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수많은 영화상이 있고, 편파적이란 평을 듣는 아카데미더라도, 당연히 상을 받는 배우에겐 영광일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배우들 중에도 아카데미 '무관'에 빛나는 배우들도 있는데요. '진짜 이 사람이?' 싶은 배우들을 모아봤습니다.
※ 아래 순위는 ranker.com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으로 한정합니다. 대체로 주연상이 많은 관계로 조연상을 별도로 표기합니다.
#15 빌 머레이 노미네이트|<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2004년 76회)
15위에 등극한 건 빌 머레이입니다. 국내에선 그렇게 인기가 많은 배우는 아니나 <고스트 버스터즈>나 <미녀 삼총사>로 얼굴은 익은 배우죠. 페이소스를 잘 짚어내는 특유의 캐릭터 연기로 인기가 많습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최초이자 최후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입니다. <사랑의 블랙홀>이나 <로얄 테넌바움>, <브로큰 플라워> 등에서 받은 호평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평가이긴 합니다.
<트루먼 쇼>, <설국열차>로 국내에서도 "어! 저 아저씨!"라며 반기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입니다. <더 록>,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등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일품이지만, 후보에 오른 건 빼어난 감정연기를 선사한 드라마 장르입니다. <폴락>은 직접 연출까지 한 작품인데, 아쉽게도 <글레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2013년에 타계한 명배우 피터 오툴은 8번이나 노미네이트됐지만 끝내 수상에 실패했습니다. 영화 팬들에겐 T.E.로렌스(<아라비아의 로렌스>) 하나만으로도 길이 남은 배우인데도 말이죠. 이후 아카데미는 2003년 그에게 공로상을 안기며 경의를 표했습니다. 에디터는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으로 처음 만났는데요, 그 짧은 분량에도 피터 오툴의 눈빛에 감격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12 사무엘 L. 잭슨 노미네이트|<펄프 픽션> (1995년 67회 남우조연상)
누적 흥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배우, 사무엘 L. 잭슨입니다. 장르 영화 출연이 잦다보니 아무래도 아카데미와는 거리가 좀 있죠. 하! 지! 만! 베를린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재키 브라운>은 물론이고 <장고: 분노의 추적자>, <헤이트풀 8>이 노미네이트도 되지 못한 건 편파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실제로 <헤이트풀 8>이 나온 2016년 88회 아카데미 당시 '백인들의 잔치'란 비난을 받으며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11 클린트 이스트우드 노미네이트|<용서받지 못한 자> (1993년 65회),<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5년 77회) 수상|1995년 67회 어빙 탤버그 상
그는 한 장르의 상징입니다. <더티 해리> 시리즈와 '스파게티 웨스턴' 블론디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거친 남자 그 자체였죠. 하지만 장르물에 다소 냉소적인 아카데미는 '감독'으로서의 그에게만 상을 안겨줬습니다. 자신이 가진 '카우보이' 이미지를 계승한 <용서받지 못한 자>로도 수상에 실패하고, 자신의 보수적인 성향을 캐릭터로 승화한 <그랜 토리노> 월트 역은 아예 노미네이트되지도 못했고요. 그나마 프로듀서로서 경의를 표하는 어빙 탤버그 상을 받았지만, 배우로서는 무관이란 점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10 브래드 피트 노미네이트|<12 몽키즈> (1996년 68회 남우조연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9년 81회), <머니볼> (2012년 84회)
한때 꽃미남이었던 배우들은 오스카와 악연이 있는 걸까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4전 5기로 수상에 성공했지만,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무관의 배우입니다. 심지어 노미네이트된 작품도 적어 더 씁쓸하네요. <파이트 클럽>, <스내치>, <빅 쇼트> 등 연기력으로도 입증받은 작품들이 꽤 있는데 말이죠. 제작자로 변신한 후 꾸준히 수작을 만들어내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배우인 만큼 연기상에서도 성과를 거두길 바라봅니다.
#9 해리슨 포드 노미네이트|<위트니스> (1986년 58회)
한술 더 뜨는 분이 나왔습니다. 누적 흥행 순위 2위의 배우지만 수상은커녕 노미네이트조차 단 한 번뿐인 해리슨 포드입니다. 해리슨 포드가 상대적으로 캐릭터 연기에 강하고, 장르 영화 출연이 많긴 합니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봐도 마땅히 아쉬운 작품은 없긴 하거든요. 영화 팬들의 투표인 만큼 어느 정도는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겠지만, 대체 불가능한 배우와 캐릭터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마저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않은 건 의문입니다.
#8 앨런 릭먼 노미네이트| 無
어느덧 스네이프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앨런 릭먼은 <다이 하드>의 한스 그루버 같은 악역부터 <러브 액츄얼리>의 해리, <해리 포터> 시리즈의 가장 복잡한 캐릭터 세베루스 스네이프까지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미국 아카데미는 한 번도 후보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네요. 불현듯 앨런 릭먼의 심드렁한 말투, 굵은 목소리가 그리워지네요.
#7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노미네이트|<채플린> (1993년 65회), <트로픽 썬더> (2009년 81회)
이제는 토니 스타크가 먼저 생각나는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그마치 27살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릅니다. 그것도 전설적인 찰리 채플린을 연기해서요. 하지만 <여인의 향기> 알 파치노에게 수상의 영광을 넘기게 되죠. 이후 알려진 대로 약물 중독으로 허덕이다가 2000년대 중반에 재기하면서 연기력에 작품 센스도 넘치는 배우로 거듭납니다. 이후 노미네이트된 영화가 코미디물 <트로픽 썬더>라는 것도 참 웃픈 일이네요.
#6 리암 니슨 노미네이트|<쉰들러 리스트> (1994년 66회)
영화에서 압도적인 존재로 자주 그려지는 리암 니슨은 <쉰들러 리스트>로 스타가 됐고, 연기력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작품상을 받는 순간에도 리암 니슨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죠. <마이클 콜린스> 마이클 콜린스, <킨제이 보고서> 알프레드 킨지, <더 그레이> 오트웨이 등 주연은 물론,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콰이곤 진, <나니아 연대기> 아슬란, <사일런스> 페레이라 신부 등 조연으로도 맹활약했지만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상복도 절친 따라가나요(...). 리암 니슨과 마찬가지로 <쉰들러 리스트>에서 수상을 실패한 랄프 파인즈는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남우주연상에도 도전했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총 12부문에 노미네이트돼 9부문을 수상했으나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은 그 안에 들지 못했죠. <콘스탄트 가드너>나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심지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조차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4 이안 맥켈런 노미네이트|<갓 앤 몬스터> (1999년 71회),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 (2002년 74회 남우조연상) 수상|2006년 베를린 영화제 명예 황금공상
1999년 71회 아카데미는 종종 '최고의 실수'로 언급되곤 합니다. 일단 작품상이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게 돌아갔고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덕분에 이안 맥켈런(과 <아메리칸 히스토리 X>의 에드워드 노튼)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죠. 에디터 역시 <인생은 아름다워>의 팬이지만 확실히 아카데미란 상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다소 의아한 선택이긴 하죠. 그 결과 이안 맥켈런은 간달프로 조연상에 한 번 오를 뿐, 지금껏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한 '1999년의 실수'에 들어간 에드워드 노튼입니다. 데뷔작 <프라이멀 피어>부터 남우조연상에 올라 '떡잎'을 드러냈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습니다. 역대급 연기였다는 <아메리칸 히스토리 X>는 물론이고, <파이트 클럽>이나 <킹덤 오브 헤븐>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죠. <버드맨>은 작품의 위상에도 불구, <위플래시>의 J.K.시몬스가 후보로 있었기에 에디터를 포함한 어떤 팬도 기대하지 않았고요(...).
분장 뒤에서도 연기력으로 작품을 이끄는 조니 뎁, 지금 보니 한창 "연기 잘한다"는 호평이 자자할 때의 작품들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출세작인 <가위손>이나 <길버트 그레이프>, <에드 우드>, <데드 맨>, <도니 브래스코> 등등…. 그나마 흥행스타로 거듭났던 <캐리비안의 해적>부터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죠. 요즘 조니 뎁의 행보로 봐선 앞으로도 상을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이네요.
#1 게리 올드만 노미네이트|<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2년 84회)
이 모든 무관의 명배우를 제친 1위는 게리 올드만입니다. <시드와 낸시> 시드 비셔스, <J.K.F.> 리 하비 오즈월드, 그리고 <레옹>의 스탠스필드, <에어포스 원> 이반 코슈노브, <제5원소> 조르그, <한니발> 메이슨 베르거, <해리 포터> 시리우스 블랙 등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과 형언할 수 없는 연기력으로 '변신의 귀재'그리고 통수의 제왕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만이 노미네이트됐습니다. 조지 스마일리로 출연한 그는 이중첩자를 잡아야 하는 임무의 강박과 집요한 성격을 표현해 수상의 가능성을 높였지만 <아티스트> 장 뒤자르댕에게 상이 돌아갔습니다. 현재 개봉을 앞둔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을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니 올해에는 꼭…!
추가
[다키스트 아워] 게리 올드만 주연 첫 북미 트레일러 공개
씨네플레이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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