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리암 니슨 혹은 이제는 식상한 리암 니슨. 당신은 어느 쪽인가. 언젠가부터 리암 니슨 주연의 액션 영화가 관객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1월 24일 개봉한 <커뮤터>는 리암 니슨 주연의 또 다른 액션 영화다. 언제부터 북아일랜드 출신의 할아버지뻘 배우가 액션 배우가 됐을까. 리암 니슨의 액션 연대기를 써보려 한다.

- 커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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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자움 콜렛 세라
출연 리암 니슨, 베라 파미가
개봉 2017 영국, 미국
1980~90년대
1980년대 리암 니슨은 이름이 알려진 배우가 아니었다. 그가 주로 맡은 역할은 거친 남자였다. 리암 니슨은 1981년 존 부어맨 감독의 <엑스칼리버>로 데뷔했다. 아서왕 전설 속 원탁의 기사 가운데 한 명인 가웨인을 연기했다. 1984년 개봉한 멜 깁슨, 안소니 홉킨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의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에서 리암 니슨은 가장 싸움을 잘하는 수병 찰스 처칠 역을 맡았다. 1987년 <죽은 자를 위한 기도>에서는 IRA 병사였고, 1990년 <위대한 챔피언>에서는 배우가 되기 전 권투 선수 시절 경험을 살려 광산 노동자 출신 복서를 연기했다. 같은 해 리암 니슨은 샘 레이미 감독의 <다크맨>에서 다크맨을 연기하기도 했다. 1999년, 리암 니슨은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시작인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협>에서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 진을 연기했다. 오비완 캐노비의 스승이자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제다이로 키우려 했던 콰이곤 진은 다스 몰과의 결투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수병, 권투선수, 붕대를 감고 나타난 히어로, 제다이 마스터까지 연기했지만 아직 리암 니슨을 본격 액션 배우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시기 리암 니슨은 <쉰들러 리스트>의 오스카 쉰들러로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 엑스칼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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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부어맨
출연 나이젤 테리, 헬렌 미렌, 니콜라스 클레이, 체리 런기, 폴 제프리, 니콜 윌리엄슨
개봉 1981 미국, 영국

- 바운티호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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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저 도널드슨
출연 멜 깁슨, 안소니 홉킨스
개봉 1984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이탈리아

- 위대한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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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빗 르랜드
출연 리암 니슨, 조앤 웨일리
개봉 1990 영국

-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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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지 루카스
출연 리암 니슨, 이완 맥그리거, 나탈리 포트만
개봉 1999 미국
2000년대
<배트맨 비긴즈> (2005)
2005년 리암 니슨은 라이트 세이버 대신 진짜 칼을 잡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에서 그는 듀카드 역을 맡았다.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기까지 듀카드는 스승 노릇을 했다. 이후 물론 반전이 기다리고 있긴 하다. 리암 니슨은 나름 볼 만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배트맨 비긴즈>를 리암 니슨의 본격 액션 연기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 배트맨 비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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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리암 니슨, 케이티 홈즈, 게리 올드만, 킬리언 머피, 톰 윌킨슨, 룻거 하우어, 와타나베 켄, 마크 분 주니어, 라이너스 로체, 모건 프리먼
개봉 2005 미국
<테이큰> (2008)
드디어 나왔다. 대다수의 관객들은 <테이큰>이 리암 니슨 액션 연대기의 시작점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전직 특수요원인 브라이언(리암 니슨)이 파리 여행 중 납치된 딸을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테이큰>은 리암 니슨 액션의 원형(原形)이다. 환갑(1952년생으로 당시 나이 55세)이 다 돼 보이는 남자가 엄청난 격투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 가족을 위협하는 악인, 이를 막는 우주 최강 아버지. <테이큰>은 리암 니슨 연기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자 그의 액션 배우 인생의 시작점이다. 게다가 그의 ‘최고 명대사’가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 돈 노 후 유 아…” 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테이큰> 꼭 보길 권한다.

- 테이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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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피에르 모렐
출연 리암 니슨, 매기 그레이스
개봉 2008 프랑스
<언노운> (2011)
리암 니슨은 2010년, 1980년대 추억의 TV시리즈를 스크린에 부활시킨 <A-특공대>의 한니발 역을 거쳐 2011년 <언노운>에 이른다. <언노운>에서 리암 니슨은 마틴 해리스 박사를 연기했다. 그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사흘 만에 깨어난다. 아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행세를 하고 있다. 정체불명의 킬러들이 해리스 박사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언노운>은 <테이큰>만큼의 액션 임팩트는 없었다. 대신 반전이 있다. <언노운>이 리암 니슨 액션 연대기에서 중요한 지점은 자움 콜렛 세라 감독과의 첫 만남이라는 점이다. 이후 두 사람은 이번에 개봉한 <커뮤터>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을 함께 한다.

- 언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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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자움 콜렛 세라
출연 리암 니슨
개봉 2011 일본, 캐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더 그레이> (2012)
<테이큰>의 성공으로 2012년 <테이큰 2>가 개봉했다. 같은 해 <더 그레이>라는 영화도 개봉했다. <테이큰 2>보다 인지도는 떨어지는 것 같지만 <더 그레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더 그레이>는 엄청난 긴장감의 영화다. 리암 니슨은 알래스카 석유 추출공과 작업자들을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지닌 프로페셔널 가드인 오트웨이를 연기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알래스카의 깊은 숲에 추락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오트웨이와 일행들은 영화 30도의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늑대들과 맞선다. 영화를 보면 늑대들이 얼마나 무서운 동물인지 알게 된다. 어쩌면 <더 그레이>는 액션 영화보다 재난, 생존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리암 니슨은 액션 배우 포스를 팍팍 풍긴다.

- 더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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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 카나한
출연 리암 니슨, 프랭크 그릴로, 더모트 멀로니, 달라스 로버츠
개봉 2012 미국, 캐나다
<논스톱> (2014)
2014년 리암 니슨이 출연한 <툼스톤>과 <논스톱>이 액션 영화로 분류될 만하다. 물론 <툼스톤>보다는 <논스톱>이 압도적으로 볼 만하다. <논스톱>은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액션을 보여준다. 공중납치된 비행기에 탄 항공수사관 빌(리암 니슨)은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와중에 빌이 납치범으로 오해를 받는다. <논스톱>은 <언노운>의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역시 반전이 숨어 있다. 어쩌면 액션보다는 범인의 정체를 찾는 재미가 더 있는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권총을 든 저 남자는 멋지기만 하다.

- 논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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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자움 콜렛 세라
출연 리암 니슨, 줄리안 무어, 미셀 도커리
개봉 2014 미국, 프랑스
<커뮤터> (2017)
전직 킬러로 출연한 <런 올 나이트>(자움 콜렛 세라 감독) 이후 리암 니슨이 선택한 영화는 <커뮤터>다. 국내에 다소 늦게 소개된 2017년작 <커뮤터>는 <논스톱>의 기차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역시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전직 경찰 마이클(리암 니슨)이 통근 열차에서 벌어지는 테러를 막는다는 설정이다. 그날 자신이 일하던 보험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아버지 마이클, 가족이 인질로 잡힌 상황, 통근열차라는 한정된 공간, 기차 테러범으로 오인 받는 것까지. <커뮤터>는 <테이큰>에서 시작되고 <언노운>의 반전 구조를 거쳐 <논스톱>의 한정된 공간의 액션에 이르는 리암 니슨 액션 영화 연대기의 종합판이다.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리암 니슨을 액션 배우로 단정짓는 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또 그가 선보이는 액션이 제임스 본드나 제이슨 본, 에단 헌트처럼 고강도 액션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리암 니슨의 액션 영화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가 출연한 묵직한 액션 영화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