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고 하죠.
다 옛말인 것 같네요.

할리우드에 여러 뛰어난 동생배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엘르 패닝은 독보적입니다.

언니 다코타 패닝의 대단한 이름에 주눅들지 않고

올곧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개척하며 잘 자라주었죠.

아름다운 나를 봐 아름다워!

아무튼 49일은!
엘르 패닝의 생일입니다.

축하를 전하며,

엘르 패닝의 커리어와 개인사를 정리해보도록 할게요



친자매인 다코타와 엘르는 실과 바늘! 치약과 칫솔! 누군가 한 명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자연스레 다른 한 명의 이름도 따라나올 수밖에 없는 관계죠. 일찍부터 천재 아역배우라 불렸던 언니 다코타 패닝은 데뷔작 <아이 엠 샘>(2001)에서 숀 펜 못지않은 호연을 보여줬고, 할리우드 최고의 아역배우로 떠올랐습니다. 동생 엘르 패닝은 평범했습니다. 비범한 언니와 비교하면 그저 키가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귀엽게 생긴 동생에 불과했죠

<아이 엠 샘>

엘르 패닝의 첫 배역도 <아이 엠 샘>에서 다코타 패닝이 연기한 루시의 더 어린 시절 역할이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TV시리즈 <테이큰>(2002)에서도 역시 다코타 패닝의 아역을 연기했고요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1988)의 미국 버전에서는 패닝 자매가 나란히 자매(사츠키, 메이)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습니다. 엘르 패닝은 완벽한 언니를 넘어서려고 굳이 애쓰지 않았습니다. “우리 자매는 서로 많은 걸 공유하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요. 제일 좋아하는 배우? 당연히 다코타 패닝이죠!” 

조금 더 자라서는 할리우드 패셔니스타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려 놓았고, ‘엘르 패닝 스타일’을 유행시키며 십대 소녀들의 워너비 스타로 등극합니다. 마크 제이콥스와 의류브랜드 로다테의 모델도 겸한 바 있고요. 1950년대 빈티지 무드의 의상을 각별히 선호한다고도 밝힌 바 있네요. 이때부터 다코타 패닝과 확실히 노선이 갈리기 시작했지요. ‘조숙한 아이였던 다코타 패닝이 덜 자란 어른들을 훈계하고 다닐 때 엘르 패닝은 차근히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피비>

<이상한 나라의 피비>(2008)에서부터 엘르 패닝은 고유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합니다. 투렛 증후군, 대개 틱 장애라고 부르는 정신장애을 안고 사는 소녀 피비가 연극을 통해 마음의 불안을 치유하고 희망을 얻는다는 내용의 영화였습니다. 엘르 패닝의 배역 이름인 피비(Phoebe)를 그리스식으로 읽으면 ‘포이베’가 됩니다. 포이베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그 이름은 ‘밝게 빛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엘르 패닝의 커리어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썸웨어>

소피아 코폴라의 <썸웨어>(2010)에 출연하며 비로소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엘르 패닝이 클레오를 연기하길 원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얼마 되지 않은 삶의 대부분을 할리우드 스타로서 보내온 엘르 패닝이 그 정반대 지점에서 살아가는 클레오 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일찍부터 치러내야 했던 유명세는 오히려 엘르 패닝을 더욱 어른스럽게 만들었고, 엘르 패닝은 아버지 조니의 고독과 흔들림을 보듬어주는 속 깊은 딸 클레오를 훌륭히 연기했습니다. 6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소피아 코폴라 감독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긴 <썸웨어>는 이듬해 영 할리우드 어워드에서 엘르 패닝에게 올해의 여자 배우상을 선사했습니다

<진저 앤 로사>

<슈퍼에이트>(2011)에선 슈퍼 8’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소년들의 뮤즈를, <진저 앤 로사>(2012)에선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반전활동가 소녀를 연기했습니다. <진저 앤 로사> 이전까지만 해도 엘르 패닝의 캐릭터는 아이다운 천진함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진저 앤 로사>의 진저는 이름만큼이나 씁쓸한 성장통으로 고생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엘르 패닝의 연기 영역도 급속하게 팽창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레피센트>

<말레피센트>(2014)의 오로라 공주는 엘르 패닝 특유의, 디즈니 프린세스를 연상케 하는 독보적인 생기와 해맑음을 적절하게 이용(!)한 사랑스러운 캐릭터였습니다. 말레피센트가 무려 안젤리나 졸리였기에 에디터는 대체 졸리가, 누구의 아름다움을, 굳이, 왜 시샘하(여야만)는 걸까?’ 의문을 가졌는데 공주가 엘르 패닝이어서 일단 납득했습니다

<로우 다운>

딸의 시선으로 기록된 재즈 피아니스트 조 알바니의 전기영화 <로우 다운>(2014)에선 조 알바니의 딸 에이미를 연기했는데요. <로우 다운>에선 <진저 앤 로사>에서도 볼 수 있었던, ‘변두리에서 홀로 자라난 소녀연기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제49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트럼보>

<트럼보>(2015)에서는 매카시즘 광풍에 휩싸여 고독한 투쟁을 벌여야 했던 천재 작가 달튼 트럼보의 딸, 니콜라로 분했습니다. 어느새 저렇게나 자란 걸까 싶을 정도로 몰라보게 성숙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요. 오랫동안 수감 생활을 하고 출소해 장성한 딸을 보고 놀라는 트럼보의 마음이 십분 이해될 정도였어요. 캐릭터 역시도 아버지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극렬 사회주의자이자 능동적인 활동가였습니다

<어바웃 레이>

<어바웃 레이>(2015)에선 소녀를 버리는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엘르 패닝이 연기한 레이는 소녀의 몸으로 태어난 불운한 소년입니다. 언제나 남자가 되고 싶다며 되뇌고, 압박붕대로 가슴을 동여매고 지내는 레이는 성전환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엘르 패닝은 레이의 불안과 희망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위해 유튜브를 통해 실제 십대 트랜스젠더들과 활발히 교류했다고 합니다

<네온 데몬>

선망과 질투의 감정이 넘실대는 모델들의 세계를 그린 <네온 데몬>에서 엘르 패닝은 불과 열여섯 나이로 단번에 톱 모델로 떠오른 스타 제시를 연기합니다. 제시의 아름다움에 관해 말하는 “어리고 날씬한 것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거나 “무수한 유리 속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 같다”는 대사들은 엘르 패닝을 향한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리브 바이 나이트>

1950년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꾸 미국의 과거로 돌아가는 걸까요. 벤 애플렉의 새 연출작이기도한 <리브 바이 나이트>는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경찰 집안인 커글린 가문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갱스터 집단의 브레인이 된 조 커글린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엘르 패닝은 조 커글린의 비행을 막아서는 선교사 로레타로 출연합니다. <트럼보>에서 볼 수 있었던, 곧고 단호한 태도가 연상됩니다

<20세기 여인들>
<매혹당한 사람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작으로는 마이크 밀스가 당대 주목할 만한 젊은 여성 배우들을 끌어 모아 만든 <20세기 여인들>(2016), ‘헤드윅의 창조주 존 카메론 미첼의 신작 <하우 투 토크 투 걸스 앳 파티스>가 있습니다. 섬세하고 사려 깊은 여성·아동영화 <와즈다>(2012)를 만들었던 하이파 알 만수르의 신작 <어 스톰 인 더 스타즈>에선 <프랑켄슈타인>을 쓴 19세기 여성 작가 메리 셸리를 연기한다고 하네요. 다시 한 번 소피아 코폴라와 만난 <매혹당한 사람들>도 기대작입니다. 돈 시겔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고요. 커스틴 던스트와 니콜 키드먼까지 세 여성 배우의 연기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네요. 최근엔 배우 멜라니 로랑이 연출을 맡는 영화 <갤버스턴>에도 캐스팅됐습니다. 가히 현재 할리우드 최고 루키라 할 만하네요.

무서운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엘르 패닝은 올해로 불과 스무살입니다. 두둥

HAHAHAHAHAHAHA...

취미는 발레, 힙합, 재즈댄스, 승마이고, 특이한 안경을 수집합니다. 실제로 눈이 나쁘기도 하다네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배구입니다. 넘나 다재다능한 것영앤리치앤프리티오늘부터 에디터도 엘르 워너비 하는 걸로… 

데헷♥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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