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입장에서, 정말 좋아했던 영화였는데 더 이상 그 영화를 좋아할 수 없게 되는 사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알고 보니 감독이 배우들에게 폭언을 서슴지 않아 배우들이 영화 촬영 내내 괴로워했고, 프로모션 기간 동안에도 문제가 계속 발생해 결국 공론화했다던지, 주역배우 중 한 명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질러 영영 스크린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던지.

딱히 그 배우의 열성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추문이 반복된다면 계속해서 그 배우나 영화를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서 즐기기는 좀 어렵다. 기억을 프로그램처럼 용도에 맞게 취사선택 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히어로무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비롯한 코믹스 기반 프랜차이즈들이 전세계적 흥행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배우 리스크는 더 커졌다. 근래 가장 큰 사건은 DC 실사화 유니버스의 기대작이었던 <더 플래시> 주연배우 에즈라 밀러의 파행이었을 것이고, 이전에는 정말 오래도록 이어졌던 앰버 허드와 조니 뎁의 법정공방이 그랬다.

영화 속에서는 '히어로'가 되어 스크린을 누볐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거짓말을 일삼거나 불쾌한 발언을 서슴없이 늘어놓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범죄자가 되어 버리기도 했던 배우들이 있었다. 히어로무비 팬들을 가슴 철렁하게 했던, 혹은 눈살 찌푸리게 했던 배우들의 스캔들 속 오해와 진실을 잠시 돌아본다.


<어벤져스>의 호크아이, 제레미 레너의 복잡한 사생활

MCU의 히어로들이 한데 뭉쳐 '어벤져스'라는 팀이 되었을 때, MCU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어벤져스 원년멤버들 중에는 솔직히 말해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을 제외하고는 톱스타 반열에 당당히 끼울 수 있을 만한 배우는 없었다. 그렇게 예상못한 성공 때문이었는지 MCU 초기에는 소소한 말실수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는데, 개중 눈에 띄는 건 근래 사생활 이슈로 실제 송사까지 겪은 제레미 레너다.

'호크아이' 제레미 레너가 처음으로 논란이 되었던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원작과는 달리 '블랙 위도우' 캐릭터가 다수의 어벤저스 캐릭터와 애정전선을 구축하는 듯한 모습이 영화에서 거듭 보이자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인터뷰 중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와 제레미 레너가 작중 블랙 위도우가 난잡하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다. 물론 이 발언은 이래저래 논란거리가 되었으며 두 사람은 즉시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 말실수는 별 것 아닌 일이었다.

2019년 제레미 레너의 전처 소니 파체코가 그를 고소하면서, 제레미 레너가 자신에게 살해 협박을 했으며 두 사람의 딸이 자고 있는 집에서 자살을 하겠다고 하는 등 오랫동안 폭력과 학대를 해 왔다고 증언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레미 레너는 파체코 역시 협박을 지속해 왔으며 파체코가 증언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이후 협의가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양육비 조정 요청이 있는 등 수많은 사건이 계속됐다. <호크아이> 드라마가 제작기획 단계에 있었던 시점인지라 문제가 되었으나, 이미 알고 있다시피 드라마는 무사히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최근 제설기 사고로 인해 중상을 입는 불행도 겪었지만 무사히 복귀했고, 디즈니 플러스의 새 프로그램인 <레너베이션>을 공개했다.


레티티아 라이트의 백신 접종 거부 논란과 오해

채드윅 보스만의 갑작스런 비보 이후 <블랙 팬서> 시리즈는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지만, 작중 동생인 슈리 역할 배우 레티티아 라이트 주연의 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무사히 개봉했다. 하지만 개봉 전에는 참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 개중 하나가 레티티아 라이트의 코로나 백신 접종 거부로 인한 촬영 지연 논란이었다.

2020년 12월 레티티아 라이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코로나 백신 음모론 영상을 공유했고 이에 대한 반박을 한 자신의 팔로워를 비꼬는 듯한 멘션을 남겼다. 슈리는 MCU 작중에서 아이언맨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과학자로 평가받는 캐릭터였던 만큼, 펜데믹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던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였다. 이후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기는 했지만, 그가 백신 접종을 거부해 영화 촬영이 늦어지고 있다는 루머가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다만 여기에 루머와 달리 상황이 다소 복잡했는데, 라이트가 촬영 중 부상으로 고향 영국에 돌아갔다가 미접종자 입국이 불가능해지면서 불가피하게 촬영이 지연되고 있었던 것. 이 때문에 레티티아 라이트의 하차도 검토중이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루머에 불과했고, 현지 매체는 부상의 정도가 심각해 지연되었던 것일 뿐 하차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레티티아 라이트가 주역으로 활약한 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스크린을 통해 공개되었으며 이후 라이트는 채드윅 보스만에 대한 그리운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안티팬의 악의적 편집에 시달린 희생양, 하지만.... '캡틴 마블' 브리 라슨

'캡틴 마블' 브리 라슨은 MCU 배우들 중 유독 논란거리를 몰고 다니는 인물 중 하나였다. 전 세계적인 페미니즘 열풍 이후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배우들은 지지와 더불어 논란도 감당해야 했는데, 일찍이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했던 배우 브리 라슨 역시 이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고, 이 배우가 진짜 문제를 떠안게 된 건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논란을 빚은 건, 마블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스탠 리가 작고했을 때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 때문이었다. MCU에 참여했거나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연기했던 다수의 배우들이 생전 고인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추모 행렬을 이어나가는 와중, 유독 브리 라슨은 명품 가방과 칵테일 잔을 들고 삐딱하게 앉아 있는 사진을 업로드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속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진심어린 추모로 보이지 않았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전 세계 팬덤으로부터 일제히 비난을 받았고 라슨은 결국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근래 문제가 되었던 발언은 크리스 헴스워스, 돈 치들과 함께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홍보차 인터뷰였다. 라슨은 자신이 모든 액션을 소화했다고 말하는 등 자신감을 찬 발언을 남겼다. 인터뷰 전체 내용을 보면 흐름상 크게 이상한 부분은 없으나 워딩이나 태도와 관련해서는 보기에 따라 의견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 정도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인터뷰에 함께 참여한 돈 치들까지 나서서 부인할 정도로 현장 분위기가 나빴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인터뷰가 특히 일부 장면만 편집한 영상이 더 유명해지면서 악의적인 편집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브리 라슨은 'Wired' 인터뷰에서 뭔가 날선 듯한 태도로, 팬의 질문에 이런 걸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거나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식으로 대답한 적도 있어 소소하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브리 라슨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당당한 발언에 화두에 오르는 건 사실이지만, '캡틴 마블'이라는 캐릭터가 그 어떤 MCU 히어로보다 강하다는 발언을 여러 번 반복하며 기존 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영향이 없지 않다. 이 때문인지 브리 라슨은 유독 정도가 지나친 안티팬들에게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어쩌면 이 정도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그렇게 순탄하게 말하긴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방한 당시 팬들을 대하는 태도나 팬서비스는 매우 훌륭했기에 이런 것들이 오해일까 싶기다가도, 꾸준히 인성 논란이 이어지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다.


알고 보니 상습 폭력범이었던 조나단 메이저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드라마 <로키>와 최근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 정복자 캉 역할을 맡아 MCU에 합류한 배우 조나단 메이저스 역시 추문의 주인공이 됐다. 2011년부터 배우 이력을 쌓아 왔지만 대부분 조역에 그쳤고, 인상에 남을 만한 작품은 별로 없었던 배우 조나단 메이저스는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TV 시리즈 <로키>에 '계속 존재하는 자', 즉 정복자 캉 역할로 캐스팅되면서 유명해졌다. 2021년에 공개된 <로키>에서 호연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고, 이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도 캉 역할을 선보인다. 이제 멀티버스 사가의 최종 빌런으로 활약할 차례만 앞둔 이 시점, 지난달에 조나단 메이저스의 체포 소식이 들려왔다.

3월 25일 뉴욕시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조나단 메이저스는 변호사를 통해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와 같이 일했던 영화 감독은 물론이고 재적했던 대학의 동창들 다수가 그에게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으며 소시오패스적인 행보를 다수 보였다는 사실을 증언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장됐다. 소위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재학한 조나단 메이저스가 다수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폭력적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의 평소 행실에 대해 증언한 관계자 중 한 명인 A.B. 알렌은 왜 그를 진작 고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직접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침묵하기를 택했고 그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메이저스가 저지른 폭력의 정도가 과하다고 가정한다면, 고발한 피해자들에게 보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뜻으로 들린다.

변호인은 일관적으로 메이저스는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폭행 피해자인 여자친구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메이저스의 여자친구는 그가 체포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여자친구에겐 이미 폭행으로 인한 상처가 있었으며,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처가 심했다는 언급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황상 여자친구의 발언은 폭행 피해자들이 흔히 가해자를 보호하려 하는 행위로 보였던 까닭에, 메이저스에 대한 비난여론은 거세졌지만 피해자인 여자친구에 대한 동정여론도 커진 상황이다.

이 가운데 메이저스의 에이전시였던 '매니지먼트 360'은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텍사스 레인저스의 광고 모델은 물론이고 제작 진행 중이던 다수의 영화에서 하차당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따라 MCU에서 꽤 중요한 캐릭터인 캉을 맡고 있었음에도, 이후의 마블 영화에서 역시 강판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두개가 아니야! '플래시' 에즈라 밀러

에즈라 밀러가 주연한 영화 <더 플래시>는 DC 스튜디오에게 꽤 중요한 작품이다. DCU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막 한 단계에서 세계관을 리셋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저스티스 리그> 이후 처음으로 스크린에 공개되는 플래시 솔로무비이기 때문이었다. 영화판 플래시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건 사실이지만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버전이 공개되면서 평가는 뒤집혔고, 대세를 이어나갈 매력적인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영화의 폐기나 에즈라 밀러의 하차가 맞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거센 것도 사실이다. 그건 다 에즈라 밀러가 자초한 일이었다.

한국배우 수현과의 친분과 더불어 팬들에게 보여주었던 자유로운 모습, 다정한 모습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에즈라 밀러가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 건 2020년이었다. 한 여성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것이었데, 아이슬란드의 한 바에서 있었던 이 사건은 동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논란거리가 되었다. 밀러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하면서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와 퀴어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다수 해 왔었기에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던 것. 이 사건은 동영상 공개 이후로는 송사나 범죄 사건으로 번지지는 않았고 이대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에즈라 밀러의 논란거리는 지속된다.

2022년 3월, 밀러는 하와이의 한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체포되었고 보석금을 내준 부부에게는 살해협박을 하고 절도행각을 벌인 혐의로 체포된다. 이 사건으로 결국 밀러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크레덴스 역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 실제로 커리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고, 어지간해서는 배우의 사생활을 근거로 하차를 고려하지 않는 워너 측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내부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밀러가 버몬트주에 있는 자신의 대마초 농장에서 한 여성과 아이 셋과 함께 살고 있었으며, 아이들 앞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총기를 집 여기저기에 두는 등 위험한 생활을 지속해 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이웃집 아이에게는 아동성애적인 발언을 했으며 실제로 신체 접촉을 하는 등 파행적인 행각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이후 근처의 한 빈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던 술을 마시는 등 결국 또다시 기소되고 말았다. 재판을 앞두고서야 공식 성명을 통해 범죄 행각에 대해 사죄했으며 치료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혔으나, 이미 대중의 시선은 냉담해진 후였다. 영화 <더 플래시>는 이대로 개봉 예정일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글쎄, 앞으로의 커리어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아쿠아맨의 매력적인 그녀 '메라'에서 파산까지, 앰버 허드의 현재

진실 공방 측면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 바로 앰버 허드와 조니 뎁의 이혼소송이다. 가족적이고 다정한 이미지와 훌륭한 팬서비스로 유명했던 배우 조니 뎁이 앰버 허드와 송사에 휘말렸으며, 조니 뎁이 허드를 지속적으로 구타했으며 협박까지 일삼았음은 물론 마약 중독이라는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앰버 허드는 화려하고 좋은 이미지에 가려진 폭력적인 배우 남편에게 당한 피해자 아내였지만, 각종 증거물이 공개되는 한편 송사가 진행되는 동안 밝혀진 사실들은 앰버 허드를 점점 나락으로 몰고 갔다.

두 사람의 주장 내용이 현저히 달랐고, 각자 증인으로 내세운 사람들도 소송 초기에는 상반된 증언을 했다. 하지만 앰버 허드가 이미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다수의 남성들과 깊은 관계를 가진 바 있었으며 조니 뎁을 폭행하고 침실에 대변을 보는 등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속속 공개되기 시작한다. 첫 시작이 조니 뎁의 추락이었다면, 소송의 끝은 앰버 허드의 추락에 가까웠던 것이다.

부부간의 일, 그것도 싸움에 대해서 제3자가 판단할 수는 없을 일일 것이나 이 기나긴 이혼소송으로 조니 뎁은 다수의 시리즈에서 하차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으며 그로 인해 지불해야 했던 소송비용 역시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앰버 허드 역시 마찬가지인데, 체포될 만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 허드가 패소했고 패소 후 발표한 성명문에 대해서도 재판에 참여했던 배심원에게 반박을 당하기까지 했다.

그간의 막대한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허드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상황이며, 출연 예정이었던 <아쿠아맨: 로스트 킹덤>에서도 편집되거나 하차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는 난국 속에서 앰버 허드가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막 고점에 오르기 시작하고,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등 배우 인생의 전환점에서 드러난 모습들이 참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남겼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