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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장훈 출연 손예진, 소지섭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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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영화의 오랜 공백을 완벽하게 방어해내는 작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관객이 멜로장르에 기대하는 지점들은 포착해내고 있는 결과물이다. 이건 원작 자체가 지니고 있던 이야기 힘과 소지섭-손예진이라는 멜로장르에 최적화된 두 배우의 호흡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 특히 손예진은 멜로장르에서 배우의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증명한다. 과거와 현재, 남자와 여자의 시각을 교차하며 숨겨진 퍼즐을 맞춰가는 호흡도 괜찮은 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좀 더 슬프게
★★★
14년 전 원작이 담담한 스타일이라면, 리메이크는 감정의 진폭이 커졌다. 남자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가 가세하면서 코미디 요소가 늘었는데, 그 이상으로 멜로 톤도 강화되었다. 남녀의 아역 시절 부분도 비중이 약간 더 커졌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조금 느슨해진 구석도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구성이 흐트러지는 부분도 있지만, 눈물 코드로 봉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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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장훈

출연 소지섭, 손예진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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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빌보드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프랜시스 맥도먼드, 샘 록웰, 우디 해럴슨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지금 가장 단단한 배우의 얼굴
★★★★
비정하고 견고한 영화 안에서 가장 단단한 존재는 밀드레드다. 딸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사는 그에게 눈물 흘릴 여유는 없다. 대신 무능한 경찰을 공격하는 광고판을 세우고 분풀이를 위해 화염병을 던진다.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목수가 집을 짓듯 차곡차곡 밀드레드의 분노와 죄책감, 좌절을 쌓아올렸다. 덕분에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혼전이 거듭되는 와중에도 밀드레드는 흔들리지 않는다. 가히 장인의 솜씨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분노하는 자를 위한 나라는 있다
★★★★
대상과 형식이 다를 뿐 모두가 무언가를 증오하고 혐오한다.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각자의 분노는 엉뚱한 곳에 날아가 꽂힌다. <쓰리 빌보드>는 잠들 수 없는 분노의 밤을 서성이는 자들의 펄펄 끓는 마음에 손쉽게 동조하는 대신, 그들의 모습을 침착하고 차갑게 바라본다. 공감과 냉소를 오가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보면 이 모든 소동은 부조리와 성급한 판단으로 탄생한, 마냥 웃지만은 못 할 거대한 농담처럼 보인다. 그 안에서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각자 몸부림치는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저돌적이고 강렬한 태도의 각본, 곱씹을수록 놀라운 연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오늘의 미국, 미국영화에 대한 바로미터
★★★★
딸을 잃은 엄마가 세 개의 광고판을 통해 행동을 촉구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능력한 공권력을 향한 도발처럼 보이지만 이후 전혀 예상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광고판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척했던 갈등과 차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촉매에 불과하다. 차별과 편견과 분노라는 미국사회의 민낯에서 출발하는 영화. 행동하는 여성의 걸음을 빌려 그 다음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각본, 주제, 연기 뭐 하나 빠지는 데 없이 쫀쫀하다. 유머 사이 배어나오는 인간의 품격. 씁쓸하지만 쓸쓸하진 않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예측한 모든 것을 비껴간다
★★★★
딸을 잃은 엄마의 복수라는 한 줄로 표현하기엔 영화가 담고 있는 함의가 복합적이고도 크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규격화된 선 안에 갇혀 있는 법이 없다. ‘저 캐릭터는 저런 사람이구나판단하기 무섭게, 영화는 관객이 짐작했던 반대 방향으로 인물을 냅다 끌고 가 버린다. 마음 놓고 미워할 수 있는 인물도 쉬이 보이지 않는데, 영화가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에서도 멀찍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막힌 인연과 가혹한 오해들이 겹치면서, 정답이라 생각했던 믿음과 편견에 연신 파문을 일으킨다. 강한 한 방, 한 방이 줄지어 터지는 후반부 서사는 그야말로 후덜덜.

쓰리 빌보드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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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럭키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채닝 테이텀, 애덤 드라이버, 대니얼 크레이그

송경원 <씨네21> 기자
못 가진 자들이 꿈꾸는 한탕, 지리멸렬할수록 빠져든다
★★★☆
장르를 한 번 더 비트니 사람이 보인다. <오션스 일레븐>(2011)을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가 이번엔 가지지 못한 자들을 중심으로 한 하이스트 무비를 변주시켰다. 가난하고 평범했던 로건 삼남매가 사회로부터 떠밀려나간 끝에 한탕 역전을 노린다. 전문가들의 매끈한 솜씨 대신 불만에 가득 찬 이들의 어설프고 허술한 행보가 반복된다. 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과정이야말로 도리어 시대와 인간을 밀착시키는 동력이다. 오래 봐야 보이는 삶. 변변치 않아서 사랑스럽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트럼프 시대를 반영한 현실 풍자 케이퍼 무비
★★★☆
오션스시리즈로 케이퍼 무비에 한 획을 그은 소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현실적인 케이퍼 무비를 연출했다. 온몸을 바쳐 국가에 충성했지만 낙오자 신세로 전락한 블루컬러 노동자 형제의 현금 탈취 작전을 중심으로 트럼프 시대의 현실을 유쾌한 소동극으로 풀어낸다. 존 덴버의 명곡 ‘Take Me Home, Country Roads’가 의미심장한 역할을 하니 주의 깊게 들을 것.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 등 배우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로건 럭키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채닝 테이텀, 다니엘 크레이그, 아담 드라이버, 라일리 코프, 힐러리 스웽크, 세스 맥팔레인, 케이티 홈즈, 세바스찬 스탠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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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BPM
감독 로빈 캉필로 출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아르노 발로아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투쟁하라, 당신의 심장이 뛰는 한
★★★★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때론 침입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액트 업파리 활동가들. 이들은 매 순간 목소리를 드높여 토론하고,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있음의 감각을 놓지 않으려 한다. 그 생생한 감각을 전달하는 것은 이 영화의 궁극적 목표인 듯 보인다. 동시에 이 영화는 힘차게 뛰던 이들 심장의 박동이 어떻게 소멸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140분 동안 오감으로 새로운 영화적 박동을 느꼈던 관객은 고요함 그 자체의 엔드 크레딧 시퀀스에 이르러 머리를 때려맞은 듯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다. 영화로 시도할 수 있는 가장 미학적인 투쟁, 가장 논쟁적인 LGBT 이슈가 <120BPM> 안에 있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삶은 투쟁이다
★★★
지난해 70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국제비평가협회상, 퀴어종려상에 이어 2017 서울 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LGBT 화제작. 1990년대 초반 에이즈 감염인 권리보장운동을 펼친 성소수자 행동주의 단체 액트 업 파리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그렸다. 차별, 편견, 죽음과 맞서면서 치열하게 사랑하고 투쟁하는 소수자들의 연대가 보는 이의 심장을 달군다.


토이 가디언즈
감독 신우, 황연 목소리 출연 박소라, 장경희, 안종덕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동심을 지켜라
★★
<토이 스토리>를 비롯한 픽사 애니메이션들이 떠오른다. 컴퓨터그래픽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꽤 뛰어나고, 쉴새 없이 몰아치는 어드벤처 액션도 아이들을 끌어당길 만한 요소. 하지만 전반적으로 크리에이티브가 좋다곤 할 수 없고, 이야기 전개도 매끄럽진 않다. 장르적 성격이 강한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

토이 가디언즈

감독 신우, 황연

출연 박소라, 장경희, 안종덕, 고성일, 박영화, 변종필, 윤복성

개봉 2017 중국,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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