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열 번째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개봉했다. 지금은 마석도 형사의 원펀치에 밀려났지만, 그래도 163만 명을 동원하며 관객들의 액션 갈증을 해소하는 데 한몫했다. 영화에서 강조하는 '패밀리' 감성처럼, 이제는 명절 때마다 만나는 친척처럼 점점 익숙해지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이제 (현재로서는) 마지막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상영 이후 알려진 소소한 사실들을 모아 한 번에 만나자.
“사실 분노의 질주 처음 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2001년 <분노의 질주>를 시작으로 벌써 22년째 이어지고 있다. 본편 시리즈뿐만 아니라 스핀오프 한 편까지 합치면 벌써 11편이나 나왔다. 스트리트 레이싱을 소재로 펼쳐지는 잠복수사극 시절부터 레이서끼리 합심해 빌런을 막는 역대급 자동차 액션까지,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몇 안 되는 '차 중심 액션 프랜차이즈'라서 자동차 애호가들에겐 반드시 챙겨보는 '전공필수' 같은 영화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에 출연한 한 배우가 의외의 사실을 밝혔다. 그 주인공은 에임스 역으로 합류한 앨런 리치슨.
에임스는 행방불명된 미스터 노바디(커트 러셀)의 빈 자리를 채우는 캐릭터로 이번 영화의 빌런 단테 레예즈(제이슨 모모아)에 맞서 도미닉 패밀리와 조력하게 된다. 최근 <잭 리처>의 잭 리처를 연기하며 마초적인 액션 스타로 떠오르는 앨런 리치슨이지만, 캐스팅 되기 전까지 <분노의 질주> 1편 빼고는 안 봤다고. 심지어 안 보고 캐스팅된 것이 양심에 찔렸는지, 빈 디젤에게 직접 이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단다. 물론 단순히 하나도 안 봤다고 말한 건 아니고 “당신(빈 디젤)이 지난 20년간 한 걸 사랑한다”고 뒤늦게나마 '신앙 고백'을 보탰다.
앨런 리치슨은 그때 빈 디젤에게 한 말이 누군가 자신에게 “저는 잭 리처를 못 봤는데, 당신이 잭 리처를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꼴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고, 자신이 바보 같은 일을 했다고 고백했다. 어쨌든 빈 디젤은 앨런 리치슨의 자백(?)을 듣고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으니, 그의 대인배스러움에 앨런 리치슨은 앞으로도 열심히 충성하지 않을까 싶다.
2부작... 맞죠?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개발 단계부터 화제였다. 제작진에서 직접 '도미닉 패밀리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밝히고, 대신 시리즈 최초 2부작으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기 때문. 안 그래도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 영화에서 피날레를 2부작으로 만든다? 팬들에게 그 어떤 소식보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개봉 후 특별한 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바로, 피날레가 기존 2부작이 아닌 3부작으로 확장될 수도 있단 것이었다.
이 소식이 유독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개봉 직전에야 발표됐기 때문이다. <분노의 질주> 같은 프랜차이즈는 보통 제작 소식을 미리 발표하든, 아니면 유출되든 사전에 알려지기 마련인데 <분노의 질주> 피날레 3부작화는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상영)에야 비로소 주연 배우들의 입을 타고 알려졌다. 좋게 말하면 그만큼 영화가 잘 나왔단 것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대책 없는 생명 연장이란 것이니까. 물론 정말로 3부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빈 디젤 또한 아직 논의 중인 것이라고만 첨언했으니까. 사실 이 생명 연장의 꿈이 논의되고 있는 데에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건, 영화 개봉 후에 알려졌다.
하기 내용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쿠키 영상 관련 간략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빈 디젤-드웨인 존슨, 화해하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부르는 별명이 있다면, '빡빡이 어벤져스'일 것이다. 주인공 빈 디젤을 시작으로 루크 홉스 역으로 합류한 드웨인 존슨, 데커드 쇼로 출연한 제이슨 스타뎀 등 민머리 배우들이 비중 큰 캐릭터로 합류하는 경우가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빡빡이 패밀리는 와해되고 말았는데,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의 불화 때문이었다. 이 불화 관련해서 빈 디젤의 잦은 지각이 문제였다, 드웨인 존슨이 제작자 영역까지 넘봤다(빈 디젤도 제작자 중 한 명) 등 워낙 일화가 많고, 그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워 정확히 옮기긴 어렵지만 확실한 건 2016년 드웨인 존슨이 빈 디젤을 디스하면서 골이 깊어졌다는 사실. 그래서 드웨인 존슨은 <분노의 질주> 본편에서 하차하고 스핀오프 '홉스 앤 쇼'에만 출연했다.
그런 상황에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가장 화제를 모은 건 쿠키 영상이었다. 이번 편 쿠키 영상에서 루크 홉스, 그러니까 드웨인 존슨이 얼굴을 비춘 것이다. 이후 보도를 통해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은 2022년 여름에 만나 회포를 풀었고, 화해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 루크 홉스 주연의 <분노의 질주> 스핀오프 제작에 착수했으며 이는 단순한 '외전'이 아니라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전까지 루크 홉스의 행보를 담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이렇게 <분노의 질주> 핵심 양대 산맥이 화해한 것이 밝혀지면서 <분노의 질주> 피날레 3부작 연장 논의는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드웨인 존슨이 아무리 요즘 하락세라고 해도 이런 프랜차이즈에선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으니, 유니버설 픽처스가 연장을 논의할 만하다는 것. 과연 드웨인 존슨의 합류가 진짜 <분노의 질주> 피날레에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간단한 해프닝이 되고 지나갈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빈 디젤은 '패밀리'라는 말을 몇 번 했을까
마지막으로 전하는 소소한 사실은 '패밀리'가 중요한 <분노의 질주>에서 빈 디젤이 해당 단어를 몇 번 말했나 통계 결과다. 의외일 수 있겠지만, 빈 디젤이 '패밀리'라는 단어를 언급한 건 시리즈 전체에서 총 13번이라고 한다. 고작 13번? 근데 왜 이렇게 패밀리라는 말이 익숙하지? 아마도 다른 인물들의 입에서 이 단어가 많이 언급돼서인 듯하다. 화자에 상관없이 패밀리란 단어가 나온 횟수는 적어도 77번이라고 하니까. 가장 많이 나온 편은 (영원한 브라이언) 폴 워커의 유작인 7편과 드웨인 존슨이 합류한 5편이라고 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