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이하 <더 비기닝>)이 4월20일 개봉했다. <더 비기닝>은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전대물’이다.

고백부터 하자. 에디터는 전대물을 잘 모른다. 전대물을 직접 본 건 초등학교 말고 국민학교 2~3학년 시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아마도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원제 <초신성 플래시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산학원인지 웅변학원인지에서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비디오를 틀어줬다. 집에 비디오데크가 없던 아이들은 학원에 모여서 다섯 색깔 쫄쫄이 타이즈 슈트를 입고 악당과 싸우는 영웅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극장판 파워레인저:캡틴포스 VS 미라클포스 199 히어로 대결전>. 역대 파워레인저 35대 199명의 히어로가 모두 출연한다.

전대물과 짧은 사랑을 나눈 탓에 에디터는 왜 할리우드에서 <더 비기닝>을 제작했는지 의아스러웠다. ‘이런 유치한 컨셉의 영화를 왜?’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전대물이라는 용어는 들어봤지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특촬물과의 차이는 아리송했다. 결국 공부(나무위키를 비롯한 인터넷 검색)를 해봤다. 이번 포스트는 에디터처럼 전대물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한 글이다.


1. 전대물, 특촬물 도대체 무슨 차이야?
전대물은 ‘호치키스’와 닮았다. 스테이플러의 상표명인 호치키스가 일반명사처럼 쓰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대물은 엄밀하게 얘기하면 일본에서 제작된 ‘슈퍼전대 시리즈’를 짧게 부르는 말이다. 슈퍼전대 시리즈는 울트라 시리즈, 가면라이더 시리즈와 함께 일본 특촬물의 3대 시리즈로 불린다. 이 가운데 슈퍼전대 시리즈가 가장 널리 성공하고 알려지면서 전대물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 장르를 대표하는 말처럼 사용된다. 전대(戦隊, 센타이)는 전투부대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슈퍼전대 시리즈. 40인의 레드 레인저들.
1954년 버전의 <고질라>. 미니어처 등 아날로그 특수촬영 기법을 사용한 특촬물이다.

특촬물은 전대물의 상위 개념이다. 특수촬영물의 줄임말인 특촬물은 말그대로 특수촬영된 매체·영상을 뜻한다. CG가 아닌 특수촬영 기법, 미니어처나 특수분장·의상·효과 등을 이용한 작품이 특촬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CG를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특촬물의 하위 장르로 <고질라> 같은 괴수물이 있고 <더 비기닝>의 원작이 되는 전대물 등이 있다.

2. 전대물 장르의 대표작은 뭐가 있을까?

<비밀전대 고레인저>(1975~1977)
슈퍼전대 시리즈 최초 작품 <비밀전대 고레인저>는 4명의 히어로와 1명의 히로인이 색깔 캐릭터로 구분되는 전대물의 기본 공식을 확립했다. 언제나 리더는 ‘레드’다. <가면라이더>로 유명한 이시노모리 쇼타로 원작으로 2년간 84회 방영됐다.


<초신성 플래시맨>(1986~1987)
국내에 소개된 제목은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이다. 1989년 대영팬더에서 슈퍼전대 시리즈 가운데 최초로 수입했다. 에디터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다 봤을 작품이다.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의 성공으로 대영팬더는 <우주특공대 바이오맨>(원제 <초전자 바이오맨>), <빛의 전사 마스크맨>(원제 <광전대 마스크맨>) 등 슈퍼전대 시리즈를 잇따라 출시했다.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오프닝

<시공전사 스필반>(1986~1987)
<시공전사 스필반>은 메탈히어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국내 출시명은 <싸이보그 스필반>이다. <지구방위대 후뢰시맨>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역시 대영팬더에서 수입한 작품이다.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는 인종 다양성을 생각한 팀을 구성했다. 여성 멤버도 2명이다.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1993~1995)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첫 작품인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는 슈퍼전대 시리즈인 <공룡전대 쥬레인저>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성공 덕분에 전대물 장르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KBS에서 <무적 파워레인저>라는 제목으로 1994년 방영됐다.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전대물 장르였던 <무적 파워레인저>는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무적 파워레인저>의 인기 덕분에 일본에서 수입된 슈퍼전대 시리즈의 국내 제목에 ‘파워레인저’가 들어가는 게 일반화됐다. 예를 들어 2014년 완구 대란의 주인공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의 원제는 <수전전대 쿄루저>로 어디에도 파워레인저라는 말은 없다.

제목에 대한 내용을 좀더 설명하면 이렇게 된다.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들에게는 ‘전대물=파워레인저 시리즈’가 익숙하다. ‘국민학교’를 다닌 세대들에게는 ‘전대물=후뢰시맨, 바이오맨, 마스크맨’이 익숙하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작품이 다 일본의 슈퍼전대 시리즈다.

3. 국내에서 제작된 특촬물, 전대물 장르의 작품은?

<외계에서 온 우뢰매>(1986)
<외계에서 온 우뢰매>는 심형래가 출연한 김청기 감독의 특촬물이다. 에스퍼맨의 쫄쫄이 슈트가 전대물과 비슷해 보인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우뢰매> 시리즈로 제작됐다.

<전설의 용사 반달가면>(1990)
당시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김흥국이 주연을 맡았던 <반달가면> 시리즈를 대표작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소개한다. 김흥국은 자신이 제대로 출연료를 못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용사 벡터맨>에 출연한 김성수(왼쪽)와 기태영.

<지구용사 벡터맨>(1998~1999)
김성수, 기태영 등이 출연한 것으로 유명한 <지구용사 벡터맨>은 KBS에서 방영된 특촬물 작품이다. KBS는 2004년 <지구용사 벡터맨>의 후속작으로 <수호전사 맥스맨>을 방영하기도 했다.

<번개맨>(2016)
<번개맨>은 EBS의 TV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에 등장하는 번개맨을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다. 참고로 EBS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특촬물 <환경전사 젠타포스>(2003)를 방영하기도 했다.

4. 일본 전대물이 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을까?
어쩌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 <더 비기닝>은 앞서 소개한 미국의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가 원작이다. 원작의 원작까지 감안하면 일본의 슈퍼전대 시리즈가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됐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병헌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센트 7>이 역시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했고, <황야의 7인>은 사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할까.

미국판 파워레인저 시리즈에선 변신할 때 등장하는 “It's morphin' time!”이라는 대사가 유명하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미국에서 방영된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저>를 본 20~3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어쨌든 <더 비기닝>은 미국판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작품으로 분류된다. 미국판 파워레인저 시리즈는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또 과거 이 시리즈를 본 어린이들이 이제 어른이 됐다. <더 비기닝>은 지금의 어린 팬들과 과거의 향수를 지닌 어른 팬들을 동시에 자극하는 영화다. 그러니 할리우드에서 미국판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리부트 영화를 제작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이 모든 건 미국 내의 이야기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 질문은 왜 잘못될 수밖에 없었을까. 전대물이라곤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에 대한 기억만 있는 에디터와 같은 사람들은 미국판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더군다나 2000년 이후 일본의 슈퍼전대 시리즈가 국내에 소개될 때 ‘파워레인저’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기 때문에 국내에서 파워레인저 시리즈는 일본의 슈퍼전대 시리즈를 뜻한다. 그러니 <더 비기닝>을 단순히 일본 전대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라고 오해할 수밖에. 그러니까 <더 비기닝>은 최근 개봉한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과는 다른 맥락의 영화다.


<더 비기닝>의 개봉을 맞아, 전대물이라는 용어부터 그와 파생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지점에 대해 알아봤다. 이 장르를 전혀 몰랐던 에디터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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