쨔잔! 5월 25일은 바로 '매그니토'이자 '간달프'이신 이안 맥켈런 옹의 생일입니다! (짝짝짝)  
올해에도 <미녀와 야수>로 열연을 펼쳤던 이안 맥켈런, 그의 배우 인생을 한 번 되돌아볼까요? 

이게 바로 꽃노년….

친근하기도 하고, 무척 좋아하는 배우이기에 '이안 맥켈런 옹'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이안 맥켈런 경'이 정확합니다. 영국 출생인 그는 배우로 맹활약하면서 모국의 위상을 드높여 기사 작위를 받았는데요. 1979년엔 대영제국 훈장 3등급(Command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 CBE)을 수여받았고, 1991년 기사 작위를 서임받았습니다. 이후 성소수자 관련 인권 운동의 공을 인정받아 컴패니언 오브 아너(Companion of Honour, CH)도 받았으니 명실공히 '영국의 자랑거리'인 배우인 셈이죠.

'컴패니언 오브 아너' 수여 당시.

이안 맥켈런을 얘기할 때 연극배우 시절을 빼놓을 순 없겠죠? 공식적인 첫 연극 무대는 11살 때 참여한 <어린이날>이란 학교 연극이라고 합니다. 그 연극의 팜플렛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하니, 기본기와 초심을 잃지 않는 이안 맥켈런의 성격이 확 드러나네요. 이후 대학에 진학하기 전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에서 셰익스피어 극을 보고 배우에 이끌렸지만 케임브리지 대학 문학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스스로 배우의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서 기자가 되는 걸 생각했다는군요.

유년기 시절

하지만 케임브리지 대학의 뿌리 깊은 연극 클럽, '말로우 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연기 인생이 시작됐죠. 출신 배우로는 이안 맥켈런과 친한 레이첼 와이즈, 그리고 <미녀와 야수>에서 호흡을 맞춘 엠마 톰슨 등이 있습니다.

이런 활동 속에서 25살에는 '뉴 올리비에'라고 불리며 당시 영국 최고의 배우였던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견될 정도로 배우로서 명성이 높아졌고, 급기야 로렌스 올리비에가 직접 이안 맥켈런을 영국 국립연극 컴퍼니에 데려가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후 35살에는 영국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 입단하죠. 이때 만난 인연이 패트릭 스튜어트입니다.

잡지 'OUT' 1993년 9월 표지 / LGBT 운동에 참여한 이안 맥켈런

그러던 그가 할리우드로 진출하게 된 건 나름의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비밀을 공영방송에서 고백했기 때문이죠.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정부가 에이즈의 확산과 진보세력의 정치적 억제를 위해 동성애 공론화를 저지하려고 하자 이안 맥켈런은 1988년 1월 27일, BBC 라디오에서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이후 그는 동성애자를 위한 자선단체 '스톤월'을 공동 설립하면서 성소수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운동가로 자리매김합니다.

당시 영국 연극계에선 그의 커밍아웃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이안 맥켈런은 영화에 적극적으로 출연하게 됩니다. 1989년 <스캔달>을 시작으로 <오델로>에 출연했고, 1993년 단역이지만 <마지막 액션 히어로>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시작합니다. 이후 셰익스피어 극단 배우답게 <리차드 3세>를 시작으로 <라스푸친>, <갓 앤 몬스터> 등에서 호연을 펼치고 <엑스맨>의 매그니토 역으로 영화배우로서 전성기를 찍게 됩니다.


명실상부 명배우답게 그의 작품이나 추천작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의 연기 활동에 얽힌 다양한 여담(트리비아)을 준비해봤습니다! 많은 양이 간달프와 매그니토에 할애돼 있지만(ㅠㅠ) 그래도 한 번 살펴볼까요?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 / 이안 맥켈런의 '햄릿'

이안 맥켈런이 '뉴 올리비에'로 불렸다고 앞에서 언급했었죠? 그래서인지 로렌스 올리비에와 같은 배역을 연기한 적이 많습니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1948년 영화 <햄릿>에서 햄릿을 연기했는데요, 이를 본 이안 맥켈런은 어릴 적 장난감 극장 세트에 종이 인형을 올려 <햄릿>을 연출(!)하기도 했다는군요. 1970년에는 연극 <햄릿>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로렌스 올리비에의 <리차드 3세> / 이안 맥켈런의 <리차드 3세>
로렌스 올리비에의 <리어 왕> / 이안 맥켈런의 <리어 왕>

또 로렌스 올리비에는 1956년에, 이안 맥켈런은 1995년에 각각 <리처드 3세> 영화에서 리처드 3세를 연기했죠. <리어 왕>으로 무대에 오른 두 배우의 모습이 각각 1983년, 2008년 TV영화로 제작돼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2001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함께 무대에 선 이안 맥켈런과 매기 스미스 / SNL(Saturday Night Live)에서 여장하고 패러디하기도.

이안 맥켈런을 올리비에에게 추천해준 사람은? 자그마치 '맥고나걸 교수' 매기 스미스입니다. 두 사람은 이후 연극 <리처드 3세>에서 모자 관계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또 올리비에와 이안 맥켈런처럼 2대 매그니토인 마이클 패스벤더는 <멕베스>에 출연하면서 '멕베스'라는 역으로 연결고리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포스터 / '멕베스'의 이안 맥켈런과 주디 덴치 / <맥베스>의 마이클 패스벤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 조엘 슈마허 / 이안 맥켈런과 패트릭 스튜어트

이안 맥켈런이 태어난 1939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조엘 슈마허 감독, 그리고 배우 오지명이 태어났습니다. 의외인 건 이안 맥켈런과 '절친'으로 유명한 패트릭 스튜어트는 1940년생이라는 점입니다. 작품 속 나이를 보자면 1995년 <리처드 3세>에 출연할 때 그는 56세였는데요, 정작 역사 속에서 리처드 3세는 32살에 사망했다는군요. 

<미스터 홈즈>,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엑스맨' 시리즈

또 2015년 <미스터 홈즈>에서 74세의 나이로 노령의 셜록 홈즈를 연기해, 홈즈를 연기한 최고령의 배우로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와 나치를 모두 연기하기도 했는데요, <엑스맨> 시리즈의 '매그니토' 에릭 렌셔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의 커트 듀샌더입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훈훈한 사인데….

가장 유명한 배역인 매그니토와 간달프를 연기하면서 그는 "Old friend"(오랜 친구)라는 대사를 썼는데요, 이 대사를 건넨 대상이 동료였다가 나중에 적이 되는 관계(매그니토-프로페서 X, 간달프-사루만)란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이안 맥켈런은 피터 잭슨의 '중간계 6부작'(반지의 제왕+호빗)에 모두 출연한 두 명의 배우 중 한 명입니다. 다른 한 명은 갈라드리엘 역의 케이트 블란쳇이구요. <반지의 제왕> 촬영 당시 미담이 많은데요, 반지원정대 멤버들과 함게 엘프 문자로 문신을 했다고도 합니다.

촬영 전엔 이렇게 어색어색 열매 드신 분들이
같이 문신도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이안 맥켈런, 도미닉 모나한, 비고 모텐슨)

또 캐스팅되기 전까지 읽어본 적 없는 <반지의 제왕> 속 간달프 연기를 위해 원작자 J.R.R. 톨킨이 직접 낭독한 간달프 부분을 듣고 그 억양을 참고했다고 하네요. 그 결과 <반지의 제왕> 출연진 중 유일하게 아카데미 연기상(제7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호빗> 시리즈에서는 연기가 힘들어 눈물을 보였다는 얘기도 전해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선 그래도 촬영에서 배우들의 키를 속일 수 있었지만 <호빗>에서는 다 드워프(난쟁이) 족이라 CG로 합성을 했거든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 <호빗: 뜻밖의 여정>

그래서 그린 스크린 앞에서 홀로 연기해야 했던 이안 맥켈런이 "This is not why I became an actor"(이건 내가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네요. 하필 그때 마이크도 켜져 있어서 촬영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대배우의 고통을 들었다고 하니, 어쩐지 더 서글퍼집니다.

그래도 명배우답게 새로운 도전을 계속합니다. 최근 <미녀와 야수> 실사영화에 출연해 (충격적으로 귀여운) 호연을 펼쳤는데요, 애니메이션과도 꽤 인연이 깊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에서는 프롤로 역으로, <타잔>에서는 클레이튼 역으로 고려됐었다고 하네요. 음, 이안 맥켈런의 'Hellfire'였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엑스맨> 시리즈를 제외하면 맨중맨 휴 잭맨과 호흡을 맞춘 유일한 작품도 애니메이션 <플러쉬>라고 하네요.

<타잔>의 클레이튼 / <노틀담의 꼽추> 프롤로 / <플러쉬> 녹음 현장의 이안 맥켈런

이안 맥켈런은 또 채식주의자이기도 한데요, 환경문제 때문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어느날 동물 사체를 목격하면서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템스강에서 물에 떠밀려 온, 모양조차 알 수 없는 사체를 우연히 물결에 휩쓸려 갈 때까지 지켜본 그는 "그 뒤로 24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고, 다시 뭔가를 먹을 수 있게 됐을 때도 고기는 마주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네요. 

과거 리처드 해리스가 타계한 후 <해리 포터> 시리즈의 덤블도어 역을 제안받기도 했는데요, 당시에는 "하나의 전설이 되는 것도 어려웠는데 두 개를 바라는 건 과욕이다"라며 거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터뷰에서는 "리처드 해리스가 생전에 내게 '오메가 시계처럼 기술적으로 훌륭하지만 열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나를 인정하지 않은 배우의 역할을 이어받을 수 없었다"고 거절 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리처드 해리스 / 마이클 갬본

그는 이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하지 못한 게 서운하진 않다. 나는 진짜 마법사니까"라고 유머러스하게 정리했습니다. 결국 이후 덤블도어 역은 마이클 갬본에게 돌아갔는데요,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걸 생각하면 이안 맥켈런의 선택이 타당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의미로 '비주얼 깡패'

여전히 연극 무대에서도 현역인 이안 맥켈런의 가장 유명한 일화는 '노숙자'일 겁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리허설을 하던 중 무대 의상을 입은 채 밖에서 쉬었다는데요, 그때 지나가던 행인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동전을 던져줬다고 합니다. 보통 기분 나쁠 법도 한 상황이지만 역시 대배우답게 이안 맥켈런은 "호주는 인심이 좋다"는 발언도 하며 그 동전을 행운의 부적으로 여기며 보관하고 있다고 하네요. 참고로 이때 공연에는 '환상 호흡' 패트릭 스튜어트와 '닥터 맨해튼' 빌리 크루덥이 함께했습니다. 연극계의 어벤져스급

옆집 할아버지 같은 묘한 친근함이…

벌써 올해 78세인 이안 맥켈런, 하지만 연기를 향한 열정은 여전해 늘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스크린에서, 무대에서 열연을 보여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찡긋)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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