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주연, 칸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흥행하는 배우이자 연기력도 출중한 배우. 바로 주지훈이다. 주지훈은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로 천만 영화의 주연이 됐고, <공작>을 통해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개성 넘치는 얼굴과 187센티미터라는 큰 키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까칠한 황세자'부터 '능글맞은 저승차사', '의심 많은 북한 보위부 요원'까지 대중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 배우 주지훈에 대한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인생 드라마, <궁>을 만나다.
주지훈은 모델로 활동을 하던 중 드라마 <압구정 종갓집>에서 단역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드라마에서 주지훈은 유치원 교사 역을 맡았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신인이었던 주지훈은 2006년, 자신의 인생을 바꿀 드라마 <궁>을 만나게 된다. 단역만 맡던 그의 인생 첫 주연작이다. 큰 키, 마르고 탄탄한 몸매, 차가워보이는 외모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 주지훈은 앞에선 까칠하지만 뒤에선 다정한 황태자 이신 역을 맡아 단숨에 스타반열에 올랐다. 당시 소녀들은 신이 파와 율이(김정훈) 파로 나뉘어 팬덤을 형성했을 정도였다. 주지훈은 여기서 물방울 무늬나 리본같은 다소 난해한 복장들을 자주 입었지만 타고난 피지컬로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연기력 논란이 있었으나 서툴어도 노력하는 모습이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져 대중의 사랑은 물론, 2006년 MBC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거머쥐게 된다. 이후 드라마 <마왕>에서 실수로 자신의 가정을 파탄 낸 강오수(엄태웅)에게 복수하는 정태성 역을 맡아 연기력을 점차 키워갔다. 그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키친>에 출연하면서 민규동 감독과 인연을 맺어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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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황인뢰
출연 윤은혜, 주지훈, 김정훈, 송지효
개봉 2006 대한민국

-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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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민규동
출연 주지훈, 김재욱, 유아인, 최지호, 앤디 질렛
개봉 2008 대한민국

-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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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홍지영
출연 신민아, 김태우, 주지훈
개봉 2009 대한민국
자숙의 3년, 그리고 복귀
그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포함해 군대까지 3년이란 자숙의 시간을 가진 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대중 앞에 돌아왔다. 코미디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주지훈은 소심한 세자 충녕과 세자와 꼭 닮은 노비 덕칠을 연기하며 1인 2역을 해냈다. 컴백 후 그는 꽃미남 귀공자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코미디 연기를 하며 제대로 망가졌다. 영화는 79만 명이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주지훈은 자신이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음을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같은 해, 그는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유지호 역을 맡으며 스크린과 브라운관 주역 모두를 거머쥐게 된다.

- 나는 왕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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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규성
출연 주지훈,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임원희, 김수로, 이하늬
개봉 2012 대한민국

- 다섯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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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영훈
출연 채시라, 주지훈, 지창욱, 진세연
개봉 2012 대한민국

- 좋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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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도윤
출연 지성, 주지훈, 이광수
개봉 2014 대한민국
강렬한 캐릭터, 강한 연기
그는 인상적인 얼굴 덕분에 강한 캐릭터를 꽤 맡았다. 과거 황세자 역할을 맡았을 때와는 반대로, 욕망에 찌든 캐릭터들을 연기해 스크린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의리와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철 역을 맡는다. 그는 개성적인 마스크와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지성과 이광수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친구를 소중히 여기지만, 돈도 중요한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이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와 <키친>을 통해 맺어진 민규동 감독과의 인연으로 그는 <간신>에 출연해 그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을 캐릭터를 만난다. 그는 연산군 시절, 왕을 쥐락펴락했던 희대의 간신 임숭재 역을 맡으며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배역이었으나 그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광기 어린 연산군(김강우)을 조종하는 간신으로서의 모습과 채홍인 단희(임지연)를 연모하는 모습을 동시에 선보여 이중적인 인간의 내면을 드러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조선왕조실록을 읽거나 검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검무 트레이닝을 받는 등 캐릭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아수라>에서는 권력의 맛을 알게 되면서 급속도로 타락하는 경찰 문선모를 연기했다. 그는 당시 불면증을 앓고 있었는데, 황정민, 곽도원, 정우성 등 선배들이 있는 현장에서 쪽잠을 자며 컨디션을 조절했다고 하며 선배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촬영장에서 막내로 예쁨을 받으며 연기를 했다는 주지훈은 자신이 '애교도 많고 활발하다'며 선배들에게 예쁨을 받는 비결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주지훈은 '곽도원 형이 부엉이를 닮아 제일 귀엽다'는 말을 할 정도로 선배들과 허물 없이 지냈다. 하드보일드 영화 <아수라>는 개봉 당시에는 259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해 큰 흥행을 이끌진 못했으나 성남 국제마피아 사건이 알려지면서 재조명 받고 있다.

- 좋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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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도윤
출연 지성, 주지훈, 이광수
개봉 2014 대한민국

- 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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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민규동
출연 주지훈, 김강우, 천호진, 임지연, 이유영
개봉 2015 대한민국

-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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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개봉 2016 대한민국
천 만 배우, 칸 배우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그는 저승차사 해원맥으로 분해 새로운 매력을 자랑했다. 더 이상 그에겐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섹시하면서도 뻔뻔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홀린 주지훈은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연기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미디 연기도 시도한 적 있으나 대중의 사랑을 받진 못했다. 이후 스스로 연기에 제한을 두던 그는 <신과함께>를 통해 그 벽을 깼다. 툭툭 던지는 대사들로 관객들을 웃긴 그는 무뚝뚝하며 성실했던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자신만의 해원맥을 표현했다.
주지훈은 2018년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과 <공작> 모두에 출연하며 대세 배우임을 인증했다. <신과함께-죄와 벌>로 천만배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공작>을 통해 칸 레드 카펫을 밟았다.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그는 전 편의 유쾌한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천 년 전 고려 시대 최고의 무사 모습도 선보이며 많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특히 항상 올리고 있던 머리를 내렸을 땐 섹시함이 배가 됐다. 머리 내린 그의 모습에 팬이 됐다고 말하는 네티즌들도 있을 정도다.
<공작>에서는 스파이 흑금성(황정민)을 견제하는 북의 보위부 요원, 정무택을 연기했다. <신과함께>에서 해원맥 이미지가 강렬해 <공작>에서도 그 이미지가 남아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주지훈은 해원맥이 어딨냐는 듯 완벽한 북한 군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익숙치 않은 북한말을 억지로 사용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억양을 조절하며 특정 부분에서 강조하듯 북한 말을 사용해 연기의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공작>은 화려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자랑하는 기존의 첩보물과 달리 '구강액션'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많은 대사량을 소화해내야 하는 가운데, 주지훈은 의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보위부 요원의 감정까지 표현해낸다. 중간에 등장하는 주지훈의 댄스 장면은 실제 북한 군인들이 추는 춤이다. 능청스럽게 클럽에서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은 숨막히는 첩보전에서 잠깐의 쉼표가 되어 준다.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인물이자 잠시 느슨하게 만들어주는 인물이 바로 정무택이다.

- 신과함께-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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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마동석
개봉 2017 대한민국

- 신과함께-인과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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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마동석
개봉 2017 한국

-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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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윤종빈
출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개봉 2018 대한민국
주지훈에 대한 알쓸신잡
'부탄이 애비'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반려견 부탄이를 애정하는 모습을 인스타에 자주 업로드한다. 팬들 사이에선 인스타의 용도가 부탄이 자랑용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올해로 37살인 주지훈은 곧 마흔이 다가오는 나이가 무색하게 교복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신과함께-인과 연> 무대인사차 교복을 입었는데 팬들 사이에서 소소한 화제가 됐다. 2006년 <궁> 촬영 당시 교복핏과 2018년 교복핏을 비교해보자. 1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멋지다.
주지훈은 사실 밴드도 했다. 2010년부터 그는 지인들과 함께 '제스터즈'라는 밴드를 결성해 2012년 부산국자영화제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에선 자작곡인 '인 더 레인', '타임', '고 어웨이'를 선보였다. 나이를 먹을 수록 무언갈 배워야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지훈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 밴드까지 결성했다.
주지훈은 차가워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애교 많고 흥이 넘치는 성격의 소유자다. tvN 예능 <인생술집>에서 김남길은 "(주지훈) 흥이 어느 정도냐면 여기 오면 (나는) 한 마디도 못 한다. 나보다 말 많은 사람은 처음 봤다. (주지훈이) 영화 회식 자리에 들렸는데 사람들이 주지훈 영화에 내가 손님으로 간 줄 알 정도로 시끄러웠다"고 말하며 그의 흥 많은 성격을 증언했다. <아수라> 홍보를 위한 V LIVE 중 애교를 보여달라는 말에 재빠르게 애교를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에 엉덩이를 내밀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다. 정우성 역시 <아수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주지훈이 깐족대며 놀리자 "아주 귀여워 죽겠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지훈은 짝눈이 인상적인 배우다. 오른쪽은 크고 선명해 서글서글한 인상을 주는 반면, 왼쪽은 냉소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준다. 그는 배우의 길을 걷는다고 이야기헀을 때 이 짝눈 때문에 주변에서 '배우 할 얼굴은 아니다'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젠 오히려 그 짝눈 덕분에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한 얼굴에 많은 캐릭터가 녹아 있는 배우 주지훈,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