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너의 이름은.>의 국내 흥행 기세가 무섭습니다. 1월 4일 수요일 개봉 첫날부터 13만 8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더니 개봉 5일차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1월 11일 수요일 기준 148만 관객 동원 중)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사례는 지금껏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유일했습니다.

일본 흥행에 이어 국내 흥행까지 휩쓸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팬덤도 만만치 않지요.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도쿄, 히다, 나고야, 히로시마 등에 위치한 실제 장소들을 팬들이 찾아다니면서 이른바 '성지'로 추앙하고 있다지요. 씨네플레이도 이에 동참해 <너의 이름은.>의 성지를 비롯해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를 모아봤습니다.


지브리 기록 넘어설까?

<너의 이름은.>은 '이름'의 의미만큼이나 국내 박스오피스 1위의 의미도 큽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이미 <겨울왕국>과 <슈렉>, <쿵푸팬더> 시리즈가 대박 흥행 기록을 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국내 흥행 사례는 드물었죠. 2002년 6월 28일 개봉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전국 105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첫 주말 2위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2주차에 1위로 올라서며 주말 관객 수 50만 명을 돌파합니다. 그전까지는 2000년에 개봉한 <포켓몬스터-뮤츠의 역습>이 주말 관객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국내 최종 스코어는 200만 명 정도였습니다.

이 기록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바로 깨졌지요. 2004년 12월 23일에 전국 233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첫 주말 성적이 7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박스오피스 1위, 일본 애니메이션 처음으로 국내 예매율 1위도 기록합니다. 개봉 3주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개봉 5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아쉽게도 <슈렉2>의 330만 흥행 기록을 넘어서지는 못 했습니다. 어쨌든 일본 애니메이션이 주말 흥행 1위를 차지한 사례는 2004년 이후 처음인 것이죠.

자, 이제 주목할 것은 <너의 이름은.>이 과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흥행 기록을 깰 수 있을지의 여부입니다. 2004년과 비교해 <너의 이름은.>의 개봉 규모, 스크린 점유율은 차이가 있겠지만 표면상의 수치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기록도 넘어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세카이계'의 결정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을 봤던 관객이라면 아주 익숙한 소재일 텐데요.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된 두 남녀'의 테마로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시골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와 도쿄에 사는 타키라는 소년을 내세워, 이른바 '세계를 구하는 소년 소녀'라는 주제를 내세웁니다. 이를 일컬어 일본에서는 '세카이계'라는 문화 용어로 설명합니다. 이른바 오타쿠 문화에서 양산된 작품의 주제인데요. 소년 소녀들의 사소한 구애 행위가 세계를 구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로 확장된다는 스토리의 전형을 일컫습니다.

대표적으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카리 신지의 사례를 들어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2년작 <별의 목소리>도 이런 '세카이계'라는 주제 분류 군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쏟아진 수많은 만화책, 소설, 애니메이션 등에서 이 주제를 채택해 만들어왔는데 <너의 이름은.>이야말로 '세카이계'의 결정판이란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아주 꼼꼼하게 따지자면 <너의 이름은.> 이전에 등장했던 수많은 '세카이계' 작품들은 제대로 주제의식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혹자들은 <너의 이름은.>이야말로 21세기 일본 대중문화의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카이계' 주제에 제대로 부합하는 작품이고, 그 때문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거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영화 주제가의 다음 가사 역시 '세카이계'의 정수를 담고 있는 표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언젠간 가보자.
누구도 닿지 못한 곳의 감정과 하이파이브하고 시간에 키스를.
5차원의 세계가 날 괴롭힌다 해도 널 놓지 않을 거야.
다시, 처음 만날 그때를 위해 신호를 정하자.
지금, 너의 이름을 쫓아갈게.

봤다면 찾아가야지!

무거운 이야기는 이쯤에서 잠시 멈추고요. 이제 흥미진진한 '덕후' 포인트를 살펴볼까요. 현재 일본에서는 <너의 이름은.>의 주요 배경이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져 팬들이 해당 장소를 직접 찾아가 기념사진을 찍는 투어를 도느라 난리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관련 관광 상품까지 생겨났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간단하게 지금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영화 속 주요 배경 몇 군데를 소개해볼까 해요.

자료 출처:
<너의 이름은.> 성지 순례 정리

<요츠야, 스가 신사 계단>

사진 출처: https://tabichannel.com/article/102/kiminona?page=2

포스터에 등장하는,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모두 알아차릴 바로 그 결정적 장소! 입니다. 이곳은 요츠야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는 스가 신사의 계단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관광 명소가 되었고, 관광 후기를 찾아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안내문까지 내걸어뒀다는군요. 영화를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저 역시도 미츠하와 타키의 동선대로 도쿄 여행을 하고 싶어질 정도니까요. (주소: 東京都新宿区須賀町5番地)

<신주쿠 경찰서 뒤편 교차로>

사진을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저 사진, 아니 스틸컷은 미츠하와 타키가 서로 꿈인 줄로만 알았던 신체 크로스!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 이후에 영화 주제가가 깔리면서 등장했던 인서트 컷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신호등 형태가 인상적이라서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할 곳이죠. 신주쿠 경찰서 뒤편 교차로라고 하는데요. 영화 스틸컷과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은 현지 블로그의 사진을 비교해보니 정말 똑같네요. 이곳을 찾아가려면 도초마에역이나 니시신주쿠역에서 내려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다고 하니 찾아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주소: 東京都新宿区西新宿6-5-3)

<시나노마치역 육교, 도코모 타워>

사진 아닙니다. 영화 스틸컷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곳은 도코모 타워 풍경이라고 하는데요. 이 풍경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이 풍경을 볼 수 있는 육교가 중요하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에는 여러 육교가 등장하는데요.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가 데이트를 하면서 지나치는 육교, 혹은 타키와 미츠하가 스쳐 지나가는 육교 등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육교는 도쿄의 시나노마치역 육교이고 이 근처에 가면 도코모 타워가 멀리 내다보이는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주소: 東京都新宿区信濃町34付近)
그 밖에 시부야에 위치한 츠타야 스타벅스, 롯폰기 국립 신미술관, 요요기역, 센다가야역, 시나노마치역, 요츠야역, 도쿄역 등이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입니다. 아마도 추측해보건대 타키가 오쿠데라 선배와 데이트를 하면서 돌아다녔던 장면에 등장하는 배경이었을 겁니다. 이곳들이 대부분 성지라 불리면서 관광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나가노현 스와호>

스와호. 사진을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타키의 도쿄만큼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장소지요. 미츠하가 사는 이토모리 마을은 실제 여러 고장의 풍경이 합쳐져 탄생한 가상의 공간인데요. 실제 스케치 배경이 된 장소는 나가노현의 스와호를 비롯해서 기후현 히다시의 후루카와 마을 등에서 풍경을 참조했습니다.

예를 들면 타키가 자꾸 떠오르는 알 수 없는 기억을 찾기 위해 오쿠데라 선배와 여행을 떠났던 장소에 등장하는 도서관은 히다시가 운영하는 시립도서관으로, 영화 개봉 이후 관광객이 너무 몰려서 아예 관내 이용객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도서관 내 촬영을 허용하고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는군요.

또 미츠하네 가족과 연관이 있는 미야미즈 신사가 등장하는 장면의 실제 배경 역시 기후현에 위치한 케타와카미야 신사, 신가이산샤 신사, 히다산노-구-히에 신사 등의 모습을 참고했다고 합니다.


<카페 라보엠>

영화에 등장하는 레스토랑의 실제 모델, '카페 라보엠'

다시, 도쿄로 돌아와보겠습니다. 극 중 타키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레스토랑이죠. 'IL GRANDINO DELLE PAROLE'의 실제 배경은 '카페 라보엠'이라는 곳이고요. 신주쿠교엔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식사로 파스타와 피자 등을 먹을 수 있는 곳이네요. (주소: 東京都新宿新宿1-1-7 コスモ新宿御苑ビル 1F・2F)

눈치채셨겠지만 레스토랑 이름이 '언어의 정원'입니다. 맞아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전작의 제목과 같습니다. 재미있는 이스터에그랍니다. 이런 설정은 또 한 번 등장합니다.

새로운 성지 탄생!
<THE GUEST cafe & diner>

오사카, 나고야, 이케부쿠로 등에 지점을 두고 있는 카페 'THE GUEST cafe & diner'에서는 1월 7일부터 기간 한정으로 '너의 이름은. 디저트 카페'를 운영합니다. 영화에 등장했던 실제 카페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메뉴를 선보입니다. 즉, 영화에 등장했던 음식과 영화를 모티브로 만든 신메뉴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당장 가고 싶어질 만큼 맛있는 메뉴가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드네요.

이케부쿠로 쇼핑몰 파르코(본관 7층)에 위치한 이 카페는 원래 다양한 문화 상품과 콜라보 메뉴를 개발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자, 메뉴를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영화 초반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타키, 아니 미츠하(?)가 타키의 친구들과 점심을 먹을 때 등장했던 달걀 고로케 샌드위치를 그대로 재현한 메뉴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우왓!

타키가 친구들과 자주 가는 카페에서 먹었던 바로 그 팬케이크도 그대로 재현했네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이 외에도 메뉴에는 미츠하가 아침에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먹던 아침 식사 세트와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가 함께 먹었던 라면 가게의 타카야마 라면 등의 음식이 있습니다.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이제 후식 메뉴! 이름하여, '너는 누구니?' 커피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글귀를 그대로 라떼 위에 그려냅니다. 아이디어 상품으로는 대단하지 않나요?

영화의 결정적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밤하늘을 음료로 재현했습니다. 짝짝짝. 얼음과 젤리로 혜성이 쏟아지는 밤하늘의 장면을 재현한 음료라지요. 이 마실 것의 이름이 무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의 소다'입니다. 이밖에도 두 사람의 운명을 음료수로 형상화(?)한 '가타와레 도키'(반쪽의 시간) 세트도 판매합니다. 게다가 한정 기간 안에 이 카페를 방문하면 120여 종의 한정판 굿즈도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일본 여행을 계획중인 관객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에디터는 이 카페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홍보 아닙니다. 그저 제가 가고 싶을 뿐입니다.)


잊지 못할 카메오

<언어의 정원>을 본 관객이라면 유키노 선생님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바로 이 분이 <너의 이름은.> 초반에 '타소카레도키', 즉 황혼기의 어원을 가르치던 선생님으로 등장합니다. '세상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다른 차원 속 누군가와 만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설명하던 그녀의 목소리, 그렇습니다. <언어의 정원> 유키노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하나자와 카나가 <너의 이름은.>의 선생님 목소리 연기도 같이 했으니 동일인이 확실하겠죠? 미래를 약속했던 누군가와(?) 이토모리 마을에 정착하셨군요. 반가웠습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무스비'

이 단락은 영화의 해석이 담겨 있으므로 영화를 보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대체 저 말은 무슨 뜻일까, 한참을 고민하며 봤던 단어가 많지요? 일본의 토속 신앙에 근거한 철학적인 단어들이 많아서 의미가 헷갈릴 수도 있겠더군요. 저 역시 제대로 뜻을 이해한 것인지 모를 단어들이 속출했습니다.

다시 한 번 영화에 등장한 대로 뜻풀이를 해보자면 할머니가 미츠하와 요츠하게에 산을 오르며 소개하는 '무스비'는 실과 실을 잇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끈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시간의 흐름이나 타키가 차고 있던 끈팔찌, 혹은 미츠하의 빨간 머리끈 등등이 모두 이 '무스비'라는 개념이 형상화되어 보여지는 것들입니다. '나의 반쪽'을 뜻하는 쿠치카미사케 역시 '무스비'라고 해도 무리는 없겠지요. '타키'와 '미츠하'라는 이름 역시 무스비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이름 자체가 서로의 존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니까요. 이게 다 '무스비'일 겁니다.


그 밖의 읽을거리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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