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가지 그림자: 해방
감독 제임스 폴리 출연 다코타 존슨, 제이미 도넌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레이 씨에게서 해방될 시간
★☆
이제 관객은 안다. 이 영화의 진짜 화끈거리는 지점은 농밀한 정사 신이 아니라, 심각하게 오글거리는 대사들과 순정만화에서나 볼법한 관습들임을. 이번에도 영락없다. 노골적인 노출은 많지만 그것이 전혀 관능적이진 않고, 남녀 주인공 사이의 감정 줄타기도 은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몇몇 장면은 이제 귀엽다는 생각마저 하게 하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낄낄거리며 보게 하는 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감독 제임스 폴리

출연 제이미 도넌, 다코타 존슨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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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샐리 호킨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경계 없는 사랑
★★★★☆
인간과 어류(라기보다는 해양 괴생명체)의 사랑 이야기. 생물학적 종을 넘어, 이 영화의 사랑은 언어와 편견과 존재성 등 그 모든 경계를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단순하면서도 들뜨지 않는 판타지 로맨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특유의 B급 정서도 그대로 살리면서 여기에 절절한 멜로의 감성을 결합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부쳐
★★★★
‘괴물을 사랑한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손끝에서 탄생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껏 잔혹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시대의 냉소를 부드럽게 무너뜨리는 위대한 러브 스토리. 우리는 종종 쉽게 잊지만 사랑은 힘이 세고, 때로 그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설 수 있는 감정임을 말한다. 상영관을 나서면서 이 영화 그리고 샐리 호킨스와 사랑에 빠지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의 결핍을 내게 주세요
★★★★☆
기예르모 델 토로의 소유격이라 불리는 판타지 요소들이 한데 모인 영화다. 그리고 델 토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스파이스릴러, 필름 누아르, 심지어 뮤지컬 코드까지 소환한 그는 영화라는 매체가 ‘사랑’에 대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순간을 포착해 낸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비주류들의 연대가 던지는 의미에 대한 깊고 너른 시선이 있다. 불완전한 상대를 끌어안는, 완전에 가까운 사랑의 형태. 황홀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가장 이상적인 영화의 모양
★★★★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타지는 철저한 현실에 바탕을 둔다.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세상, 괴생명체와 청소부의 사랑은 소외받는 이 사회에 핀 소중한 꽃이자 희망이다. 그럼에도 그저 원론적인 가치를 설파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말그대로 델 토로가 구사할 수 있는 온갖 영화적인 장치와 상상력, 기술적 구현의 집대성이다. 뭣보다 <E.T.>와 <가위손> <미녀와 야수>같은 영화들에 더해진 관능적인, 어른의 연애를 바탕으로 묘사하는 지점까지 한순간도 흥미로움을 놓치지 않는다. 샐리 호킨스의 사랑을 부르는 마술같은 연기와, 그가 사랑하는 ‘더 띵’(더그 존스)의 강인하고 섹시한 모습이 영화를 풍성하게 해준다. 델 토로 감독이 기대도 않았던 이 세상 최고의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낸게 틀림없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는 영화이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영화의 가장 궁극적인 모양이기도 하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마이클 섀넌, 마이클 스털버그, 옥타비아 스펜서, 더그 존스, 샐리 호킨스, 리차드 젠킨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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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소셜 스타
감독 맷 프아이서 출연 오브리 플라자, 엘리자베스 올슨

송경원 <씨네21> 기자
익숙한 듯 새롭게. 닳고 닳은 이야기의 적절한 변주
★★★
인스타그램에 집착하는 잉그리드가 자신이 선망하는 SNS 스타 테일러에게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온라인, 그리고 여성 버전의 <리플리>라고 해야 할까. 비교적 익숙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소셜 미디어라는 시의성 있는 소재와 적절히 결합한 사례. 도드라지는 요소는 별 달리 없지만 자연스럽게 이끌고 간다. 무엇보다 소재에 휘둘리지 않고 인물의 심리에 집중한 점이 좋다. 기본에 충실한 연출과 이를 뒷받침 하는 연기의 조화.

이화정 <씨네21> 기자
인스타 프레임 바깥의 ‘진짜’ 이야기. 필터 처리 불가
★★★
SNS의 ‘좋아요’ 수가 곧 영향력을 나타내는 시대.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SNS 세대를 풍자하는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접근이자 현실반영이다. 어느 한쪽을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소셜스타에게 목을 매는 잉그리드(오브리 플라자)나, 26만 명의 인스타 팔로워를 가지고 ‘인플루언서’로 유명세를 치르는 테일러(엘리자베스 올슨)나 결국 그들의 실제 삶이 공허하기는 매한가지다. 영화는 소비를 통해 최고라 과시하는 테일러를 좇느라 파멸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잉그리드의 최후를 마치 실제의 인물처럼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잉그리드의 집착과 초조함을 연기한 오브리 플라자의 매력에, 당장 그녀의 인스타그램부터 검색하게 된다.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

감독 맷 스파이서

출연 오브리 플라자, 엘리자베스 올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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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사라졌다
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누미 라파스, 글렌 클로즈

송경원 <씨네21> 기자
구성이 소재를 감당하지 못한 사례
★☆
많고 많은 디스토피아 영화 중에서도 출발 자체는 꽤 흥미롭다. 산아제한 정책을 피해 태어난 일곱 쌍둥이가 한 사람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설정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다만 기껏 판을 깔아놓고도 액션에 집중하느라 흥미로운 지점을 대부분 놓치고 지나간다. 그 탓에 1인 7역을 맡은 누미 라파스에게도 다채로운 연기와 캐릭터를 보여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액션의 쾌감을 제대로 전달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성긴 전개가 모든 장점을 휘발시키는 안타까운 사례.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신기한 오락 영화
★★★☆
제목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인구 통제 사회에서 일곱 쌍둥이가 살아남는 법을 알차게 꾸린 주인공은 <데드 스노우> 시리즈로 유명한 토미 위르콜라 감독.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 액션과 유머, 고어를 버무려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면서 체제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던지는 연출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도 기대 이상이다. 아웃사이더부터 전사, 팜므 파탈 등 기존에 연기한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코미디까지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월요일이 사라졌다

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누미 라파스, 윌렘 대포, 글렌 클로즈

개봉 2017 영국, 미국, 프랑스,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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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감독 이동은 출연 배종옥, 이원근, 지윤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인생의 한 계절을 통과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고요한 시선
★★★
인물들의 감정이 고요하게 찰랑이는 단정한 인상의 영화. 동성애를 이야기하되 중년 여성을 극의 중심에 놓고 그의 심경을 따라 우회해 그리는 방식을 택한 뒤, 자극적 개입 없이 인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려는 연출자의 끈기가 사려 깊다. 다만 감정의 결을 차곡차곡 섬세하게 쌓아올리던 솜씨에 비해 다소 성긴 끝맺음이 아쉽다. 배종옥의 기품 있는 연기는 영화의 격을 높이고, 신예 이원근과 지윤호의 에너지는 생기를 더한다. 두 남자 배우의 경우 최근 그들의 출연한 작품을 통틀어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마음의 환절기를 겪는 이들을 위한 위로
★★★
<환절기>는 동성애 아들을 둔 한 미경(배종옥)에게 찾아온 마음의 계절을 좇는 영화다. 동성 연인 용준(이원근)과 함께 차에 타고 가다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 수현(지윤호). 미경의 인생에 용준의 ‘등장’은 아들의 사고와 상태만큼이나 심각하고 거부반응이 들게 하는 요소다. 영화는 이 관계에 가장 개입을 해야 할 아들을 식물인간 상태로 남겨 둠으로써, 어쩔 수 없이 미경과 용준이 부딪히는 적극적인 장치를 만든다. 극의 전반부에서 자극적이고 강한 설정을 불러와, ‘환절기’의 느낌처럼 시종 세심한 묘사와 효과가 차곡차곡 잘 쌓여진 반면, 후반부에서 관계를 정립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의 진행은 다소 미비한 감정의 파고를 준다. 어느 한 부분에서 힘든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풀어놓아, 감정의 통로를 열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환절기

감독 이동은

출연 배종옥, 이원근, 지윤호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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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베토벤
감독 아란차 아기레 출연 주빈 메타, 오스카 차콘, 줄리앙 파브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몸의 합창
★★☆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발레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2007년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무용가 모리스 베자르의 극에 도전하는 무용가들의 모습을 담았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위대한 음악을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의 어려움과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험한 세상에서 아름다움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
★★★
발레와 베토벤의 만남. 현대 발레의 대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 창단한 스위스 발레단 ‘베자르 발레 로잔’ 팀이 2014년 일본 도쿄에서 ‘교향곡 9번’을 올리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베자르 발레단의 뿌리에서 출발해 모리스 베자르와 베토벤의 위대함을 짚고 예술 추구에 대한 물음으로 뻗어 나간다. 발레단과 밀접한 내레이터를 인터뷰어로 등장시켜 몰입감을 높였고, 인터뷰와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적잖은 위안과 영감을 안기는 예술 다큐멘터리다.  
 

댄싱 베토벤

감독 아란차 아기레

출연 주빈 메타, 오스카 차콘, 줄리앙 파브로, 길 로먼, 말리야 로먼

개봉 2016 스페인,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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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딘딘
감독 등위봉 출연 방지원, 조연우, 신정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반짝반짝 빛나는
★★☆
중국 애니메이션이 기술적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독창성이나 스토리 구성에선 허점을 드러내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들로 호소한다. 약간의 폭력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보기에 적합한 영화다.
 

반딧불이 딘딘

감독 등위봉

출연 방지원, 조연우, 신정훈, 박상우, 송영인

개봉 2017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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