께 겪었지만 절대로 합심할 수 없는 7남매의 싸움은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독창적인 설정과 판타지 요소가 드라마에 개성을 더하며, 감각적인 음악을 활용한 연출의 트렌디함이 돋보인다. 다만 시즌 3에서 한국 팬들의 정서와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욱일기가 노출되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로키 - 무너진 시간 선과 다른 우주의 나
마블의 팬이라면 미워할 수 없는 빌런이자 토르의 동생, 오딘의 아들, 장난의 신 등 수많은 수식어를 자랑하는 로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시간의 흐름을 깨고 세상을 어지럽힌 로키가 시간관리국에 체포되며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다. 시간관리국은 어긋난 시간선을 재정비하고 원칙을 깨는 사람을 체포해 시간의 질서를 정립하는 기관이다. 원래의 시간선을 탈출해 다른 시간대로 떠난 여러 우주의 수많은 로키는 시간관리국이 눈여겨보는 요주의 인물로, 그중 가장 똑똑한 변종 로키(별칭은 실비)는 신출귀몰의 행적으로 그들의 포위망에서 번번이 벗어난다. 체포된 로키는 요원 모비우스와 팀을 이뤄 실비를 추적하며 시간관리국의 숨겨진 이면의 비밀을 알게 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이 다중 우주로 세계관을 적극 확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 드라마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로키에서 보이는 주요한 사건은 다중 우주를 캐릭터는 물론 관객들이 지각하는 계기를 제시하고, 끝없는 전쟁이 펼쳐질 것을 암시한다. 또 시간선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탄탄한 기반을 다져 놓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마블 유니버스, 특히 멀티버스의 이해를 위해서 이 드라마를 시청할 것을 추천한다. (디즈니+)
다크 - 집착이 부른 시간 여행의 말로
<다크>는 독일의 어느 마을에서 아이가 사라지며 시작된다. 이 마을의 미스터리한 실종은 33년을 주기로 일어났으며, 주인공 요나스가 살고 있는 2019년을 기준으로 1986년, 1953년, 1921년을 모두 관통하며 큰 줄기를 이룬다. 이후 더 나아가 아포칼립스 시대, 미래까지 확장되어 광범위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요나스는 터널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서 어지럽게 엉켜있는 사건을 풀고자 노력하며, 예견된 아포칼립스를 막고자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그의 과도한 의욕이 집착을 부르며 걷잡을 수 없는 위험을 만들어 낸다. 요나스를 필두로 여러 인물들이 시간 여행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어두운 현실과 철학적인 고뇌에 부딪힌다.
끝과 시작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이 드라마는 다소 복잡한 관계도와 여러 시공간을 넘나드는 전개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퍼즐을 맞추듯 시즌을 거듭할수록 미스터리한 사건의 깨진 조각들이 맞춰지는 쾌감과 그로 인한 몰입감이 엄청나다. 가벼운 시간 여행 스토리가 지겹다면, 철학과 과학적 요소를 겸비한 <다크>를 정주행할 것을 추천한다. (넷플릭스)
콜 - 낡은 전화기로 연결된 20년의 비극
넷플릭스 한국영화 <콜>은 타임슬립 소재를 스릴러로 풀어낸 영화이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연이 사용하지 않는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 1999년에 살고 있는 영숙과 전화가 연결되며 사건은 시작된다. 우정으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영숙의 광기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20년 전 죽은 서연의 아버지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영숙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서늘하고 날카로워진다. 서연은 생존을 위해 영숙에 맞서면서 극한의 서스펜스를 자아내며, 끝날 때까지 끝을 알 수 없는 예측불가의 전개와 탁월한 연출은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콜>은 매튜 파크힐 감독의 영화 <더 콜러>를 원작으로 하였으나, 다수의 부분을 한국 감성에 맞게 각색하여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영숙 역을 맡은 전종서는 강렬하고 매서운 연기로 영화에 색깔을 더하며, 그의 신 엄마로 등장하는 이엘 역시 한국 고유의 서늘한 정서를 덧칠하여 차가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긴장감 넘치는 시간 여행 서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를 원한다면 영화 <콜>을 추천한다. (넷플릭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