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
감독 연상호 출연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염력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
★★★
<부산행>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를 한국 사회의 거울로 비췄던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는 초능력을 통해 용산 참사를 정조준한다. <염력>은 영화 전반에 걸쳐 용산 참사를 복기하고 희생자들을 어떻게든 구해내려 한다. 그 과정에서 평범한 가장으로 하여금 용역 깡패에 대항하고, 망가진 부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동원한 것이 염력이다. 이것은 초능력 정도씩이나 가지지 않으면 권력에 대항하기도, 제 자식을 지키기도 불가능한 이곳의 현재를 은유하는 데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비극을 위로하기에는 힘에 부쳐 보인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염력의 파워에 호응하기에, 박한 현실. 카타르시스를 차단하는 씁쓸한 알갱이
★★★☆
<염력>에서 염력보다 뇌리에 남는 것은 정유미가 연기하는 홍 상무이다. 이 새롭고 도도하고 매력적인 악당의 출현은, 사실의 참사를 명백하게 명시하고 있는 사건 앞에서 이질적으로 튀어나온다. 거대 자본의 시스템, 체제에 가닿지 못하는 지난한 투쟁의 현실에서, 우리는 이렇게 외제차와 명품을 입은 에게 어떤 의미로든 휘둘리고 살아간다. 코믹 판타지라는 이질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염력>의 비판의 날들을 자꾸 곱씹게 된다. 영화적 쾌감 대신, 연상호가 택한 가장 연상호다운 도전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아버지라는 이름의 초능력
★★☆
초능력을 소재 삼아 도시 개발의 이면과 소시민의 울분을 보듬으려는 시도는 대담하고 좋다. 그러나 모든 서사가 결국 희생을 통해 가정 안에서 다시금 자리를 찾아가는 아버지의 이미지로 수렴하는 점이 아쉽다. 석헌(류승룡)의 능력이 강해질수록 루미(심은경)로 대변되는, 흙수저 계급론에 갇힌 청년 세대는 끝내 연약한 존재가 되어버리며 그 상징성 또한 옅어진다. 진상 규명이 끝나지 않아 현재진행형인 참사가 내내 명확하게 떠오른다는 것도 이 영화를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만은 없게 만드는 핸디캡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익숙한데 왠지 낯설고 참신한 가운데 어딘가 식상한
★★★
한국 사회에서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는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연상호 식 화답. 익숙한 가운데 조금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우리가 겪은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투박하고 1차원적인 반작용. 에둘러 가지 않고 경쾌하게 직진한다. 그만큼 간결하지만 그래서 헐겁기도 하다. <크로니클> 같은 장르 영화보다는 <노인 Z>, <아키라>, <동경대부> 같은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닮았다. 아버지와 가족, 용서로 이어지는 드라마는 연상호가 언제나 반복해왔던 통속의 장치지만 이번에는 유독 고민이나 그림자가 옅어 기능적으로 보인다. 이제야 꺼내보는, 이렇게 꺼내도 되나 싶은 우리의 자화상. 마냥 즐기기엔 애매하고 외면하기엔 눈길이 간다.

염력

감독 연상호

출연 류승룡, 심은경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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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더 머니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미셸 윌리엄스, 크리스토퍼 플러머, 마크 월버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이토록 쓰디쓴 ‘돈의 맛’
★★★☆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납치 실화극이라는 소재는 자극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순간순간의 자극이 아닌 긴 호흡의 사유들로 채워져있다. 돈이 어떻게 인간을 움직여 본성의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지를 탐구하는 꼿꼿한 응시에서는 품격마저 느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력으로 이 영화가 지닌 엄청난 긴장을 버텨낸 미셸 윌리엄스와 크리스토머 플러머는 그들이 왜 최고의 배우인지를 입증해낸다. 특히 플러머가 연기한, 탐욕으로 세운 제국의 왕좌에 앉았던 자의 말로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모습으로 뇌리에 박힌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관록이란 이런 것
★★★☆
재벌 3세의 납치 사건을 다룬 범죄 스릴러. 유괴를 전면에 내세운 전형적인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낭패다. <올 더 머니>에서 장르적 재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돈 위에 군림하려다 도리어 돈의 노예가 된 한 남자의 탐욕이다. 리들리 스콧의 작품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될 영화는 아니지만, 여든이 넘은 이 감독의 창작열이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하는 작품임은 확실하다. 리들리 스콧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한 명의 백전노장은 수전노 존 폴 게티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플러머. 성추문 사건에 휘말린 케빈 스페이시 대신 구원투수로 등판한 크리프토퍼 플러머의 위기관리 능력이 인상적이다. 완성된 촬영분을 삭제하고 재촬영을 선택한 리들리 스콧의 과감한 결단과 뒤늦게 합류했지만 극에 완전히 스며든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집중력. 관록이란 이런 것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고급스런 분위기, 값비싼 장식, 밍밍한 맛
★★★
폴 게티 3세의 납치 실화를 극화했다. 납치극 자체는 일종의 해프닝에 가깝고 석유재벌 폴 게티의 왕국이 어떻게 건설되었는지, 자본의 속성과 욕망을 폴 게티의 늙고 노쇠한 육신을 빌어 드러낸다. 촬영, 장면, 연기 모두 우아하고 고급스럽지만 왠지 차가워 깊숙이 파고드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비주얼적인 완성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의 결합이 꼭 와닿는 캐릭터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영화 바깥의 이슈부터 장면 하나하나의 마감까지 눈길이 절로 가지만 너무 교과서적이라 조금은 따분해지는 이야기. 자본가라는 제국과 싸우는 노동계급의 피로감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서 서글프다.

올 더 머니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마크 월버그, 미셸 윌리엄스, 크리스토퍼 플러머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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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치던 방
감독 이완민 출연 이상희, 홍승이, 김새벽

이화정 <씨네21> 기자
상실의 시대에 건네는 절실한 처방전. 마주 보고 손잡고 안아주는 영화
★★★☆
25년 전 잠실과 현재의 잠실. 도시개발의 터널을 통과한 이들은, 잠실 그곳에서 꿈을 꾸던 아이들이다. 시간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아이들은 또래의 절친을 잃었고, 그 상실을 안고 그래도 어른으로 성장해야 했다. <누에치던 방>은 잃어버린 그 시간과 사람, 관계에 대한 기억이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듯이, 영화는 부지런히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을 오가며, 우리가 그때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애타게 찾아 헤맨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어딘가 존재하는 문으로 들어가, 기어이 빛으로 둘러싸인 문으로 나오는 고통스런 여정. 그 길찾기의 끝에, 다행히도 친구가 있었다. 음소거된 듯한 적막한 공기 속,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막막한 심정 같은, 언어로 존재하던 감정들이 세심한 연기와 유려한 연출로 고스란히 포착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지만, 결국 그 화살이 내게로 돌아오는, 되돌아봄의 영화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배우들이 빚어내는 오묘한 공기
★★★★
낯선 사람을 따라가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러면서 과거가 환기된다. 다중 시점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여기엔 불쑥 과거가 끼어든다. 다소 불친절한 방식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영화는 두꺼운 감정을 쌓아가고, 여기서 이상희, 김새벽, 이주영, 홍승이, 임형국 등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톤의 밀도가 대단하다.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작품이다.

누에치던 방

감독 이완민

출연 이상희, 홍승이, 김새벽, 이선호, 임형국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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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
감독 게이브 클링거 출연 안톤 옐친, 루시 루카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 그 쓸쓸함에 관하여

★★

낯선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운명 같은 하루를 그린 영화. 시선과 시제를 재구성하며 미로와도 같은 두 남녀의 심리에 접근하는 <포르토>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사랑에 대한 달달한 환상’보다는 ‘사랑, 그 쓸쓸함에 관하여’다. 사랑이 얼마나 순식간에 타오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또 얼마나 부지불식간에 흩어질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영화다. 다양한 앵글로 담아낸 포르토의 아름다운 풍경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안톤 옐친의 유작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새로운 사랑의 도시 포르토

★★★

포르투갈의 항구도시 포르토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하룻밤을 ‘그 남자, 그 여자’의 이야기로 구성한 멜로 영화. 2016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안톤 옐친의 유작이자 감독 짐 자무쉬가 제작을 맡았다. 1960년대 초 누벨바그의 영향을 받은 영상, 다양한 포맷으로 촬영한 화면에 녹아든 연인의 이야기가 감성을 충만하게 만든다. 신인 게이브 클링거 감독의 주목할 만한 데뷔작.


포르토

감독 게이브 클링거

출연 루시 루카스, 안톤 옐친

개봉 2016 프랑스, 폴란드, 포르투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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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목소리 출연 타니 카논, 시모다 쇼타

송경원 <씨네21> 기자
유아사 마사아키의 한 걸음. 타협과 확장 사이 그 어딘가
★★★
단순하지만 독특한 선, 자유분방한 작화, 감각적인 색채와 역동적인 표현. 그리고 거리낌 없는 상상력. 장편 데뷔작 <마인드 게임>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유아사 마사아키는 유일무이한 감독이다. 동시에 그래서 덜 대중적이기도 했다. 유아사 마사아키가 본인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서 대중이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전형으로 한 걸음 다가온 첫 작품. 보편적인 서사를 깔고 가면서도 감독 고유의 개성은 확실히 살아있다. 종종 불협화음도 내지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있는 기분. 반갑고 흥겹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희망을 알리는 구원가
★★★☆
2017<너의 이름은.>이 있었다면, 2018년은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음악 소년과 인어 소녀의 우정을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공생, 구원의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개한다.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고유의 작화와 동세, 음악에 빠져 넘실대다 보면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돌아와 시야가 한 꺼풀 트인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차세대 애니메이션 감독을 꼽으라면 단연 유아사 마사아키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출연 타니 카논, 시모다 쇼타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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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히어로
감독 브렛 헤일리 출연 엘리어트, 로라 프레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고독한 남자의 초상
★★☆
<내일을 향해 쏴라>(1969)로 데뷔한 후 서부극의 아이콘 중 하나가 된 샘 엘리어트에 대한 오마주와도 같은 영화. 왕년의 스타로 등장하는 그는 우연한 계기로 삶의 2막을 열 전기를 마련하지만, 사실 인생에서 진정 필요한 건 새로운 활기보다는 관계의 회복과 차분한 정리다. 중년 이상의 관객들이라면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한 영화.

더 히어로

감독 브렛 헤일리

출연 로라 프레폰, 샘 엘리어트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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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거대한 비극
★★★★
계급을 뛰어넘은 청춘 남녀의 사랑과 갑자기 찾아온 비극, 삶과 죽음의 갈림길과 긴 세월이 흐른 후의 회한. 스토리만 놓고 보면 진부하지만, 이 영화가 아직도 회자되는 건 테크놀로지와 스케일에 대한 제임스 카메론의 완벽주의 덕이다. 블록버스터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된 <타이타닉>은 영화라는 엔터테인먼트가 줄 수 있는 모든 쾌감을 집결시킨다. 반드시, 정말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

이미지 준비중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개봉 199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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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감독 피터 웨버 출연 스칼렛 요한슨, 콜린 퍼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캔버스
★★★☆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비하인드 스토리. 화가가 주인공이 아니라, 모델인 하녀 그리트가 중심이다. 이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보여주는 마스크는 아마도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매혹적일 듯. 관능부터 두려움까지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절제된 침묵의 연기를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풍부하고 스토리텔링은 효율적인 작품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감독 피터 웨버

출연 콜린 퍼스, 스칼렛 요한슨, 톰 윌킨슨

개봉 2003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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