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해도 벌써 네 번째 작품입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택시운전사>, <시인의 사랑> 그리고 <희생부활자>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성실히 관객에게 얼굴 도장 찍는 중인 배우 전혜진입니다. <불한당>으로 제 70회 칸국제영화제에 다녀왔고, 특별출연으로 얼굴을 비춘 <택시운전사>는 천만 관객을 거머쥐었죠. 배우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보상받는다는 듯이 작품 속에서 승승장구 중인 그녀가 걸어온 길을 정리해봤습니다.

우연한 데뷔로 '대학로 전지현'이 되기까지
<죽이는 이야기>

상명대학교 영화과를 전공했지만 배우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카페에서 여균동 감독과 만난 게 인연이 되어 <죽이는 이야기>(1998)로 스크린 데뷔합니다. 그 후 <죽이는 이야기>의 각본가 이상우로부터 극단 차이무에 들어올 것을 권유받습니다. 동네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하며 순수한 모습을 가진 '춘자'는 그의 마음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죠. 연극 <통일 익스프레스>, <돼지 사냥>으로 활발히 활동을 이어갔고, '대학로 전지현'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연극판에서 인기를 쌓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배우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기에 영화든 연극이든 '전이다'라는 예명을 사용했습니다. <죽이는 이야기>의 크레딧에서 '전혜진' 이름을 찾을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죽이는 이야기

감독 여균동

출연 문성근, 황신혜, 이경영

개봉 199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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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쥬스>
<안녕, 형아>

본명 전혜진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정글 쥬스>(2002)부터입니다. 부산 자갈치 공주파 양아치 '멕'을 맡아 장혁, 이범수, 손창민에 밀리지 않는 액션을 선보였죠. 촬영을 마친 후,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업이 재밌다는 생각을 했고 본격적으로 영화배우로 활동하기로 다짐합니다.

정글 쥬스

감독 조민호

출연 장혁, 이범수, 손창민, 전혜진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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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그 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에선 무혁(소지섭)의 쌍둥이 누나 윤서경으로 이목을 끌었고,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그놈 목소리>(2007),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까지 성실히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감독 이형민

출연 소지섭, 임수정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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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목소리

감독 박진표

출연 설경구, 김남주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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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과 7년의 연애 끝에 결혼

2009년, 7년간의 연애 끝에 배우 이선균과 결혼을 합니다. 2003년부터 시작된 그들의 연애는 <죽이는 이야기> 속 전혜진의 연기에 반한 이선균의 팬심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막 활동을 시작해 신인 배우였던 이선균이 같은 극단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그녀가 있는 회식자리에 따라가 연락처를 물어본 것이 둘의 첫 만남이 되었습니다.

"제가 방송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한 건데요. 배우 전혜진은 제가 대학생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좋아했던 배우고, 훌륭한 배우예요."
(이선균, 여성동아)

연극계 스타였던 전혜진과 <파스타>로 인기 급부상 중이던 이선균. 활약하던 분야는 달랐지만, 함께 작품할 기회가 오게 됩니다. 한번 더 이상우 각본가와 인연이 되어 연극 <러브, 러브, 러브>(2013)에서 극 중 부부를 연기했죠.

배우의 길을 멈추려고 했던 순간

<러브, 러브, 러브> 출연 당시는 그녀가 배우의 길을 멈추려고 했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두 아이 육아에 지쳐 배우생활에 대한 고민이 많아 공백기를 가졌던 때였죠. 결혼 후 상실감에 빠진 인물 '산드라'는 자신의 고민과 맞닿았던 부분이 있었기에 출연을 결심합니다.

당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기에 <더 테러 라이브>(2013)의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땐 감독에게 "저를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며 "다른 배우를 찾아보라"고 했을 정도였죠.

“여자들은 조금 다르잖아요. 제 자신을 찾고 싶다는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하고 좋은데,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탓해서도 안 되는 공허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혜진, 여성동아)
<더 테러 라이브>

결국 <사도>(2015)를 끝으로 배우 생활을 그만하기로 결심합니다. 오죽했으면 이준익 감독에게 촬영 내내 "저 이거 마지막 작품이에요"라고 말했을 정도라고요.

사도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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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내가 죽인 거 아니지?" 친아들 사도세자(유아인)가 죽도록 일조한 인물이자 동시에 죄책감을 떨칠 수 없어 슬퍼하던 어머니 영빈. 당시 혜경궁 홍씨(문근영)에게 말하며 오열하던 장면은 맨정신으로 찍을 수가 없어서 스태프가 사온 소주를 마셨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무시무시했습니다. <사도>로 2015년 36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영빈의 눈빛엔 슬픔의 정서가 담겨 있었죠.

이런 그녀가 '마지막 작품'이라는 말을 했을 때 전혜진을 다독여준 건 이준익 감독이었습니다. 둘은 현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영화와 인생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녀가 영화를 대하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죠.

"이준익 감독님이 조연은 조연의 역할이 있고, 단역은 단역의 역할이 있다고 하더라.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앞으로는 정말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살 생각이다."
(전혜진, 스타뉴스)
2017년의 전혜진
<희생부활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7년은 단연 전혜진에게 주목하게 된 해입니다. <불한당>에서 "성희롱을 손으로밖에 못하시네", "안녕, 얘들아~" 같은 다양한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마약 조직의 2인자 재호(설경구)를 검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집착하는 천인숙 경찰팀장 역을 맡았습니다. <더 테러 라이브>의 테러 담당 경찰부터 최근 개봉한 <희생부활자>의 범죄 심리 추적 경찰까지, 남성이 주로 맡아왔던 역할들을 해내며 스크린 속에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뽐낼 수 있는 건 전혜진만의 힘입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 임시완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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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세를 받아낼 땐 단호하지만 만섭(송강호)의 딸 은정에게는 국을 챙겨주는 <택시운전사> 속 츤데레 ‘상구 엄마’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잡아 끌었습니다. <시인의 사랑>에서는 돈도 없고 무욕의 상태인 시인 남편의 모든 걸 받아주는 인정 넘치는 아내로 그려지기도 했죠.

"표현하고 싶은 점이 보이면 그 어떤 작품도 가리지 않겠다." <불한당> 개봉 당시 그녀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아직 차기작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더욱 다채로워질 그녀의 면모를 주목해도 좋겠습니다.

<택시운전사>
더 테러 라이브

감독 김병우

출연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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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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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부활자

감독 곽경택

출연 김래원, 김해숙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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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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