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모두 고군분투하는 중,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짊어진 영화가 온다. 8월 2일 개봉하는 <더 문>은 오랜만에 찾아온 한국산 우주 SF 영화로, 미션 수행으로 달을 향하던 중 고립된 우주대원과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과함께> 2부작으로 쌍천만을 달성한 김용화 감독의 신작으로,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등 마치 ‘올스타전’과 같은 출연진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더 문>

여름시장 개막을 앞둔 7월 25일, <더 문>은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언론배급시사회로 그 윤곽을 드러냈다. VFX를 활용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김용화 감독의 작품답게, <더 문> 또한 광활한 우주와 그곳에서 황선우(도경수)가 맞는 수많은 위기상황이 관객들까지 심장뛰게 만든다. 세트를 지어 완성했다는 공간들과 세심하게 제작한 소품들이 <더 문>이 선사하는 2049년 한국 우주탐사대의 위기를 한층 더 몰입시킨다.

사실 이 영화에서 재밌는 건 도경수의 캐릭터 황선우가 감당해내는 물리적인 위기다. 관객들을 더욱 아리게 하는 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우주적 스케일의 위기도 아니고, 홀로 남은 황선우의 심정도 아니고 그가 직접 풀어헤쳐가야 하는 눈앞의 위기와 상처들이다. <더 문>의 스토리는 일견 <마션>을 연상시키나 일종의 ‘로빈슨 크루소’ SF버전인 그것과 달리 좀 더 순간순간의 위기를 마주하는 액션 영화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장면의 고리는 황선우를 돕고자 하는 김재국(설경구)의 정서로 이루어진다 재국의 정서는 가장 가까웠으나 멀어진 윤문영(김희애)을 비롯, 주위를 천천히 변화시켜 간다. 큰 스크린으로 보면서 감탄할 만한 건 <더 문>의 비주얼뿐만 아니라 각 인물의 심경을 일백퍼센트 전달하는 배우들의 얼굴도 포함된다.

<더 문>


제일 힘들었던 것? 특수 와이어

-도경수

황선우 역을 맡은 도경수

우주 영화라면 응당 빠지지 않은 건 바로 우주 유영 장면일 것이다. 판타지에 가까운 SF라면 ‘인공 중력’ 등의 설정을 갖다붙이지만, <더 문>은 그리 먼 미래도 아니거니와 우주를 아직 탐험 중인 인류를 그리고 있으니 유영 장면이 당연히 존재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도경수가 황선우를 연기하기 위해 고생했을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데, 도경수는 “안전이 중요해서 사전에 많이 준비했다”며 촬영 중 부상을 입는 일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것보다 “와이어 액션”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는데, 우주 유영 느낌을 위해 여섯 줄 묶음의 특수 와이어를 사용했기 때문. 그럼에도 3개월가량 액션팀과 꼼곰하게 준비해서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경수 액션 보니 나는 날로 먹었구나 싶다

- 설경구

김재국 역의 설경구

이런 도경수의 액션에 극찬을 보낸 건 함께 한 설경구였다. 설경구는 항상 안전 요원들이 촬영장에 상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더 문> 촬영팀의 준비성을 언급했다. 그는 “도경수의 액션을 보니, 나는 먹었구나 싶었다”며 “부끄러웠다”고 말해 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전 우주센터장’ 김재국을 연기한 그는 배역의 전문성 때문에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지금도 용어가 어렵다”며 “부끄럽지만 다 이해하지 못했다.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라고 푸념 섞인 난도를 전했다.

6월에 진행한 <더 문> 제작보고회 현장의 도경수(왼쪽), 설경구


영어 얘기 자꾸 얘기해 죄송하지만…

- 김희애

김희애가 연기한 윤문영

김희애가 <더 문>에서 맡은 캐릭터 윤문영은 NASA 메인 디렉터다. 빼어난 엘리트임은 물론이고, NASA에서 일하는 인물이기에 영어 대사 또한 챙겨야만 했다. 시사회 전 무대인사에서도 영어 대사를 언급한 그는 간담회에서도 영어 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극중 영어 대사가 많은 장면이 있는데 김희애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휙 지나가더라”라고 걱정을 덜은 듯한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렇게 중요한 장면인데 어떻게 영어로 하지 싶어서 영어를 정말 신경 많이 썼다. 촬영할 때는 영어고 뭐고 감정이 그대로 나와서 언어의 장벽 없이 무사히 촬영했다”고 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 관객들에게 느껴졌으면

-김용화

<더 문> 촬영 현장의 김용화 감독

<신과함께>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의 비주얼에 대한 자신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가성비 대비 훌륭한 샷을 보여주고 싶었고, 기획한 것 이상으로 잘 나왔다고 VFX팀의 노고를 언급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졌는지도 털어놨다. 그는 영화를 본 누군가가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관객들에게도 이번 영화가 그렇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래원과 이이경이 등장한 이유

<더 문>

설경구, 김희애, 도경수라는 주연진만큼 <더 문>은 시선 강탈하는 배우가 여럿 나온다. 그중 단연 깜짝선물 같은 배우는 김래원과 이이경. 김래원과 이이경은 황선우(도경수)와 함께 달 탐사를 떠난 대원으로 나온다. 황선우가 UDT인 것에 달리 두 사람은 공군 출신으로 묘사된다. 두 사람의 우정출연에 김용화는 “김래원은 대학교 후배다. 학과는 연극과, 영화과로 조금 다르지만. (김래원은) 어릴 때부터 열심히 한 배우이지 않나. 내 작품에 나오고 싶다고 해서 이 작품으로 얼른 꼬셨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이경은 “김래원의 회사 동료인데 처음 만난 3년 전엔 잘 몰랐다. 엄청 재능있고 인성 좋고 훌륭하다고 해서 만났는데, 정말 괜찮은 친구라서 같이 하자했다. 그랬더니 영광이라고 대답하더라”라며 인연을 설명했다.


6월에 진행한 <더 문> 제작보고회 현장. (왼쪽부터) 김용화 감독, 김희애, 도경수, 설경구

기자간담회 마지막 인사에서 김용화 감독은 “요즘 한국영화가 힘들다고 많이 말씀하신다. 다른 세 작품도 같은 마음이겠지만, <더 문>이 거기에 흑역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위트 섞은 걱정을 전했다. 설경구는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분들과 본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며 감회를 밝혔다. 김희애는 “작업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는데, 영화를 보니 더 행복해졌다. 행복하게 보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도경수는 “<더 문>에 더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면서 “에에컨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는 특유의 예의바른 인사를 덧붙였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