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연극 <동승>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1995년 단역으로 영화 데뷔 후 지금은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배우 송강호. 명실상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며,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얼굴로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소화해내는 그! 데뷔 시절부터 현재까지 작품 속 눈에 띄었던 캐릭터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전부 다 다루지 않았는데도 너무나 많은 것이 함정..! 어쨌든 어떤 작품들이 있나 함께 볼까요? 출-발!


송강호는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하며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연극과 단편영화에 출연하다,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본격 충무로에 입성하게 되죠. 영화에서 효섭 역할로 출연하는 김의성의 추천으로 효섭의 동창생 중 한 명으로 출연했습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감독 홍상수

출연 김의성, 박진성, 조은숙, 이응경

개봉 199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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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듬해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에서 깡패 판수를 연기하며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연기 잘하는 진짜 깡패를 캐스팅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

초록물고기

감독 이창동

출연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개봉 199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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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고기>를 인상 깊게 본 송능한 감독은 <넘버 3>에서 그에게 또 한 번 깡패 역할을 줍니다. 불사파 보스 조필 역을 맡아 특유의 더듬는 말투와 사투리를 구사했는데요. 이는 그해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성대모사를 할 정도로 유명하죠. 이 작품으로 그는 대종상 신인남우상,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자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됩니다.

넘버 3

감독 송능한

출연 한석규, 최민식, 이미연

개봉 199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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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첫 원톱 주연작이죠. <반칙왕>을 통해 그는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하게 되지만, 캐스팅 당시만 해도 전작인 <쉬리>에 잘 융합되지 못하며 미스 캐스팅 평가를 받고 있었을 때라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은 꽤나 모험적인 시도였다고 하는데요.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을 자신의 의도대로 가장 재밌게 만들 수 있는 배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송강호 한 사람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믿음이 송강호를 지금의 자리에 앉히게 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반칙왕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장진영

개봉 200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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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3>와 <반칙왕>의 영향으로 코미디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송강호였지만,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오경필 중사를 연기하며 그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전작을 함께 한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그의 얼굴에서 진정한 페이소스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영화는 그야말로 대박! 589만 관객을 동원하며, 송강호는 대종상 영화제·디렉터스컷 시상식·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죠.

공동경비구역 JSA

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개봉 200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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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복수는 나의 것>으로 또 한 번 박찬욱 감독과 만났습니다. 사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당황스러워 처음엔 거절했다고 하죠. 그가 맡은 역할은 류(신하균)가 유괴한 아이의 아버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의 중심에 있는 역할이었는데요. 신하균이 출연 결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그런 영화를 할 수 있냐며 "미친놈 아니에요?"라고 했다는 후문ㅋㅋㅋ 하지만 결국 배우라면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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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봉준호 감독과 만나게 됩니다. <살인의 추억>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송강호는 지역토박이 박두만 형사를 연기하죠.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영화 속 명대사 "밥은 먹고 다니냐?" 외에도 영화 곳곳에서 연기력 폭발! 영화는 500만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송강호는 또 한 번 그해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휩쓸다시피 합니다.

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김상경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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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년 후 <괴물>을 통해 다시 한번 봉 감독과 만나 천만 배우로 등극하게 됩니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나고 현서(고아성)가 납치되며 그의 가족들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영화로, 송강호는 현서의 아빠 강두를 연기했는데요. 조금은 어수룩하지만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고, 디렉터스컷 시상식·아시안필름어워드·황금촬영상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괴물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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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으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던 한재림 감독과는 <우아한 세계>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간 여러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조폭, 샐러리맨, 아버지의 모습을 총망라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는데요. 가족을 위해 조직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가정에서도 조직에서도 뜻대로 되는 것이 없는 인구의 모습을, 아니, 우리나라 대다수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흥행은 저조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큰 호평을 받았고, 다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우아한 세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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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주인공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밀양> DVD 코멘터리를 들어보면 전도연보다 송강호에 대한 칭찬이 더 많다는 후문입니다. 이창동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굉장히 머리가 좋고, 배려를 많이 하고, 전체를 다 보고 있는 배우라고 말했고, 전도연 또한 이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봉준호,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 최고의 영화로 <밀양>을 꼽기도 했죠. 특히 박찬욱 감독은 교회 앞에서 주차 정리하는 장면이 예술이었다고!

밀양

감독 이창동

출연 전도연, 송강호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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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작품 <박쥐>. 사실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때 이미 <복수는 나의 것>과 <박쥐> 얘기를 나눴다고 하죠. <박쥐>에서는 흡혈귀가 된 신부 상현 역할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송강호의 연기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시킨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데요. 박찬욱 감독은 영화 속 상현이 태주(김옥빈)에게 자신의 처지에 대해 구구절절 장광설을 늘어놓는 장면에서 가장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애초 의도는 물론 생각지 못한 뉘앙스까지 송강호가 살려냈기 때문이었죠.

박쥐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김옥빈

개봉 200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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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만나 친구가 되는 국정원 요원과 남파 공작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의형제>.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10년 전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었던 때가 생각났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10년 전과 다르게 분단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좋았다고 하죠. 그동안 송강호가 보여준 역할들과 비슷한 듯하지만, 송강호만의 연기로 표현해내며 영화 또한 흥행에 성공합니다.

의형제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강동원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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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 작품임과 동시에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해 더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죠. 물론 그 중심엔 송강호가 있었구요. 그는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 설국열차의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를 연기했는데요. 열차 맨 뒤쪽의 꼬리 칸에서 맨 앞의 엔진 칸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했죠. 934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작 <푸른소금> <하울링>의 부진을 완전히 만회했습니다!

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알리슨 필, 고아성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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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송강호지만 데뷔 이래 한 번도 사극에는 출연한 적이 없었는데요. 한재림 감독과 두 번째 만난 <관상>에서 첫 사극에 도전했습니다. 천재 관상가 내경으로 분해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이종석, 조정석 등과 호흡을 맞췄죠. 영화는 <설국열차>에 이어 또 한 번 900만 관객을 넘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관상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김혜수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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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송강호에게 의미 있는 해였죠. <설국열차>가 첫 할리우드 배우들과의 작업, <관상>이 첫 사극 도전이었다면, <변호인>은 첫 실존 인물 바탕의 영화입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였던 시절 1980년대 초 부산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사건과 인물을 재구성한 작품인데요. 송강호는 변호인 송우석 역할을 맡았었죠.

이에 대해 그는 "<변호인>만큼 배우의 기능적 능력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굉장히 다변화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만날 기회는 평생 연기하면서 한두 번 오거나 아예 못 만날 가능성도 높다"면서 "전도연에게 <밀양>이 있었다면, 송강호에게 <변호인>이 있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그의 만족도는 흥행으로 직결되어 그의 두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또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을 포함한 8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죠.

변호인

감독 양우석

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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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꼭 한 편씩, 많게는 두세 편씩 작품을 들고 찾아왔던 그가 <변호인> 이후 2년 만에 <사도>로 찾아왔습니다. 천만 감독 이준익과 천만 배우 송강호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었죠. 2013년에 주연 작품을 연달아 3편 찍으며 쉼 없이 달렸기에 2014년 상반기는 쉬겠다고 했으나, 이준익 감독의 러브콜과 작품에 대한 신뢰로 출연 결심을 했다는 후문!

익히 알려진 대로 <사도>는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송강호는 영조를 연기했습니다. 아버지 역할은 많이 맡아왔지만 아버지이기 전에 한 나라의 임금이고 군주인 영조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와 우려가 많았는데요. 역시 국민배우는 달랐습니다. 외형적인 모습부터 내면의 감정선, 목소리까지 변화시키며 그야말로 명연기를 보여주었죠.

사도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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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네 번째 만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밀정>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영화로, 그는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 역할을 맡았는데요. 적인지 동지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얼굴로 다음 행보를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의 모습을 잘 표현했죠. 그리고 송강호는 이 시기 오직 주연작만으로 누적 관객 수 1억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밀정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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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작인 <택시운전사>에서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태워주는 택시 운전사 김만섭 역할을 맡았는데요. <의형제> 이후 장훈 감독과의 두 번째 만남이죠. 이번에도 송강호는 가장 서민적이고 평범한 소시민의 얼굴로 실존 인물 김사복을 스크린에 불러냅니다. 

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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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으론 <마약왕>과 <기생충>이 있습니다. 지금도 부산에서 촬영 중인 <마약왕>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1970년대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자 마약계의 최고 권력자였던 이두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구요.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만나는 작품 <기생충>은 아직 시나리오가 나오진 않았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음엔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에 신작이 가장 기다려지는 배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캐릭터의 얼굴을 담아내는 송강호의 모습을 기다리며 우린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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