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한국인가요? 작년에도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올겨울 추위는 더 지독한 것 같습니다.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는 바람, 귀가 떨어질 것 같은 고통, 점점 감각을 잃어가는 발... 계속해서 영하 10도 아래를 맴도는 극한 추위 맞이, 오늘은 보는 것만으로도 4D 추위 체험할 수 있는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보단 덜 춥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 올해 겨울을 견뎌내보자고요!

1단계

영화 속 설원을 보며 ‘아름답다’ 감탄하고 즐길 수 있는 단계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체온이 내려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스크린 속 추위가 딱히 고통을 전하진 않는 영화들.

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

외로운 소년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과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의 이야기. 사람을 죽여야만 살 수 있는 뱀파이어 소녀와 그에 매료된 인간 소년, 이들의 관계는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롭기만 합니다. 작정한 듯 서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추운 장면’들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죠. 반팔만 입고 한겨울의 정글짐에 걸터앉은 이엘리, 설원과 한 몸 되어 아련한 눈빛 발사하는 오스칼, 얼어버린 호수 위를 걷는 아이들. 물론 창백하고 청초한 소년 소녀의 분위기만으로 다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렛 미 인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카레 헤레브란트, 리나 레안데르손, 카린 베그퀴스트

개봉 2008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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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폭설로 인해 초호화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운행이 잠시 중단된 밤,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세계적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는 범인을 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전개가 열차 안에서 진행되는지라 심적 추위를 느낄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설산으로 뒤덮인 열차 밖에서 코트도 걸치지 않고 열일하는 탐정 포와로를 보고 있자면, 히트텍을 몇 겹이나 껴입어야 그처럼 태연하게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걸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직업 정신이 돋보이는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조니 뎁, 데이지 리들리, 미셸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주디 덴치, 윌렘 대포, 조시 게드, 데릭 제이코비, 레슬리 오덤 주니어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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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Snowpiercer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린 지구. <설국열차>는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들을 태운 채 끝없이 궤도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의 사투를 담았습니다. 뜨끈뜨끈한 혈기로 가득 찬 열차 안과 비주얼만으로 살인적인 추위를 느낄 수 있는 열차 밖. 열차를 기준으로 나뉘는 두 세상의 극심한 온도차가 인상 깊은 영화죠. 새하얗게 얼어버린 바깥세상에서 드문드문 보이던 동사 시체들(...), 추위의 힘으로 신체 절단(...)하던 형벌 장면 등으로 <설국열차> 세계관 속 극강 추위를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알리슨 필, 고아성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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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체감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단계의 영화들입니다. 보면서 어깨가 움츠러들거나, 등골이 쭈뼛 서거나, 괜히 발이 얼얼해지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영화들.  

헤이트풀8
The Hateful Eight

목숨을 위협하는 눈보라 속 산장에 고립된 8인. 의뭉스러운 비밀을 숨긴 그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시작합니다. 산장 문이 떨어져 나갈 만큼 강력한 풍속을 자랑하던 눈보라! 러닝타임 내내 눈보라 음향 효과가 귓가를 때리던 영화였죠. 누가 뭐래도 영화 속에서 가장 탐나던 아이템은 죄수(제니퍼 제이슨 리)가 쓰고 있던 메텔 털모자였습니다. 영하 20도의 날씨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외출을 도와줄 아이템인 것 같네요.

헤이트풀8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사무엘 L. 잭슨, 커트 러셀, 제니퍼 제이슨 리, 월튼 고긴스, 데미안 비쉬어, 팀 로스, 마이클 매드슨, 브루스 던, 채닝 테이텀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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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The Shining

소설가인 잭(잭 니콜슨)은 집필 겸 휴가를 위해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으로 취직합니다. 폭설로 인해 고립된 호텔. 집필에 대한 압박과 금주로 인한 금단 증세 때문에 괴로워하던 잭은 호텔의 유령에게 사로잡히고, 폭력적인 광기를 드러냅니다. 호텔을 뒤덮은 눈은 장식일 뿐입니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가 등골 쭈뼛 서는 <샤이닝>만의 서늘함을 창조해냈죠. 세상 모든 광기 짊어진 듯한 잭 니콜슨, 역대급 동공 확장 연기 선보인 셜리 듀발...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섬뜩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놓치지 마시길!

샤이닝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 셜리 듀발

개봉 1980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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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Frozen

집 나간 언니를 찾기 위한 동생의 극한 여정.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때, 안나는 늘 그랬듯 “엘사? 엘사!”를 외치며 언니를 찾아 헤맸습니다.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설산을 헤매던 안나가 눈더미에 파묻히거나 개울물에 우당탕 빠지던 장면에서 입을 틀어막은 게 에디터뿐만은 아니겠죠. 상상만으로도 열 40도, 독감 각입니다. 역시 디즈니 주인공에겐 어떤 여정도 문제없습니다. 눈과 얼음에 강한 DNA가 엘사에게만 있는 건 아닌가 보네요.

겨울왕국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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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추위를 담은 영화들입니다. 이 추위를 견디는 영화 속 인물들이 숭고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재난 영화계 일인자. 한 순간에 뉴욕 전체를 뒤덮은 해일, 단번에 간판을 무너뜨릴 만한 파워를 지닌 우박 등 러닝타임 내내 기상천외한 재난이 이어졌지만, 그 중에서도 넘사벽은 단연 모든 것을 단번에 얼려버리던 빙하기 신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냉동 지구! 가장 높은 건물부터 시작해 세상의 모든 걸 얼려가던 이상 기후, 그를 피해 달아나던 주인공들의 사투는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극한 추위가 계속되다 언젠가 이런 빙하기가 올까봐 무서울 따름이네요...

투모로우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질렌할, 이안 홈, 에미 로섬, 셀라 워드, 대쉬 미혹, 케네스 웰쉬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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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스틸컷만으로도 추운 영화는 처음입니다. 본격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극한 추위 생존기를 담은 영화. 모닥불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기 위해 몸을 움츠린 모습, 입김으로 손이라도 녹여보고자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ㅠㅠ). 눈앞에서 아들을 잃은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 곰에게 사지가 찢긴 채 혹한의 추위를 버티며 끝까지 복수를 다짐하던 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강인함이 경이로운 영화였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광활한 설원은 존재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윌 폴터, 도널 글리슨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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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Antarctic Journal

영하 80도의 혹한. 6명의 탐험대원들은 의기투합하여 남극 도달불능점 정복에 나섭니다. 6개월간 낮이 지속되는 남극은 말 그대로 순백의 공간이죠. 흰 지평선과 눈부신 태양, 끝도 없는 눈과 얼음으로만 뒤덮인 이곳. 알 수 없는 이유로 대원들에게 불행이 닥치며, 아름다웠던 남극은 섬뜩한 공간으로 변해갑니다. 탐험대원들은 점점 미쳐가기 시작하죠. 상상조차 불가능한 추위에 밑도 끝도 없는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곳이라니. 흠.. 그냥 상상조차 안 하고 싶은 공간임이 분명합니다.

남극일기

감독 임필성

출연 송강호, 유지태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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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하기, 설원 등에 갇혀있지 않다는 게 조금의 위로가 되긴 합니다만...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혐오하는 에디터는 그저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네요. 리스트에 언급되지 않아 아쉬운 극한 추위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