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가 자신의 주무기를 들고 돌아왔다. 김윤석은 <남한산성>에서 김상헌으로 출연, 최명길로 분한 이병헌과 맞붙는다. 스크린에서 주목받은 이래 꾸준히 남성 투톱 영화에서 단연 최고의 타율을 보였던 김윤석, 그의 '남남케미'사를 들여다보자.

-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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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황동혁
출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개봉 2017 대한민국
추격자 (2008)
파트너|하정우 흥행 성적| 504만 명
김윤석은 첫 투톱 영화인 <추격자>에서 하정우와 대결구도를 이룬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심지어 선과 악이 아닌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구도는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청소년관람불가인데다 잔인한 묘사들이 넘쳐나지만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추격자>의 성공은 두 배우를 대세 배우로 만들었고, 한국 스릴러 영화 붐을 일으켰다. 이전에도 김윤석은 <천하장사 마돈나>, <타짜> 등으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남남케미'의 출발선을 끊은 건 단연 <추격자>라 할 수 있다.

- 추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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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 하정우
개봉 2008 대한민국
거북이 달린다 (2009)
파트너|정경호 흥행 성적|302만 명
<추격자>의 성공 이후 김윤석이 택한 영화는 <거북이 달린다>였다. 남성 투톱 영화에 '탈옥수를 잡으려는 형사'란 스토리는 <추격자>의 답습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모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스릴러와 코미디를 모두 설득력 있게 조합한, 전혀 다른 영화였다. 조필성 형사로 분한 김윤석은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로 영화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균형 잡힌 장르적 재미와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모았고,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개봉한 이후에도 롱런하며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 거북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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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연우
출연 김윤석, 정경호, 견미리, 선우선
개봉 2009 대한민국
전우치 (2009)
파트너|강동원, 백윤식 흥행 성적|606만 명
최동훈 감독과 김윤석은 상부상조한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형사로 출연한 김윤석에게 애드리브를 허용하는 등 그의 자질을 높이 샀고, 김윤석은 이에 보답하듯 <타짜>에서 아귀 역으로 역대급 악역 포스를 과시해 영화의 흥행을 도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전우치>로도 이어졌다. <전우치>의 중심은 강동원과 유해진 콤비에게 있었고, 실제로 그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작품의 호쾌한 맛을 더했다. 김윤석은 화담의 카리스마로 그들의 코미디를 맞받아치며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백윤식과의 대화 장면에서부터 마지막 대결 장면까지, 단 한 수도 물러나지 않는 화담의 성격으로 <전우치>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 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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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동훈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개봉 2009 대한민국
황해 (2010)
파트너|하정우, 조성하 흥행 성적|216만 명
<추격자>의 트로이카가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구도를 바꿔 하정우가 착한데 나쁜 놈 '구남'으로, 김윤석이 둘도 없는 나쁜 놈 '면정학'으로 등장했다. <황해>를 기대하지 않은 영화 팬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영화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하나의 난장판을 형성하는 <황해>는 <추격자>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외면당해 나홍진 감독의 유일한 흥행 실패작이 됐다. 물론 두 배우의 연기는 호평 일색이었는데, 특히 김윤석의 면정학은 당시 개그로 사용되던 연변 사투리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드러내고 뼈가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묵직한 액션들을 선사하며 연기 내공을 과시했다.

- 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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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홍진
출연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개봉 2010 대한민국
완득이 (2011)
파트너|유아인 흥행 성적|531만 명
그동안 대립각에서 발생했던 '남남 케미'라면 <완득이>는 두 인물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 속 케미스트리를 발산했다. '얌마 도완득'이란 명대사를 남긴 동주는 '악당'과 '아버지'에 매몰돼가던 김윤석의 이미지를 환기시켰고, 연기력 또한 입증한 역할이다. 그의 생활연기는 카리스마 뒤에 숨겨져 있던, 조연으로 출연한 <시실리 2km>나 <범죄의 재구성>을 다시 상기시켰다. 이는 사회의 소수자들을 살펴보는 영화의 따듯한 시선과도 맞아떨어져 흥행에도 성공했다. 무엇보다 김윤석 스스로도 '인생작'이라고 말할 정도니 그의 '남남케미'만이 아니라 연기에서도 뺄 수 없는 영화다.

- 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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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한
출연 김윤석, 유아인
개봉 2011 대한민국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파트너|여진구 흥행 성적|239만 명
김윤석이란 이름에 '아버지'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영향일 것이다. 5명의 범죄자들, 그중에서도 가장 냉혹하고 과묵한 석태는 화이(여진구)에게 가장 무서운 아버지다. 석태의 강압적인 태도는 관객들에게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의 표상이자 모든 게 억압되고 통제되던 군부독재 시절의 잔상으로 남았다. 화이가 왜 석태만을 '아버지'라고 부르는지 김윤석의 연기만으로도 납득이 될 정도였다. 흥행 성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청소년관람불가란 패널티에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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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여진구,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
개봉 2013 대한민국
극비수사 (2015)
파트너|유해진 흥행 성적|286만 명
<극비수사>는 모두에게 터닝포인트였다. 곽경택 감독은 이 영화로 부일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고, 유해진은 웃음기 하나 없는 연기로도 흥행작을 만들 수 있다고 증명했다. 김윤석은 그동안 스릴러 출연작과 대조적으로 <완득이> 이후 전무했던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흥행작을 기록했다. 1978년 사건 속 형사이자 실존 인물 공길용으로 분한 김윤석은 김중산(유해진)과 대립하면서도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점차 그를 신뢰하게 되는 인간적인 형사상을 보여줬다.

- 극비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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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곽경택
출연 김윤석, 유해진
개봉 2015 대한민국
검은 사제들 (2015)
파트너|강동원 흥행 성적|544만 명
김윤석의 '남남케미' 정점은 <검은 사제들>이다. <전우치> 이후 다시 만난 강동원과 김윤석은 '한국 영화 최초 엑소시즘' 영화를 50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김윤석은 김범신 신부로 출연, 최 부제의 멘토이자 이영신의 정신적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꼴통 신부'라고 불리지만 퇴마를 위해 우직하게 행동하는 김 신부는 김윤석이 가진 이미지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캐릭터였다. 김윤석과 강동원은 물론이고, 이영신 역의 박소담까지 세 배우의 연기가 영화 전체를 묵직하게 채워 여타 공포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 검은 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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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재현
출연 김윤석, 강동원
개봉 2015 대한민국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6)
파트너| 변요한 흥행 성적|116만 명
<극비수사>, <검은 사제들> 이후 김윤석은 연이어 투톱 영화를 선택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을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 원작, 김윤석과 변요한의 만남 등 색다른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개봉 직후 간신히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나 흥행엔 실패했다. 2인 1역,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에 흥행 실패까지, 김윤석의 2014년 출연작 <쎄시봉>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김윤석과 변요한의 케미도 좋았고, 김윤석과 김상호 콤비의 연기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의 실패로 김윤석의 '남남케미 만능설'은 막을 내렸다…

-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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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홍지영
출연 김윤석, 변요한, 채서진
개봉 2016 대한민국
남한산성 (2017)
파트너|이병헌
…고 생각했으나 <남한산성>에서 이병헌과 김윤석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또 한 번 그의 '남남케미 만능설'에 기대를 걸게 만들었다.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은 청나라에 굴복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대립한다. 그야말로 '말'로 왕을 설득해야만 하는 두 인물의 상황은 김윤석과 이병헌의 연기력을 엿보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남한산성>은 김윤석에게 첫 전통 사극 도전이지만, '도전'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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