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영화는 늘 빛이 난다. 아마 그의 영화 속 아역배우들이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역배우들에게 따로 대본을 주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에게 시나리오를 주면 대사와 감정까지 연습해와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아역배우들을 모아보았다.


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 2004

<아무도 모른다>는 엄마가 어디론가 떠나고 집에 돌봐줄 사람 한 명 없이 남겨진 어린 4남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열두 살 장남 아키라(야기라 유야)는 부모 대신 동생들을 돌보려 애쓰지만, 어린아이로서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 힘든 악조건의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는 4남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야기라 유야

야기라 유야
이미 씨네플레이에서도 몇 번 다룬 적 있는 배우로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로 데뷔해 14살에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최연소 기록이다. 그러나 데뷔 초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에 부담을 느꼈는지 약물 과다 섭취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근래 다시 활발한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영화 <은혼>에서 히지카타 토시로 캐릭터를 연기했다.

야기라 유야의 최근 모습. <은혼>(오른쪽)

(왼쪽부터) 키타우라 아유, 시미즈 모모코
키무라 히에이

의젓한 둘째를 연기한 키타우라 아유, 장난꾸러기 셋째를 연기한 키무라 히에이, 엄마가 돌아올 거라 믿는 어린 막내 넷째 시미즈 모모코도 모두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을부터 다음해 여름까지 이 아이들과 부대끼며 꼬박 1년을 도쿄의 임대 아파트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아무도 모른다> 당시의 키타우라 아유(왼쪽)와 성장한 최근 모습

키타우라 아유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작으로는 이쿠타 토마, 에이타, 카호 주연의 <우죄>에 함께 출연했다. 키무라 히에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의 시대극 <하나>외에는 출연작이 없다. 시미즈 모모코도 2007년 이후 특별한 행보가 없는 상태다.

아무도 모른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야기라 유야, 키타우라 아유, 키무라 히에이

개봉 2004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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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부모의 이혼으로 두 아들은 각각 엄마와 아빠랑 살게 된다. 형 코이치(마에다 코키)는 다시 가족이 함께 모여 살길 소원하며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를 그리워한다. 어느날 코이치는 새로 생긴 고속 열차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생 류노스케를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다.

(왼쪽부터) 마에다 오시로, 마에다 코우키
마에다 코우키, 마에다 오시로

마에다 코우키, 마에다 오시로
주인공 형과 동생, 그들의 친구들까지 총 7명의 어린이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가고시마 등 일본 전역에서 공개 오디션을 열었다. 그중 주인공으로 선택된 배우는 마에다 코우키와 마에다 오시로. 맞다. 둘은 실제로도 형제다. 오디션 당시 13살이었던 마에다 코키와 10살인 마에다 오시로는 오사카에서 만담가로 활동하며, 각종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서 콤비로 활동하고 있는 형제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형제를 만나고 영화의 설정까지 바꿨다. 원래는 가고시마에 사는 소년과 하카타에 사는 소녀가 만나는 이야기였으나 형제 이야기로 바꾼 것.

마에다 형제의 최근 모습

형제는 어느새 훌쩍 자랐다. 여전히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동생 마에다 오시로는 최근 <은하철도 999> 40주년 기념 드라마에서 철이 역을 맡았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오다기리 죠, 오츠카 네네, 키키 키린, 마에다 코우키, 마에다 오시로

개봉 201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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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そして父になる, 2013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에서 즐겨 사용하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걸 모른 채 6년을 친자식이라고 생각하고 키운 두 부모가 있다. 한 가정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어른스럽게 자라길 교육받아 왔고, 한 가정은 무능력하고 다소 책임감 없어 보이지만 아이를 거리감 없이 대하는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도로 아이를 바꿔 키우기로 하는 과정을 통해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생각하게끔 만든 영화다.

니노미야 케이타

니노미야 케이타
니노미야 케이타가 맡은 케이타는 유다이(릴리 프랭키) 부부가 낳고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부부가 기른 아이다. 키워준 아버지 료타가 점점 자신을 멀리하는 걸 느끼고 실망한 것을 애써 감추는 듯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니노미야 케이타는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아들 역 등을 맡으며 아역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서 주인공 아들로 출연했으며, 최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영화 <붉은 수염>을 리메이크한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니노미야 케이타 / 최근 모습
황 쇼겐

황 쇼겐
케이타와 달리 천진난만한 아이 황 쇼겐은 그 나이 또래의 개구쟁이 남자아이를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그러나 이 영화 이후 더 이상 연기 활동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릴리 프랭키,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니노미야 케이타

개봉 2013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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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2018

<어느 가족>의 가족은 이상하다. 물건을 훔쳐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한겨울 문 밖에서 떨고 있는 아이를 데려와 아낌없는 사랑을 준다. 이 가족의 생존 제1법칙인 좀도둑질을 배우는 아이들. 일찍이 이 가족에 합류했던 쇼타(죠 카이리)는 새로 들어온 동생 유리(샤사키 미유)를 데리고 다니며 문구점에서 도둑질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준다.

죠 카이리
무심하지만 정 많은 쇼타는 이 기이한 가족 구성원과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소년으로 등장한다. 쇼타를 맡은 죠 카이리를 처음 보자마자 외모도, 분위기도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가 떠올랐다. 알고 보니 야기라 유야의 소속사 후배로, 이미 일본에서 ‘제2의 야기라 유야’로 불리고 있다.

샤사키 미유
동생 유리 역의 샤사키 미유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천진하고 귀여운 아이의 모습 안에 친부모의 무관심과 폭행으로 인한 상처를 간직한 다섯 살 소녀를 연기했다. 많은 고레에다 영화 속 아역이 그러했듯 샤사키 미유도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어느 가족>
어느 가족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이케마츠 소스케, 키키 키린,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

개봉 2018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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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만 설명하자니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주연으로 나서진 않았으나 고레에다 가족 영화 중 인상적으로 남은 아역들의 모습들을 스틸컷으로 대신한다.

<환상의 빛>
<환상의 빛>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