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지 못하면 부숴버리겠어”(?) 놀란이 <바비>에 화가 난 이유

<바비>(왼쪽), <오펜하이머> 북미 포스터

지금 북미 현지는 극장가의 열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라 할 수 있는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7월 21일(북미 기준) 동일한 날 개봉하기 때문. 근래 많은 대형 영화가 개봉했음에도 그야말로 '대박'과는 거리가 있는, 다소 미적지근한 분위기에서 두 영화의 맞대결은 현지인들의 뜨거운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바비>

특히 <바비>는 전 세계 가장 유명한 완구 브랜드라 해도 손색이 없는 인지도를 가진 만큼, 사전 판매량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전 판매량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올해 주말 오프닝 최고 기록을 경신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이어질 정도. 개봉을 일주일 이상 앞둔 시점에서 벌써 '오프닝 기록 경신'이란 예측은 <바비>가 보여줄 흥행길을 기대하게 한다.

<오펜하이머> 촬영 현장의 크리스토퍼 놀란

반면 현재 이런 추세에 다소 뿔이 난 건 <오펜하이어> 측.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워너브러더스가 아닌 배급사와 함께 한 첫 영화인데 워너브러더스가 굳이 <오펜하이머> 개봉일에 <바비> 개봉을 선택했기 때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아니나 할리우드 내부에선 그가 워너브러더스의 선택에 화를 냈다는 소식이 퍼졌다. 내부 소식에 따르면 놀란, 혹은 유니버설 픽처스가 워너브러더스에 <바비> 개봉을 연기하는 걸 제안했으나 워너브러더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덧붙이자면 <오펜하이머>는 촬영 전부터 개봉일을 정했고, <바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다소 늦게 정했다.)

놀란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인썸니아>부터 (<프레스티지>를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함께 한 워너브러더스는 놀란 감독의 든든한 지원자였다. 하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테넷> 공개 방식을 두고 놀란과 워너브러더스는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놀란은 극장 단독 개봉을 고수했고, 워너브러더스는 자사의 OTT(당시 HBO 맥스)와 극장 개봉을 병행하길 원했던 것.

결국 워너브러더스는 놀란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놀란은 워너브러더스가 <원더우먼 1984> <듄> <고질라 VS. 콩> 등을 동시 개봉하는 것을 보고, 차기작 배급사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유니버설 픽처스가 <오펜하이머>의 배급권을 따내면서 놀란과 워너브러더스는 선을 긋게 됐다.

이러나저러나 영화 팬들은 두 기대작의 만남에 신났을 뿐.

이런 전후 사정이 있으니 놀란은 <바비>가 <오펜하이머>와 동일한 날 개봉하는 것(심지어 연기 요청도 거부한)을 일종의 '복수'로 여기고 있는 것. 대중 반응이야 같은 날 전혀 다른 톤의 영화가 개봉하니 재밌게 기다리고 있으나, 유니버설과의 '새 출발'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놀란 입장에선 골치 아프게 됐다.

그레타 거윅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하는 <바비>는 인간 세상에 온 바비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는 7월 19일 현지보다 먼저 개봉한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하탄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줄리어스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다루며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고, 그가 신뢰하는 배우 킬리언 머피가 오펜하이머 역을 맡았다. 국내에는 8월 15일 개봉 예정.


알리타: 배틀 엔젤, 속편 나올 예정… 언젠가는

<알리타: 배틀 엔젤>의 속편 소식이 들려왔다. 이 영화는 키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을 실사화한 영화로, 미래 사회에서 두뇌 외에 모든 부분은이 사이보그인 알리타가 이도 박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임스 카메론이 실사화하고자 오랜 시간 시도하다가 로버트 로드리게즈에게 연출을 맡기고 본인은 제작으로 참여한 '드림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2019년 개봉한 <알리타: 배틀 엔젤>은 화려한 CG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 장면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채운 흥행 성적과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속편 제작에 착수하지 못했다. 원작 「총몽」이 장대한 스케일의 SF이고, 영화 또한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냈기에 팬들이나 관객들에게 다소 아쉬웠던 부분.

그러나 최근 제작자 겸 실사화 판권 소유자 제임스 카메론이 밝히길, <알리타: 배틀 엔젤> 속편의 씨앗은 여전히 살아있는 듯하다. 카메론이 최근 “새 <알리타> 영화는 오스틴에서 작업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경위가 무척 특이한데, 제임스 카메론이 본인 소유의 캘리포니아 목장을 팔게 되면서 “<아바타>는 웰링턴과 LA에서, 새 <알리타> 영화는 오스틴에서 작업할 예정이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유를 밝힌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사안은 전혀 밝히지 않았으니,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다. 당장 카메론의 인생 최대 프로젝트 <아바타> 시리즈도 아직 3편 공개 전이고, 본인 말로는 5편까지도 기획 중에 있으니까. 그러나 <아바타 3> 개봉이 연기된 데다, 4~5편 연출은 본인이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제임스 카메론 스스로 밝힌 만큼 <알리타> 속편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과연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이 언제 <알리타> 속편을 보여줄지, 그리고 이번에도 로버트 로드리게즈에게 연출을 맡길지 궁금한 지점이 많다.


'브란젤리나' 이번에는 포도밭 소송전

<바이 더 씨>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세기의 커플에서 이젠 둘도 없는 앙숙으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새로운 소송으로 악연을 이어갔다.

이번 소송의 주된 논점은 브래드 피트의 '공금 횡령 여부'. 두 사람은 프랑스의 샤토 미라발(Chateau Miraval)이란 포도밭을 구매해 함께 와인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혼한 후로 이 포도밭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브래드 피트 측은 2022년, “서로 간의 협의 없이 판매할 수 없는 샤토 미라발의 지분을 무단으로 판매해 와인 사업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며 안젤리나 졸리를 고소했다.

이에 2023년 7월, 안젤리나 졸리 측은 “브래드 피트가 졸리의 투자 회사 누벨의 공금을 횡령했다”고 맞고소했다. 회사 공금으로 수영장을 개조하고 계단을 재건하는 등 수백만 달러를 낭비했다고 밝혔다. 졸리 측은 브래드 피트의 이런 행동이 졸리가 가진 누벨의 지분을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 판매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덧붙였다.

이 두 사람의 소송은 두 사람뿐만 아니라 샤토 미라발 지분을 구입한 유리 셰플러(Yuri Shefler, SPI 그룹 소유주)와 누벨의 지분을 구입한 스톨리 그룹(Stoli Group, SPI 그룹 자회사)까지 거론되며 점점 더 긴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해졌다. 한때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브란젤리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까지 이렇게 씁쓸한 이별을 보여주고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