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스마트폰을 꺼보세요. ‘블랙 미러‘를 보게 됩니다.

뜬금없이 생각난 해외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입니다. <블랙 미러>는 SF 옴니버스 장르에 속합니다. 장르적 속성에서 미국 드라마 <환상특급>(Twilight Zone)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환상특급>은 1980년대 국내에도 방송됐습니다.

온갖 기묘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환상특급>과 <블랙 미러>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블랙 미러>는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른 부작용 혹은 불안에 집중합니다. 제목 ‘블랙 미러’는 지금 당신이 보고 있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껐을 때 보게 되는 바로 그 검은 화면을 뜻합니다.

<블랙 미러>는 영국 방송국 채널4에서 2011년부터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10월 넷플릭스와 계약하고 시즌3를 공개했습니다. 넷플릭스와의 계약 덕분에 에디터는 뒤늦게 <블랙 미러>를 접하게 됐습니다. 시즌1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네이버에 <블랙 미러>를 검색해봤습니다. 알고 보니 <블랙 미러>는 충격과 공포의 드라마로 이미 악명(?)이 높았더군요.

<블랙 미러> 시즌1 에피소드1 포스터.
납치된 공주를 구하기 위해 수상은 납치범의 요구대로 돼지와 성관계를 해야 할까요.

에디터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블랙 미러>의 시즌1, 첫 에피소드의 제목은 ‘The National Anthem’(국가, 國歌)입니다. 간략 시놉시스를 공개합니다. ‘영국의 공주가 납치됩니다. 납치범은 수상에게 돼지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내보낼 것을 요구합니다. 수상은 어떤 결정을 할까요.’ 돼지와의 성관계라니. 이 어이 없는 설정에서 이미 머릿속은 혼돈 상태가 됐습니다. 결말은? 실로 충격과 공포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납치범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삽시간에 퍼진 유튜브 동영상 덕분에 수상은 곤란한 처지에 놓입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수상이 돼지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와 ‘납치법의 요구를 들어주면 안된다’는 의견이 충돌합니다. TV, 신문 등 언론은 이 상황을 증폭시킵니다.

<블랙 미러> 시즌1 에피소드2 포스터.
하루종일 페달을 굴려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오디션에 출전하는 미래 사회.
온갖 TV쇼를 강제적으로 시청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시즌1 에피소드1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에디터는 과감하게 에피소드2에 도전했습니다. 에피소드2의 제목은 ‘15 Million Merits(1500만 메리트)입니다. 역시 미디어의 속성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는 사람이 일종의 지배계급이 되는 미래 사회가 배경입니다. 아래 계급의 사람들은 하루 종일 자전거 페달을 굴려서 제목에 등장하는 ‘메리트’라는 사이버 머니를 벌어야 합니다. 1200만 메리트를 모으면 ‘핫샷’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나중에 1500만 메리트로 가격이 오릅니다.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는 뚱뚱한 사람들은 그보다 더 아래 계급입니다. 경멸의 대상이죠.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사방이 디스플레이로 둘러싸인 좁은 방에서 강제적으로 ‘핫샷’을 비롯한 TV쇼를 봅니다. 시끄러운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메리트를 지불해야 합니다. 역시나 어이가 없는 설정이네요. 이 시스템에 반기를 든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블랙 미러> 시즌3 스틸입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하게 무섭네요.

<블랙 미러> 시즌1의 두 에피소드를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옴니버스 형식의 <블랙 미러>는 매 회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결말은 딱 두 가지 유형입니다. 고민을 던져주거나 씁쓸함을 남기거나.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이롭게 만들어주는가’라는 고민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불행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씁쓸함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미디어가 생산하는 어마어마한 컨텐츠에 늘상 노출되는 시대입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블랙 미러>를 보고 나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묘한 여운이 오래 남는 드라마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정말 밝을까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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