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난리 났다, 작가 파업에 제작 중단한 신작들

할리우드가 멈췄다. 상업영화의 본거지 미국 할리우드가 작가 파업의 여파로 중단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 작가협회(Writers Guild of America, WGA)는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6주 동안 영화 및 TV 프로듀서 연합(AMPTP) 및 소속 기업들과 표준 계약 개정안의 타협점을 찾았으나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고, 곧바로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 98%가 파업에 동의하며 힘을 실었다.

그 결과 할리우드 작품 다수가 제작 중단 위기를 맞이했다. 일단 넷플릭스의 대표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가 피날레를 장식할 시즌 5 제작 중단을 발표했다. 애플 TV+의 인기 시리즈 <세브란스> 역시 작품 시나리오를 탈고하지 못한 탓에 제작 진행을 멈췄다고 밝혔다. 영화 <블레이드>,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 <칠왕국의 기사> 모두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일시 중단됐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방송계 작가 역시 파업에 돌입했기에 '더 투나잇 쇼' '지미 키멜 라이브!' 등이 촬영을 멈추고 재방송을 선택했다. MTV 무비&TV 어워즈 또한 취소됐다. WGA는 스트리밍 플랫폼 관련 처우 개선과 최근 창작자들의 입지를 빼앗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 사용 금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AMPTP가 이를 거절했기에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WGA의 파업은 16년 전 2007년 작가 파업 이후 최초의 파업이다. 2007년 파업 당시에도 제작에 착수했다가 파업의 여파를 맞은 작품이 적지 않았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나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같은 블록버스터도 작가 파업과 맞물려 시나리오를 보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그 결과 흥행과 별개로 완성도 면에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07년 작가 파업은 3개월가량 파업이 지속되다 타협점을 찾았다. 이번 작가 파업 또한 쉽사리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할리우드 작가들이 받아야 할 공정한 처우를 받게 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만큼, 이번 작가 파업은 단순한 파업을 넘어 어떤 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WGA와 AMPTP가 어떤 식으로 각자의 거리를 좁혀 정상화에 돌입할지, 그 추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각개봉하는 <오펜하이머>가 의문의 칭찬 받는 이유

<오펜하이머> 포스터

한국인이 사랑하는 감독을 뽑으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개봉일을 발표했다. 한국 개봉일은 8월 15일. 7월 21일 개봉하는 북미 기준으로 보면 거의 3주가량 늦은 개봉이다. 그러나 이런 지연 개봉에도 <오페하이머>에 대한 반응이 나빠지긴커녕, 오히려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영화 개봉일 8월 15일, 광복절은 <오펜하이머>에서 다루는 핵무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주도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빼어난 두뇌로 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그가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는 끝내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핵무기는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이끄는 시발점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개봉일 8월 15일은 무척 의미심장하다. 공휴일 개봉으로 관객 유도를 한다는 이점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광복은 미국이 핵무기 '리틀 보이'와 '팻 맨'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하여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이뤄졌기 때문. 즉 <오펜하이머>의 광복절 개봉은 '핵무기를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핵무기로 독립을 맞이한 나라'의 공휴일에 개봉하는 것에 의미를 둔 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오펜하이머>

다만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아는 이들은 다소 걱정스러운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데, 오펜하이머가 실제 핵무기 공격 사례(히로시마 나가사키 폭격)를 전해 들은 후 핵무기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 혹여 (<이터널스> 때와 같이) 원폭 관련해 일본을 '피해자'로 묘사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선 영화가 나와봐야, 그리고 영화가 오펜하이머 인생의 어느 시점까지를 그리는지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워너브러더스가 아닌 유니버설 픽처스가 배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첫 영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테넷> 개봉을 두고 놀란과 워너브러더스는 각각 극장 단독 개봉, 스트리밍 플랫폼 동시 공개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워너브러더스가 놀란의 극장 단독 개봉안을 받아들였지만, 이후 다른 작품들은 동시 공개를 선택했고 이에 실망한 놀란이 새로운 배급사를 찾아 나선 것. 그렇게 <오펜하이머>의 배급사는 유니버설 픽처스로 결정됐는데, 과연 워너를 떠난 놀란과 새로운 흥행 감독을 찾던 유니버설이 윈윈하는 결과를 맞이할지는 여름에 알 수 있겠다.


반전일까, 아니면… <인어공주> 실사 영화 의외의 호평

<인어공주> 포스터

캐스팅부터 개봉을 앞둔 지금까지, 정말 한순간도 바람 잘 날 없었던 <인어공주> 실사판이 최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진행했다.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로도 끊임없이 '문제아' 취급받은 영화는, 프리미어 상영 이후 극찬을 받고 있다.

이번 <인어공주> 실사판은 월트 디즈니가 <정글북>(2016)부터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89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실사로 옮긴 영화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단연 인기 작품의 실사화인 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주인공 에리얼 역에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며 팬들의 반발을 사기 시작했다. 가수로 활동 중인 할리 베일리는 가창력에선 손색이 없지만,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이미지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 캐스팅부터 문제라는 시선과 그래도 나와봐야 안다는 의견이 오가던 중 예고편 공개 후 전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우르술라 역 멜리사 맥카시

에리얼 역 할리 베일리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여론과 달리, 월드 프리미어 상영 이후 반응은 '역대급'인 상황. “<인어공주>는 디즈니 실사화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영화”(에릭 데이비스), “할리 베일리는 에리얼 그자체”(길리언 블럼), “다비드 디그스, 멜리사 맥카시도 하이라이트지만 할리 베일리는 그녀의 아름다운 가창력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을 보여준다”(매트 니글리아) 등 작품과 배우를 향한 호평이 이어졌다. 물론 그중에도 “빌런 묘사는 버거워 보인다”, “매력이 있지만 고르지 않은”처럼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없진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호평이란 부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런 평가가 관객들에게도 유효할지는 영화가 나와봐야 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무리 호평받아도 개봉 후 관객 반응에서 완전히 상이한 결과를 낳기도 하니까. 다만 지금의 호평들은 <인어공주>가 그동안 받았던 비난을 뚫고 '성공적인 실사화' 반열에 들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데 분명 성공했다. <인어공주>는 5월 24일 개봉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