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죽여주는 여자>는 배우 윤여정이 연기한, 기구한 사연을 품고 사는 여자 '소영'이 주인공입니다. 'So Young'에서 따온 이름 때문인지 윤여정 선생의 젊었을 적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이번주 메모리는 윤여정 배우를 필두로, 현재까지 왕성한 연기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중년 여배우들의 옛 모습을 쭈욱 모아봤습니다.
윤여정
윤여정은 1966년 데뷔,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을 연기하며 주목받았습니다. 그녀의 연기 인생은 김기영 감독의 71년 작 <화녀>로 화려하게 꽃핍니다. '그로테스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독특한 이야기 속을 휘젓는 자유분방한 '명자'역을 맡아, 대종상 신인상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보희
이보희는 70~80년대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히던 이장호 감독의 전성기 시절 페르소나입니다. 1983년 <일송정 푸른 솔은>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녀는 <바보 선언>, <무릎과 무릎 사이>, <어우동> 등에서 연기력과 섹시함을 동시에 발산하며 80년대 한국영화계를 화려하게 수놓았습니다.
임예진
70년대 후반, 10대 관객을 겨냥한 하이틴 영화가 상당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임예진은 하이틴 영화의 대표적인 여배우였죠. 요즘은 주로 철딱서니없는 아줌마 역할을 맡고 있만, 당시엔 청순의 끝을 달리는 미모로 10대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장미희
장미희는 1976년 데뷔작 <성춘향전>에서 '강인한' 춘향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영화 속 여성들이 연약하고 수동적이었던 것과는 다른 노선이었죠. 이후 <겨울여자>, <속 별들의 고향>을 거쳐 '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를 구축해 당대 최고 스타의 자리에 등극했습니다.
금보라
똑부러지는 말투로 잔소리를 늘어놓는 시어머니로 더 익숙한 금보라. 그녀 역시 '청순가련'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리던 초창기를 보냈습니다. 출세작 <물보라>에서는 섬마을에서 부정한 소문에 시달리며 순결을 주장하는 순녀 역을 맡았죠.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았고, '금보라'라는 예명도 얻게 됐습니다.
김영애
김영애는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배우가 된 케이스입니다. 70년대 당시 스타감독이었던 정진우 감독을 통해 영화계 입문한 그녀는, 단아한 외모로 주로 선굵은 외모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자주 맞췄죠. 에디터 개인적으로 한국의 걸작 호러 <깊은밤 갑자기> 속 오싹한 연기를 보시길 권합니다.
고두심
고두심은 상당한 미모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부터 노역을 많이 맡았습니다. 드라마 <전원일기>와 "그래 이 맛이야"로 유명한 조미료 CF에 출연하며 '주부'의 이미지는 점점 굳어졌죠. 그래서 새삼 고두심이 연기하는 '연애하는 여자'의 모습은 어땠을까, 상상해보곤 합니다.
아...! 중년 여배우들의 아리따운 자태에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군요! 옛날 한국영화 좀 봤다고 생각했던 에디터 역시 자료를 조사하면서 "너무 예쁘잖아!" 하고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지 않은 배우들 가운데에도 놀랄 만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들이 많은데요. 언젠간 그 분들의 활약상도 주욱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