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리메이크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공각기동대>)이 개봉했습니다. 오늘은 <공각기동대> 예습의 날입니다. 영화 한 편 보는 데 무슨 예습이 필요한가 싶으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예습이 필수는 아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공각기동대>를 관람할 예정인데 1995년에 나온 원작 애니메이션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예습을 하고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색다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 <공각기동대> 예습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를 바탕으로 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사이버펑크 장르의 명작이라 평가받습니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의 특성상 새로운 개념, 용어 등이 등장합니다.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씨네플레이’가 대신 정리해드립니다.
1. 고스트
<공각기동대>의 부제 ‘고스트 인 더 쉘’에 ‘고스트’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사전에서 찾아본 고스트(ghost)는 유령, 귀신, 영혼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메이저 미라(스칼렛 요한슨), 원작의 쿠사나기 소령은 사이보그입니다. 그녀의 몸은 ‘의체’라고 불립니다. 다만 두뇌는 진짜입니다. 두뇌는 기억을 담고 있죠. 그 기억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만듭니다. <공각기동대>에서 고스트는 간단히 영혼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사이보그가 지닌 인격’(人格)이라고 보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다른 의체에 들어가더라도 고스트는 변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할 게 있습니다. 고스트에는 ‘유령’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혹시 사이보그의 인격을 누군가가 만들어낸 게 아닐까요? 기억 역시 주입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펑크 장르의 단골 주제입니다. 그런 까닭에 메이저 미라/쿠사나기 소령은 자신의 고스트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만들어진 유령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2. 의체
고스트 설명에서 등장한 의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의체는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는 기계 장치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미라/쿠사나기의 경우에는 두뇌를 제외하고 모두 의체입니다. 이 전신의체 덕분에 엄청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라/쿠사나기는 각각 리메이크 버전에서 ‘섹션9’, 원작에서는 ‘공안 9과’에 속해 있습니다. 미라/쿠사나기의 동료 바토의 경우에는 독특한 형태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눈 역시 의체입니다. 또 다른 동료 토구사의 경우에는 의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완전한 인간일까요. ‘전뇌화’는 이뤄진 것 같습니다. <공각기동대>의 세계관에서 의체는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다시 부제 ‘고스트 인 더 쉘’을 살펴보겠습니다. ‘쉘’(Shell)이 ‘껍질’ 즉 의체에 해당합니다.
3. 전뇌
의체 설명에서 전뇌화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전뇌(電腦, 전자두뇌)는 인간의 두뇌를 인터넷에 연결된 고성능의 컴퓨터처럼 바꾼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전뇌화가 이뤄진 사람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네이버에 접속하고 ‘공각기동대’를 검색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 생각만으로 바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전뇌를 이용하면 증강현실, 가상현실이 일상이 됩니다.
<공각기동대>의 섹션9/공안 9과의 요원들은 전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뇌를 통해 원격 대화도 가능합니다.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모습이 텔레파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요원들끼리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 받기도 합니다. 자동차에 접속해 손을 까닥하지 않고 운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전뇌화가 이뤄진 사람의 목 뒤에는 연결 포트가 있습니다(이후 영화 <매트릭스>가 이 설정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포트를 서로 연결하면 다른 사람의 두뇌 속에 들어가는 것, 다이브(dive)도 가능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뇌는 고스트와도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전뇌에 고스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 네트워크와 연결된 전뇌를 통해 고스트에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바로 고스트 해킹입니다.
리메이크 <공각기동대>와 원작 애니메이션 모두 청소부가 등장합니다. 이 캐릭터는 리메이크의 쿠제(마이클 피트), 원작의 인형사에게 고스트 해킹을 당한 상태입니다. 청소부는 쿠제/인형사가 심어준 가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억에 의지해 결국엔 쿠제/인형사의 지시를 따르게 됩니다.
4. 쿠제/인형사
전뇌 설명에서 쿠제/인형사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이 캐릭터는 미라/쿠사나기와 함께 <공각기동대>의 핵심 캐릭터입니다.
원작에서 인형사는 쿠사나기의 정체성을 흔들어놓으면서 <공각기동대>의 철학적인 질문들, 기계에도 영혼이 있는가 등의 주제 의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인형사는 공안 6과와 공안 9과가 쫓고 있습니다. 그는 고스트 해킹범입니다. 후반부에서 인형사의 깜짝 놀랄 만한 정체가 밝혀집니다.
리메이크 버전의 쿠제는 언뜻 원작의 인형사와 비슷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고스트 해킹범이고 섹션9이 체포하려 합니다. 하지만 인형사와 쿠제를 같은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 대목에서 리메이크 버전은 원작과 확연히 다른 지점을 만들어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인형사가 훨씬 더 거대하고 복잡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까봐 생략합니다.
<공각기동대>의 열혈 팬들은 쿠제 히데오라는 캐릭터를 알고 있을 겁니다. 2002년 방영을 시작한 TVA시리즈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2기에 쿠제 히데오가 등장합니다. 리메이크 버전의 쿠제는 인형사와 TVA시리즈 쿠제를 섞여놓은 인물인 것 같습니다.
5. 미라/쿠사나기
마지막으로 <공각기동대>의 주인공 미라/쿠사나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인공을 맨 나중에 언급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개념을 이해해야 미라/쿠사나기 캐릭터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원작의 쿠사나기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쿠사나기는 공안 9과의 요원입니다. 공안 9과는 총리 직속이고 특수 기관입니다. 경찰이 공식적인 통로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뒤에서 비밀스럽게 담당합니다. 쿠사나기의 계급은 소령입니다. 동료들은 보통 그를 소령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전신의체를 가지고 있는 인간(?) 혹은 로봇 병기에 가깝습니다. 전뇌만이 실제 인간의 것입니다. 공안 9과는 고스트 해킹범 인형사를 쫓습니다. 인형사는 소령의 고스트에 접근합니다. 인형사는 쿠사나기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게 만듭니다. 쿠사나기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원작 애니메이션의 대략적인 시놉시스를 알게 됐네요.
리메이크 버전의 메이저 미라는 쿠사나기와 같은 캐릭터입니다. 원작 팬들은 메이저를 소령이라고 번역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미라와 쿠사나기는 같은 캐릭터이지만 동시에 다른 점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 지점이 백인 스칼렛 요한슨이 쿠사나기를 연기한다는 ‘화이트 워싱’ 논란에 대한 해답 혹은 대답이 되기도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역시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까봐 생략합니다.
<공각기동대>의 핵심 개념, 용어 설명부터 주요 캐릭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설명이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원작 애니메이션이나 리메이크 <공각기동대>를 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원작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대한 이야기를 보탭니다. 고스트, 의체, 전뇌 등의 개념은 22년 전인 1995년 당시에는 조금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대였으니까요. 해킹, 액세스, 바이러스 같은 단어도 일반인에게는 낯선 단어였죠. 게다가 극중에서 이런 개념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원작 애니메이션의 유명한 “네트(net)는 광대하다”라는 대사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내용이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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