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짠한 캐릭터들이 있다. 하려는 행동마다 다 어긋나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고 등을 토닥여주고 싶은 캐릭터들. 오늘은 영화 속 짠내 폭발 캐릭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리스트에 없어 아쉬운 캐릭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길!


로키
톰 히들스턴

어벤져스, 2012

짠내지수 ★★★★ 빌런이어도 괜찮은 캐릭터는 처음이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대표하는 빌런. 오딘(안소니 홉킨스) 아들이자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동생, 아스가르드의 왕자로 살던 로키(히들스턴)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나서부터 악역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형에 대한 자격지심, 애정결핍으로 똘똘 뭉쳐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 그 안타까운 전사가 로키를 쉽게 미워할 수 없는 빌런으로 만든다. 그간 마블의 여러 작품에서 활약해왔지만, 로키의 역대급 짠내 진정으로 빛나는 순간은 <어벤져스> 있다. 헐크(마크 러팔로)에게 이리저리 패대겨쳐진 로키는 바닥에 처박혀 신음을 내뱉는다. 통쾌하다기보단 매우 안쓰럽고, 귀엽고, 딱하고… 숨겨왔던 로키 사심이 증폭되는 장면. 히들이의 출구 없는 매력이 시작된 장면이기도 하다.

어벤져스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제레미 레너, 사무엘 L. 잭슨, 톰 히들스턴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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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마브
조 페시, 다니엘 스턴

나 홀로 집에, 1990

짠내지수 ★★★ 이쯤 되면 이들이 악당인지, 케빈이 악당인지 모를 지경!

<나홀로 집에> 속 극한직업. 해리(조 페시)와 마브(다니엘 스턴)는 모두가 휴가를 떠난 크리스마스 시즌, 부자 동네의 빈집털이를 꿈꾼다. 매사 치밀한 해리와 어벙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기막힌 잔꾀를 부리는 마브. 이들의 환상 조합은 케빈(맥컬리 컬킨) 앞에서 와르르 무너진다. 미끄러져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건 물론, 바닥에 박힌 못을 밟거나 2층에서 떨어진 다리미에 얼굴을 맞는 등 거의 스릴러 영화에 가까운 함정들이 케빈의 집 곳곳에 숨어있다. 이미 몇 번 죽고도 남았을 것 같은(!) 그들의 빈집 털기 고군분투를 보고 있자면 몸 곳곳이 아플 지경. 이상하게도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케빈에게 동화되기보단 악당들에게 동화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집을 골라도 하필 케빈의 집을 골라선…. 아니, 그들도 케빈이 홀로 남게 될지는 몰랐던 거지ㅠㅠ.

나 홀로 집에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맥컬리 컬킨, 조 페시, 다니엘 스턴, 존 허드, 로버츠 브로좀, 캐서린 오하라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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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제이슨 세걸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2008

짠내지수 ★★★☆ 전여친 잊기가 이렇게 어렵나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의 영어 제목은 ‘Forgetting Sarah Marshall’(사라 마샬 잊기)이다. 말 그대로 피터(제이슨 세걸)가 전여친 사라 마샬(크리스틴 벨)을 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겼다. 마샬을 잊기란 영 쉽지 않다. TV를 켜도, 길거리 광고판을 지나쳐도 얼굴을 볼 수밖에 없는 톱스타이기 때문. 우울증이 심해진 피터는 마음을 정리할 겸 하와이로 떠난다. 커플 천국 하와이로 간 게 문제였을까? 그가 머물기로 한 호텔에선 이미 전여친 마샬이 새로운 남자친구 엘더스(러셀 브랜드)와 끈적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피터는 더 큰 좌절에 휩싸인다. 전여친+전여친의 멋진 현남친 세트와 함께 휴가를 보내야 하는 피터만큼 안쓰러운 상황에 놓인 캐릭터가 있을까? 울상 표정이 가장 웃긴 제이슨 세걸의 코미디 연기가 일품인 작품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감독 니콜라스 스톨러

출연 제이슨 세걸, 크리스틴 벨

개봉 200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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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
김무열

머니백, 2017

짠내지수 ★★★★ 헬조선 짠내 사연 일인자

고객의 난동으로 간장게장을 뒤집어쓰는 택배 기사(오정세), 힘겹게 모은 돈을 늘 윗사람에게 바쳐야 하는 백사장(임원희) 등, <머니백>엔 짠내나는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짠내 캐릭터 왕중왕의 자리는 단연 민재(김무열)의 것. 민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함께 공무원 준비를 해야 하고, 아픈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증금을 빼야 하며, 그 보증금마저도 사채업자에게 단번에 뺏기고 만다. 그뿐인가, 1+1처럼 따라붙는 협박과 구타도 견뎌내야 하는 삶. 여러모로 고단한 상황의 연속이다. 대부분 비열하거나 깔끔한 얼굴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던 김무열의 구질구질 울상 얼굴을 만끽(!)할 수 있는 캐릭터.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히 닿아있는 캐릭터란 점에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머니백

감독 허준형

출연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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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코 말포이
톰 펠튼

해리포터 시리즈

짠내지수 ★★★☆ <해리 포터> 명대사 = 입 닥쳐, 말포이!”

순수 혈통 마법사 집안에서 자란 드레이코 말포이(톰 펠튼)는 입학하자마자 전설의 그 아이해리 포터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해리 포터를 이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바득바득 애를 쓰지만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그를 넘어서지 못하는 인물. 집안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주인공들을 비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바보처럼 늘 역으로 당하기도 바쁘다. 초반부엔 해리 포터의 라이벌 격으로 등장했지만 가면 갈수록 능력치와 존재감이 없어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산 캐릭터.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악함과 선함 둘 중 어디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개봉 2011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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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파텔
수라즈 샤르마

라이프 오브 파이, 2012

짠내지수 ★★★★ 사진에서 짠내가 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 파텔(수라즈 샤르마)의 가족은 동물들을 싣고 이민을 가던 도중 거센 폭풍우를 만난다. 구명보트에 탑승해 침몰한 배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파이. 문제가 있다면 그의 보트에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함께 올라탔다는 점이다. 파이는 호랑이와 함께 언제 끝날지 모를 표류를 함께할 처지에 놓인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홀로 목숨 부지하기도 어려울 판에 호랑이까지 다스려야 하는 극한 여정.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수척해지는 파이의 모습은 내면의 짠내와 동시에 실제 바다의 짠내(!)를 소환하는 4D 체험을 선사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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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