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창원 출연 현빈,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 되기엔 기술 부족이지만
★★☆
15년 전에 나왔다면 영화판의 진짜 이 됐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범죄의 재구성>(2004)부터 최근 <마스터>(2016) <원라인>(2017)까지 무수히 많은 범죄물이 휩쓸고 간 세월 아닌가. 앞서 등장한 범죄물들과 차별화되기엔, 이 영화가 구사하는 사기의 기술은 그리 독창적이지도 세련되지도 않다. 그럼에도 흥행이 될 법한 재료들을 재조합해서 지루하지 않게 비벼냈다는 점에서 킬링타임오락영화로서의 성과마저 저평가할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모험정신 대신 안전한 길만 선택한 결과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꾼이 만든 솜씨는 아니다
★★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 검사와 사기꾼이 서로의 패를 감춘 채 손을 잡기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하는 긴장 관계와 막판 반전이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 아쉽다. 몇몇 대목에선 관객에게 패를 들키기도 하고,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상당 부분 배우들의 힘이 이끌어간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과속방지턱 같은 자잘한 반전 끝에 도달한 순진한 상상
★★☆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사기꾼 잡기 위한 사기꾼들이 모인다. 사기꾼들의 판인 만큼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를 취하는데 설정이 정교하진 않지만 속도로 자잘한 구멍들을 가린다. 2시간 동안 붙들어주는 건 성공적이지만 전체적인 빈약함은 어쩔 수 없다. 결정적 한 방이나 거대한 판이 없어서 다소 맥이 빠지는데다 배우들이 각자 기능적인 역할만 담당할 뿐 그 이상의 매력이 없다. 그나마 춘자 역의 나나가 빛난다. 나쁜 놈들 혼내주는 상상을 낭만적으로 투사한, 목적에 충실한 팝콘무비.

감독 장창원

출연 현빈,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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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감독 에드워드 양 장첸, 양정이

송경원 <씨네21> 기자
영화에게 허락된 모든 것을 비추는 손전등 하나, 딱 그만큼의 진실
★★★★★
26년 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대표작. 대만의 역사, 대만인의 현실을 녹여낸 에드워드 양의 타이베이 3부작의 마지막 작품.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년과 소년의 가족, 또래 집단의 불안과 방황을 형상화한 거대한 프레스코화. 영화가 역사, 기억, 현재, 개인을 묘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식이 집약된 걸작.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큰, 오직 영화적인 표현들. 이 영화에 대한 어떤 수식어를 더해도 본질에서 멀어질 뿐이다. 다만 영화 역사의 페이지가 얼마나 두꺼워지건 이 영화가 반드시 봐야할 영화 리스트에서 빠질 일은 없다는 것 정도는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한 가지 당부하자면 반드시 스크린에서 보길 권한다. 모든 장면이 아름답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4시간
★★★★☆
3시간 57분이라는 러닝타임 앞에서 위축되지 말자. 물론 보면서 한두 번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적잖은 등장인물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여러 관계 때문에, 초반엔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새 그 세계에 젖어들게 될 것이고, 에드워드 양 감독이 만들어낸 화면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미 본 영화광들도 있겠지만,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정말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감독 에드워드 양

출연 장첸, 양정이

개봉 1991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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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열정
감독 테렌스 데이비스 출연 신시아 닉슨, 제니퍼 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시를 남긴 시인, 시가 된 영화
★★★☆
에밀리 디킨슨의 삶은 그다지 극적이지 않다. 그의 인생을 구성했던 것은 가족과 집 그리고 시()가 전부다. 결국 이 영화는 시인의 삶과 고통을 그가 남긴 시를 통해 충실하게 접근하는 법을 택했다. 그러면서 디킨슨의 시는 기독교 중심의 가치관을 강요받고 여성이기에 많은 것을 박탈당해야 했던 시대를 통과했던 투쟁의 기록이며, 그럼에도 세상의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고 기록하고 싶어했던 선한 마음의 기록임을 아로새긴다. 고요하고 아름답다.

조용한 열정

감독 테렌스 데이비스

출연 신시아 닉슨

개봉 2015 벨기에,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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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감독 가와세 나오미 출연 미사키 아야메, 나가세 마사토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라는 빛이 있으라
★★★☆
소중한 것을 상실했다는 비슷한 상처가 있는 이들이 서로 교감하고 보듬어가는 과정. 통속적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 외피 안에는, 영화라는 매체가 우리에게 주는 감각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상기시키려는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꽉 들어차있다. 이 영화를 본다는 건 결국 빛과 소리가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과 그것들이 지닌 힘에 서서히 젖어가는 시간을 체험하는 것이다. 엔드 크레딧이 오르는 순간, 곧바로 이번에는 눈을 감고 시각을 차단한 채 이 영화를 온전히 다르게 감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진다.

빛나는

감독 가와세 나오미

출연 나가세 마사토시, 미사키 아야메

개봉 2017 일본,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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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어스 스킨
감독 그렉 아라키 출연 조셉 고든 레빗, 브래드 코베

이화정 <씨네21> 기자
지우거나, 헤집거나. 아물지 않는 상처
★★★☆
성폭력은 어떻게 피해자에게 각인되는가를 극명하게 탐구한 작품. 두 소년은 각자 다른 성장의 방식으로 자라지만, 모두 소아성애자 코치의 범행에 노출된 희생자들이다. 그렉 아라키 감독은 몽환적 기억과, 리얼한 현재를 교차시키며 두 소년의 심리 저변을 파고든다. 그렉 아라키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자, 그 중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두고두고 회자될 작품. 상처를 애써 지우려는 시도나, 그걸 헤집어보려는 시도나 둘 모두,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증거다. 2004년 제작 작품으로 국내에는 파격적 묘사로 개봉에 어려움을 겪은 작품.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음에도, 당시 신예 조셉 고든 레빗이 발산한 매력은 단숨에 영화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우리가 두고두고 사랑하는 한 배우의 탄생에 절대적인 인장을 새긴 작품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같은 기억, 다른 선택
★★★☆
느닷없이 찾아온 사건. 평생을 뒤흔들, 같은 기억을 공유하게 된 두 소년의 다른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감당하기 힘든 사건 앞에서 한 소년은 기억을 완전히 지우는 방법으로 도망가고, 또 다른 소년은 그 기억을 자신의 삶에 완전히 포개서 나아간다. 아동 성폭력을 다룬 무수히 많은 영화 사이에서 <미스테리어스 스킨>이 차지하는 위치는 조금 독특하다. 파격적인 묘사가 적지 않게 등장하는 탓에 결코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 끝에서 묘한 위로를 얻게 되는 미스터리함이 있다. 아역 출신인 조셉 고든 레빗은 이 영화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데, 그 이유를 12년 만에 확인했다. 2005년 북미 개봉작. 지금 봐도 충분히 흥미롭다.

미스테리어스 스킨

감독 그렉 아라키

출연 브래디 코베, 조셉 고든 레빗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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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감독 손태겸 출연 이이경, 정연주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청춘의 표정을 고스란히 비추는 영화
★★★★
2017년 단 한 편의 청춘 영화를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아기와 나>를 추천하겠다. 자기 한 몸 제대로 돌볼 줄 모르는 철부지 청년의 성장담에는 어떠한 편견도 작용하지 않는다. 막막한 밥벌이, 아픈 어머니, 못 미더운 여자친구, 어린 아기가 잘살아 보려고 하는주인공의 발목을 붙들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이 아닌 성장의 도약대로 값지게 기능한다. 손태겸 감독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섣부른 위로나 응원 대신 말간 거울을 비춘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끝끝내 정면돌파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이이경과 정연주의 얼굴이 증명한다.

아기와 나

감독 손태겸

출연 이이경, 정연주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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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른에게
감독 팽수혜 출연 주수나, 정흔의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꿈과 희망의 차이를 묻는다
★★★
홍콩 영화계와 연극을 넘나들며 연출, 작가, 배우로 활약하는 팽수혜 감독이 10년 동안 인기를 끈 자신의 1인극 <29+1>을 각색, 연출했다. 2005년을 배경으로 스물아홉 살 두 여성이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과정을 다분히 현실적이면서 긍정적으로 풀어나간다. 배우 장국영, 록 밴드 비욘드 등 1980년대 홍콩 문화를 추억의 정서로 녹여내 서른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친 관객까지 끌어안은 점도 사려 깊다.

나의 서른에게

감독 팽수혜

출연 주수나, 정흔의, 채한억

개봉 2017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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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516: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감독 백승우

이화정 <씨네21> 기자
동의보다는 다소 주입식 강의
★★☆
다행히 불발됐지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는 분명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애초 이 말도 안되는 시행령을 가능하게 만든, 문제적 정권이었다. 백승우 감독은 교과서 국정화 파행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정부의 오류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자료를 활용하여 조목조목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 자체가, 그 과정과 비판에 대한 하나의 교과과정처럼 보인다. 빠른 장면전환과 나레이션 등을 통한 일종의 강의를 통해 동의보다는 주입을 받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해지는 방식이다. 더군다나 교과서 국정화는 무산됐고, 정권은 교체된 지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의 어조는 다소 어색해 보인다. 지금의 변화가, 그 열망과 의지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전히 곱씹어볼 문제지만, 지난 파행의 역사를 지금 시점에서 다소 다른 방식으로 반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감독 백승우

출연 한홍구, 박한용, 김민철, 이준식, 하일식, 이동기, 안병우, 한상권, 김태우, 이동욱, 장수진, 장희도, 이인터, 김민석, 이한수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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