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의 캐스팅 소식으로 화제가 되었던 <더 마블스>(The Marvels)의 개봉일이 대략 6개월 정도 남았다. 2019년 개봉작 <캡틴 마블>에 이어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의 두 번째 이야기인데 무려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셈이다.
사실 캡틴 마블의 이야기는 막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능력을 얻게 되었는지와 더불어 (어벤져스와 함께 싸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을) 닉 퓨리와의 우정이 어떻게 시작되었나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더 이상 드러난 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캡틴 마블에 등장했던 다른 캐릭터들 중 마리아 램보와 그의 딸 모니카 램보는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한 <완다비전>에서 꽤나 큰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캡틴 마블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던 캡틴 마블이 드디어 두 번째 영화로 돌아온다.
원작 코믹스에도 '더 마블스'라는 제목의 이슈가 있지만, 캡틴 마블이 주력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니며, 슈퍼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기자의 입장에서 슈퍼히어로들의 삶을 지켜보는 이슈다. 즉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을 주역으로, 주변 캐릭터들과 함께 드디어 본격적으로 활약을 보여주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영화 <캡틴 마블>에서 보여준 이른바 '떡밥'은 꽤 많다. 스크럴이라는 기묘한 종족이 등장했고 크리 제국의 야욕이 비추어졌으며 무엇보다 캡틴 마블의 능력에 관한 것들이었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히어로라는 어필이 있었고, 실제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전투의 판도를 바꾸어 버릴 만큼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쿠키 영상 외엔 카메오 출연조차 없었으므로 <더 마블스>로 복귀하게 되면 참, 해야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캡틴 마블'의 기원은 마블이 늘 그랬듯이 원작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물론 마블 코믹스에서의 캡틴 마블도 시간이 흐르면서 기원이 변경되었지만, MCU에서는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 미 공군에서 복무 중이던 대위('캡틴') 캐롤 댄버스가 모종의 사건을 거쳐 능력을 얻게 되었으며 이후 크리족의 행성으로 이송되어 크리 병사로 살게 된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원작의 최초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마-벨'이라는 이름의 캡틴 마블에 이어 후대 캡틴 마블이 된 여성이 바로 캐롤 댄버스다. 시작은 초대 캡틴 마블의 사이드킥인 '미즈 마블'이었으며 종종 다른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2012년에 이르러 '캡틴 마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후 어벤져스의 리더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마블 코믹스 쪽에서는 꽤 활약을 펼쳤지만(ex: 시빌 워, 시크릿 엠파이어 등) 판권 문제가 해결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아서 MCU에는 빠르게 등장하기는 어려웠다.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스파이더맨과 함께 등장시킬 생각이었으나 의도대로 되지는 못했고 첫 등장이 2019년의 <캡틴 마블>이 된 것. 뭐 역사야 어찌 되었건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 시리즈를 이어갈 작품이자, MCU 페이즈 5 중 하나로서 멀티버스 개념의 본격적인 등장과 활용을 시작한 이번 페이즈의 새로운 기점이 되지 않을까.
<더 마블스>에 등장할 것으로 확정 공개된 캐릭터는 주인공인 '캡틴 마블', '미즈 마블' 카말라 칸, 쉴드의 수장이었던 닉 퓨리, 캐롤 댄버스의 친구 마리아 램보와 그 딸인 모니카 램보 그리고 아스가르드의 현 지도자 '발키리' 등이다. 이중 캡틴 마블과의 연계점이 가장 강한 캐릭터는 마리아 램보이겠으나,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로 인한 블립 사태 이후 사망한 상태고 오히려 모니카 램보 쪽이 더 깊다.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가 현역 공군 조종사였던 시절, 캐롤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마리아 램보였다. 영화 <캡틴 마블>에서 캐롤이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당국의 발표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마리아는 살아 돌아온 친구를 보자마자 황당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사실 화도 냈다) 곤경에 빠진 친구를 도와주었다. 이후 <완다비전>에서 딸인 모니카 램보가 성인이 되어 활약하기 시작한 시점에 그간의 행적이 밝혀졌다. 이미 암 재발로 사망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지구 안보조직 소드(S.W.O.R.D.)의 창립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모니카 램보는 이 마리아 램보의 딸로, <캡틴 마블>에서는 어린아이였지만 <완다비전>에서는 어머니가 창립한 소드의 소속으로서 웨스트뷰에 파견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특수한 능력을 얻게 되었는데, 원작에서는 캡틴 마블로 활약한 전적도 있고 코믹스에서는 '스펙트럼'이라는 히어로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마블스>에서 히어로로서 선보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무슬림 소녀로 캡틴 마블의 열혈팬인 점이 여러 번 묘사된 캐릭터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 등장을 확정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솔로 시리즈로 데뷔한 카말라 칸은 마블 코믹스에서 손에 꼽힐 만큼 인기 있는 히어로 캐릭터인데, 슈퍼히어로들의 팬이자 새로운 차세대 히어로인 점과 더불어 미국인 무슬림 10대가 가정에서 겪는 이런저런 갈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인기 요인이 됐다.
MCU 작중의 카말라 칸은 히어로 팬 행사에서 캡틴 마블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을 정도로 캡틴 마블을 좋아하는데, 히어로와 관련된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의 후반부에서 크리족과 연관된 장면이 등장하면서 MCU 세계관 기준으로 일반 사람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을 캡틴 마블의 기원과 어느 정도의 연계점을 만들어 두기도 했으므로 <더 마블스>에서 드디어 마주하여 '성공한 덕후'가 될는지는 지켜봐야 할 듯.
마지막으로 박서준이 맡을 역할이다. <더 마블스>가 촬영도 시작되기 전부터 한국에서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배우 박서준의 캐스팅 소식 때문이었다. 초반에는 캡틴 마블의 조력자인 '마-벨'이라는 이야기부터 캐롤 댄버스의 남자친구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는데, 최근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알라드나라는 외계 행성의 왕자인 '얀' 역할이라고 한다. 실제로 캡틴 마블과 엮이는 것은 아닌 듯하나 캡틴 마블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화가 아닌 노래로 서로 의사소통하는 행성 알라드나의 왕자 얀은 원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캡틴 마블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극복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알라드나의 특징인 '노래'를 살려 음악적 요소를 영화에서 강하게 활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루머가 전부 사실이라면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박서준의 얼굴을 MCU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한국 관객에겐 꽤나 즐거운 일일 듯하다.
이외에도 <토르> 시리즈에서 아스가르드의 마지막 발키리로 등장해 종국에는 아스가르드의 새로운 왕이 된 '발키리'도 참전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들과 연계될지도 꽤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렬한 첫 등장에 이어 매 영화마다 꽤나 인상적인 장면을 선사했던 캐릭터이기에 이번에도 기대해 볼 법하다. 여기에 오랫동안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쉴드의 국장이자 어벤져스의 창립자 닉 퓨리도 등장 예정인데, <캡틴 마블>에서 밝혀졌듯이 무대를 지구가 아닌 우주로 확장해 어떤 일을 해내고 있었을지를 이번에야말로 보여주지 않을까.
<더 마블스>는 '멀티버스 사가'라고 명명된 MCU의 새로운 구간인 페이즈 4~6 중 페이즈 5에서 세 번째로 개봉 예정인 작품이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이 첫 번째 공개작이며 오랫동안 기다렸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에 이어 찾아올 영화가 바로 <더 마블스>이며, 2023년 MCU 개봉작 중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캡틴 마블> 시리즈에 포함되는 솔로무비이기는 하지만, 새롭게 소개되는 한편 조역으로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전면 무대에 나서는 셈이다. 거기에 박서준을 제외하고 굵직한 캐릭터는 전부 여성인데, 새롭게 감독직을 맡은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여성 히어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장면을 언급했던 것을 보면 비슷한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씬으로 선뵈지 않을까 싶기도.
더불어 각자의 연계점으로 시작해 다채롭게 연계될 이들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팀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래서 캡틴 마블의 또 다른 이야기가 이들과 함께 펼쳐질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마동석과 수현의 역할이 단일한 작품에 국한되었던 것이 아쉬웠기에, 박서준의 팬이라고 알려져 있었던 감독 니아 다코스타가 박서준을 지속적으로 MCU에서 만나볼 수 있을 법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기를 살짝, 기대해 본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