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잡지로 보는 한국영화의 풍경, <녹성>에서 <씨네21>까지’ 특별기획전.

“우리 삼촌이 그러던데요. 예전에는 잡지를 보고 영화 정보를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거 진짜예요?” 삼촌 같은 에디터가 옛날 얘기를 좀 해주려고 한다. 인터넷에 온갖 정보가 있기 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잡지를 사서 보고 독자엽서를 보냈다. 잡지는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요한 창구였다. 1980년대 이후 어떤 영화잡지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그때 그 시절의 영화잡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포스팅은 <키노> <필름2.0>을 거쳐 지금 <씨네21>에 몸담고 있는 주성철 편집장의 다음 글을 참고했다.

1984
<스크린> 창간호.

1984년 3월 <스크린>(월간지)이 창간했다. 창간호 표지 모델은 브룩 쉴즈였다. 해외 배우를 표지로 삼은 게 지금 보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 당시 한국영화를 방화라고 부르던 시절임을 감안해야 한다. ‘방화는 재미없다’고 안 보는 시대였다. <스크린>은 대중영화와 한국영화계 현안을 모두 다루었으며 스타들의 브로마이드 잡지로도 기능했다. 박찬욱 감독이 B무비에 대한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기도 했다. 2010년까지 발행했다.

1989
<로드쇼> 창간호

1989년 4월 <로드쇼>(월간지)가 창간했다. 표지모델은 소피 마르소였다. 초대 편집장은 정성일 영화평론가다. “창간호를 1억원에 삽니다”라는 카피가 눈에 띈다. 10년 뒤에 100명에게 각 100만원씩을 주고 창간호를 다시 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로드쇼>에선 ‘도씨에’(dossier)라는 꼭지가 유명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김홍준 영화평론가가 ‘구회영’이라는 필명으로 기고했다. 영화에 대한 전문 지식과 비평을 다뤘다. ‘도씨에’는 영화 마니아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콘텐츠였다. 당시로는 생소했을 ‘컬트, 뉴웨이브, 미장센, 시네아스트’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로드쇼>의 인기는 홍콩영화의 전성기와 함께했다. 1998년 폐간했다. 10년을 채우지 못했다.

1995

1995년에는 <씨네21> <키노> <프리미어> 등 3개의 영화잡지가 창간했다. 제1회 부산영화제가 열렸고 케이블TV가 개국했다. 1995년을 ‘문화적 빅뱅’이 일어난 시기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씨네21> 창간호.

1995년 5월 <씨네21>(주간지)가 창간했다. <한겨레>에서 발행한 <씨네21>은 한국영화, 영화산업에 집중했다. 표지모델도 <스크린> <로드쇼>와는 달리 국내 배우와 감독이였다. 문성근, 여균동 감독, 채시라, 안성기, 정선경, 정보석, 이현승 감독, 김민종, 오연수, 이병헌, 이지은, 김갑수 등이 표지에 등장했다. <씨네21>은 ‘충무로 파워50’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영화산업의 성장과도 같이했다. <씨네21>은 2003년 <한겨레>의 계열사로 분리·독립했다. 2년 전 20주년을 기념했던 <씨네21>은 최근 1092호를 발행했다.

<키노> 창간호

1995년 4월 <키노>(월간지)가 창간했다. <로드쇼> 편집장 정성일, <스크린> 편집장 이연호가 주축이 됐다. 두 사람이 몸 담았던 <로드쇼> <스크린>이 대중 지향적이었다면 <키노>에는 영화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한 콘텐츠가 가득했다. 당시 <키노>는 시네필들의 상징과도 같은 잡지였다. 2003년 99호를 마지막으로 발간했다.

<프리미어> 창간호

1995년 12월 라이선스 잡지 <프리미어>(월간지)가 창간했다. 도발적인 포즈의 톰 크루즈 표지가 인상적이다. <프리미어>는 라이선스 잡지의 이점을 살려 다른 잡지에서 보기 힘든 해외 감독, 배우, 할리우드 업계 동향을 제공했다. 2006년 격주간지로 전환하기도 했다. 2009년 폐간했다.

<네가> 창간 예비호.

1998년 6월 <네가>(월간지)가 창간했다. 당시 29세였던 <스크린> 출신의 이지훈(편집장)과 조성규(발행인)가 주축이었다. <네가>는 무가지 전략으로 승부했다. 2003년 폐간했다. 조성규는 잡지 폐간 이후 <메종 드 히미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수입한 영화 스폰지를 설립했다. 이지훈은 2000년 <필름2.0>에 참여했다.

2000
<씨네버스>

2000년 9월 <씨네버스>(주간지)가 <씨네21>이 지키고 있던 주간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씨네버스>는 영화배우 출신 조용원씨가 발행인이었다. 2003년까지 발행했다.

<필름2.0> 창간호 (사진 출처, 네이버 카페 ‘영화자료탐구’)

2000년 12월 웹진에서 출발한 <필름2.0>(주간지)이 창간했다. YTN의 오동진, <씨네21>의 김영진, <프리미어>의 이현수, <네가>의 이지훈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필름2.0>은 <씨네21>과 주간지 경쟁 체제를 형성했다. <필름2.0>은 일본판을 내기도 했다. 2008년 문을 닫았다. 이지훈 편집장은 2011년 불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문석 전 <씨네21> 편집장이 그에 대해 쓴 글을 소개한다.

2001
<무비위크> 창간호

2001년 11월 <무비위크>(주간지)가 창간했다. <무비위크>는 창간 당시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선택했다. <씨네21>의 가격은 3000원이었다. <무비위크>는 <씨네21> <필름2.0>보다 좀더 가볍고 대중지향적인 성격이라고 평가받는다. 2013년까지 발행했다.

2001년 <무비위크>의 창간으로 당시 주간지 시장에선 <씨네21> <씨네버스> <필름2.0>을 포함해 4개의 잡지가 경쟁했다. 월간지는 <스크린> <로드쇼> <프리미어> <키노> 등 4개가 있었다. 이 시기가 국내 영화잡지 시장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영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영화잡지 시장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2013
<매거진 M>

2013년 <무비위크>가 폐간하고 <매거진 M>(주간지)으로 재탄생했다. <중앙일보> 계열인 <매거진 M>은 2017년 2월15일 기준으로 200호를 발행 중이다.

<맥스무비>

2013년 11월 <맥스무비>(월간지)가 창간했다. 2010년부터 발행해오던 무료 타블로이드판 격주간지를 정식 유료 월간지로 재창간한 것이다. 2017년 1월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다룬 38호를 내놓았다.


기타 영화잡지들

1992년 <영화저널>이라는 영화주간지가 있었다. <씨네21>이 최초의 영화주간지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영화저널>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저널>은 4명의 영화마니아가 1500만원씩 모아서 창간한 무가지였다. 창간 이듬해 폐간했다.

<한국영화>

2010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한국영화>(월간지)라는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다양한 기사를 제공한다. 비매품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2017년 2월 현재 83호를 발행했다.

<아노> 창간호

2013년 7월 <아노>(비정기)라는 독립영화잡지가 창간했다. <아노>는 각 호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발행한다. 최근 발행한 5호의 테마는 스토리였다. 창간호는 몽타주가 주제였다.

<오큘로> 창간호

2016년 11월 <오큘로>(계간지)라는 영상 비평 전문지가 창간했다.


추억의 영화잡지들을 다시 보고 싶다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에 가면 된다. 국내 잡지뿐만 아니라 해외 잡지도 구비되어 있다. 그밖에 국내 영화잡지에 관한 정보를 주는 기사와 주성철 <씨네21> 편집장의 글을 소개한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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