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감독 루퍼트 샌더스 출연 스칼렛 요한슨, 요한 필립 애스백, 마이클 피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표면의 리메이크

★★☆

고스트사이에서 을 선택했다. 비주얼에 많은 신경을 쓴 만큼 자잘한 디테일의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나 깊이 부분에선 허점이 있다. 원작의 쿠사나기 캐릭터를 실사로 버금가게 옮기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르적으로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지점이 있다. <공각기동대>(1995)의 리메이크지만, 시각적으로는 <블레이드 러너>(1982)를 좀 더 연상시킨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미완의 결과물

★★★

원작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을 짊어지고 탄생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원작의 철학적 사고는 납작하게 압축하고 CG와 특수효과엔 물량공세를 퍼부은 지극히 할리우드적인 결과물이다. 비주얼은 현란하기 이를 데 없다. 원작의 시그니처 액션인 ‘고층빌딩 수직낙하 장면’은 우아하고, ‘물 위 격투 장면’은 매끈하다. 그러나 깊이 있는 사유 대신, 단순한 선악구도의 대결을 취하면서 원작이 지니고 있던 매력의 요체인 주제의 깊이를 잃었다. 원작의 핵심을 누르고 완성된 영화는 그래서 일견 미완의 결과물이란 인상이 짙다.


원라인

감독 양경모 출연 임시완, 진구, 박병은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고수는 아니나, 하수도 아닌

★★★

단점이 적지 않은 영화다. 사건을 봉합해나가는 과정에서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부재하고, 하이스트 무비가 갖춰야 할 클라이맥스의 쾌감도 덜하다. 그러나 다행히 유들유들하게 놀 줄 아는 캐릭터/배우들이 있다. 고수는 아니나, 하수도 아닌, 무난한 오락영화다.


분노

감독 이상일 출연 와타나베 켄, 츠마부키 사토시, 미야자키 아오이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의 믿음은 얼마나 단단합니까

★★★★

인간은 믿음에 기대고 그것을 말하며 산다. 하지만 사실 인생에서 더 자주 마주치는 건 그 마음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얄팍한 것인지를 깨닫고 도망치며 상처받는 순간이다. <분노>는 그 순간의 파열음에 귀 기울이고 감정의 파장을 주목하며 믿음의 정체와 속성을 집요하리만치 파헤치며 탐구한다. 세 개로 분절되어 출발해 서서히 유려하게 하나로 엮이는 이미지와 구성이 원작 소설의 행간을 풍성하게 채워나간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분노의 온도
★★★☆

<분노>는 어마어마한 열에너지로 구동하는 영화다. 영화가 용의선상에 올려놓은 세 사람 중 누가 살인자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상일 감독이 관심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리는 뜨거운 분노의 실체다. 그 과정에서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는 인물들처럼 관객마저 불신의 카르텔에 동참시키고, 끝내 열대야처럼 숨막히는 분노를 목도하게 만든다.


미스 슬로운

감독 존 매든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마크 스트롱, 마이클 스털버그

송경원 <씨네21> 기자

제시카 차스테인, 무자비한 장악력

★★★☆

의도와 과정,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아니 거의 어긋난다고 봐도 좋다. 선한 의도와 무능력한 결과, 부정한 방법과 긍정적인 결과 중 하나를 택한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능력 있는 로비스트가 총기규제 법안 통과를 위해 미국 정치판을 휘젓는 모습은 답이 아닌 질문을 남긴다. 전문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통에 초중반은 버거울 수 있지만 일단 판이 깔리고 나면 카리스마 있게 내달린다. 다소 얄팍한 성찰과 전형적인 전개마저 캐릭터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제시카 차스테인이란 블랙홀. 거부할 수 없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제시카 차스테인의 미션 임파서블

★★★★

로비스트를 이토록 강렬한 캐릭터로 다룬 영화는 없었다. 여성 캐릭터가 이끄는 정치 스릴러의 옷을 입고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긴장감 넘치는 첩보 스릴러에 가깝다. <미스 슬로운>으로 데뷔한 조나단 페레라의 통찰력 있는 각본, 관객보다 발자국 앞서 나가는 매든 감독의 회심의 연출을 기대해도 좋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캐릭터를 다양한 층위로 표현했다. 스스로를 무기 삼은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는 모든 장면을 장악한다.


투 러버스 앤 베어

감독 킴 누옌 출연 데인 드한, 타티아나 마슬라니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가슴을 데우는 오로라 로맨스

★★★

제목 그대로다. 명의 연인과 곰이 등장하는 무방부제 로맨스 영화. 차가운 북극지방에서 오로라처럼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의 온도는 뜨겁다. 절망 끝에서 사랑의 끈을 부여잡고 내달리는 데인 드한과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극한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제목에 언급된 곰을 주목하길. 곰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영화에서 가사가 감동이라고 소개하는 음유시인 스콧 헤론의 노래들이 담긴 2010 앨범 <I'm New Here>를 미리 듣고 본다면 영화의 정서를 깊게 느낄 있다.  


아뉴스 데이

감독 안느 퐁텐 출연 루 드 라쥬, 아가타 부젝, 아가타 쿠레샤

이화정 <씨네21> 기자
절망 대신 구원을 선택하기까지. 그녀들의 단단한 연대

★★★

역사가 알려주지 않지만, 우리가 찾아내 기억해야 할 역사. 수녀와 의사, 모두 폭력 앞에 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희생되는 세상. 2차 대전, 폴란드, 수녀원의 찬 공기 속. 사건을 지켜보는 것도, 알리는 것도,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도 영화의 주요한 인물 모두가 여성이다. 통념과 규율, 규칙을 깨고 용감하게 대처한 여성들의 연대가, 이 끔찍한 상황에서도 희망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고 공포를 가진 여성들을 위한 지침서. 이 영화의 여성들이 한발 다가오는 이유다.


아비정전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이화정 <씨네21> 기자
영원으로 남은 1분
★★★★

“196041631분 전. 당신과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체육관 매점에서의 아비와 수리진. 스크린 속 그들의 1분을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발없는 가엾은 새의 이미지에, 거짓말처럼 떠난 장국영의 쓸쓸한 미소가 영원히 포개진다. 장국영을, '배우' 장국영으로 각인시켜 준 작품이자 왕가위 영화의 정서를 알려준 그 시작. 영화 한 편의 의미를 짚기에는 이 영화가 가진 무게가 너무 크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영원히 찍을 수 없는 마침표

★★★★

이 영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원래 2부작으로 기획된 영화였다.) 동시에 단 1분의 시간을 각인시켜 관객 모두를 수리진으로 만들어버렸다. 사랑을 믿지 못하는 남자 아비, 그런 아비를 기다리는 수리진 등 발 디딜 곳 잃은 홍콩인들의 쓸쓸함이 감각적인 화면으로 채워져 있다. 현실이 되어버린 발 없는 새의 쓸쓸한 착지. 영원이 되어버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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