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만남이 아닌, 나와 너의 만남에 주목한 것이 바로 퀴어영화다. 흔히 퀴어(queer)를 게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성소수자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라면 모두 퀴어에 포함된다. 메이저한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퀴어영화 중엔 많은 명작들이 있다. 단순히 소수자를 다뤘기 때문에 봐야 할 영화가 아닌 영화적인 완성도가 높아 걸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들이다. 7편을 선정했다.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지금 확인해보자.


<브로크백 마운틴>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감독 이안 출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브로크백 마운틴>은 퀴어영화의 마스터피스로 기억된다. 8월의 브로크백, 양떼 방목장에서 일을 하게 된 잭(제이크 질렌할)과 에니스(히스 레저)는 서로에게서 우정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성소수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1960년대 미국 서부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그저 이상한 것일 뿐이었다. 스스로도 그 감정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게 사랑이던가.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지만 잭과 에니스는 서로를 잊지 못한다. 그들의 애틋한 사랑과 그걸 바라봐야 하는 아내의 심정 모두 이해가 가서 안타깝다. 특히 잭 과 에니스가 서로의 감정을 터뜨리며 처절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 가슴이 다 아플정도.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 이안

출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개봉 2006.03.01. / 2018.12.05.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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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Carol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카일 챈들러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단 0.2초. 그 짧은 순간에 사람은 운명을 느낀다. <캐롤>은 동성애가 금기시되던 1950년대 뉴욕, 백화점 점원이던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 캐롤(케이트 블란쳇)이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끌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친구와의 결혼도, 앞으로의 미래도 어느 하나 결정하지 못하던 테레즈는 캐롤을 만난 후 그 누구보다 확실하고, 열정적으로 변한다. 동성이기 때문에 놓친 사랑이 얼마나 많은가. 그는 인생에서 만난 단 한가지 확실한 것, 캐롤 앞에 자신을 던진다. 많은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도 사랑이 흐른다. 겨울이 배경인데도,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보면 어쩐지 스크린 위로 온기가 베어 나오는 듯 하다.

캐롤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카일 챈들러

개봉 20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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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Moonlight
감독 배리 젠킨스 출연 알렉스 R. 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래반트 로즈

<문라이트>는 주변인으로 살아가던 가난한 집안의 흑인 게이 샤이론을 다룬 영화다. 샤이론의 유년기(알렉스 R. 히버트), 청소년기(에쉬튼 샌더스), 청년기(트래반트 로즈)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도 자신의 정체성을 가르쳐 주지 않은 유년기, 자신을 알았지만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청소년기, 상처 받은 그 순간부터 성장을 하지 못한 청년기. <문라이트>는 결국 외로운 한 사람의 인생을 영화로 쓴 시다. 큰 사건도, 격한 감정 표현도 없이 그저 내면에 상처가 있는 샤이론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자신을 인정하며 사는 삶은 생각보다도 어렵다. 혐오와 자책으로 인해 자신을 버린 사람에게 <문라이트>를 추천한다.

문라이트

감독 배리 젠킨스

출연 알렉스 R. 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래반트 로즈

개봉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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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수많은 팬들을 양산했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빠질 수 없다. 마치 이탈리아의 여름 속으로 들어간 듯 아름다웠던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의 첫사랑은 지독할 만큼 아렸다. 기나긴 인생에서 보면 한 줌도 되지 않을 그 시간이 그에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시간이 됐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그의 눈빛에 관객은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이름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애틋한 것인지 이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단지 이름을 부를 뿐인데 못 다 이룬 첫사랑의 기억이 통째로 소환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샌가 여름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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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The Handmaiden
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이모부(조진웅)에게 갇혀 지내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새로 들어온 하녀 숙희(김태리)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외롭고 위태로운 아가씨 히데코는 어딘지 순진해 보이는 숙희에게 조금씩 의지한다. 위험할 만큼 뇌쇄적인 히데코의 눈에 숙희의 감정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아가씨>를 통해 신인 김태리는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탄탄한 지지층까지 마련했다. 김민희 역시 ‘김민희는 미워도 히데코는 미워하지 말자’는 사람까지 있는 걸 보면 영화가 정말 관객을 홀리긴 홀린 모양.

아가씨

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개봉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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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양조위, 장첸

왕가위 감독의 명작 중 한 편을 꼽자면 <해피 투게더>가 빠질 수 없다. 영화는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의 불안한 애정관계를 왕가위 특유의 정서로 풀어냈다. 버려지는 게 두려워 먼저 떠나버리는 보영과 그를 항상 기다리는 아휘. 두 사람은 사랑하고 있지만 동시에 고독한 존재이기도 하다. 보영은 어디에도 머물러 있지 않는 장국영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자신이 상처 받을까봐 남에게 먼저 상처를 주는 보영은 이기적이지만 좀처럼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그의 마음 속에 얼핏 비치는 결핍 때문에 관객은 도무지 그를 잊을 수 없다.

해피 투게더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양조위, 장첸

개봉 1998.08.22. / 2009.03.27.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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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울지 않는다
Boys Don't Cry
감독 킴벌리 피어스 출연 힐러리 스웽크, 클로에 세비니, 피터 사스가드, 브렌단 섹스톤, 알리슨 폴란드, 알리샤 고랜슨, 맷 맥가그레스, 로브 캠벨

소수자 속 소수자라 불리는 트랜스남성에 대한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수술을 하지 않은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에 대한 이야기로,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브랜든 티나(힐러리 스웽크)는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남성으로 생각한다. 그를 온전하게 사랑해주는 여성도 있다. 그러나 브랜든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 역시 있다. 러닝 타임 동안 그가 겪는 폭력에는 이유가 없다. 영화는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겪어야 했던 부당함,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름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가하는 폭력이 얼마나 위험한가. 영화는 “이해를 할 수가 없네”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폭력성을 경고한다. 힐러리 스웽크의 연기는 연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사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우울하다. 기분이 침체되어 있다면 이 영화는 잠시 미뤄두자. 불편한 결말이 가슴을 묵직하게 누른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감독 킴벌리 피어스

출연 힐러리 스웽크, 클로에 세비니, 피터 사스가드, 브렌단 섹스톤, 알리슨 폴란드, 알리샤 고랜슨, 맷 맥가그레스, 로브 캠벨

개봉 200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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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Milk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숀 펜, 조슈 브롤린, 에밀 허쉬

<밀크>는 1970년대 미국 동성애자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인 하비 밀크(숀 펜)의 인생을 다룬 전기 영화다. 게이인 하비 밀크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살고 싶지 않아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이성애자의 편견과 그로 인한 폭력에 고통 받는 동성애자들을 위해 게이 운동을 시작하고 이 일환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정감독관 선거에 출마한다. 영화는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생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담았다. 숀 펜의 연기 역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연출력에 힘을 실어 준다. 그는 이 영화로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밀크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숀 펜, 조슈 브롤린, 에밀 허쉬

개봉 201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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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출연 존 카메론 미첼

<헤드윅>은 트랜스젠더 수술이 미묘하게 실패한 락밴드 보컬 헤드윅(존 카메론 미첼)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영화다. 트랜스젠더라는 굉장히 마이너한 소재를 록음악과 함께 엮어 풀어낸 <헤드윅>은 화려하고 도발적이면서 동시에 안타깝고 쓸쓸하다. 주인공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을 위해 성기를 자르지만 실수로 1인치가 남겨진 채 아물어 버렸다. 그래서 그에게 남은 건 생물학적으로 완벽한 여성도, 남성도 아닌 ‘앵그리인치’뿐. 영화는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사랑을 갈구하던 그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앵그리인치는 있다. 인정할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앵그리인치.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헤드윅에게 공감하고, 위안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헤드윅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출연 존 카메론 미첼

개봉 2002.08.09. / 2017.06.2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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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모든 것
All About My Mother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세실라 로스, 마리사 파레데스, 캔델라 페나, 안토니아 산 후안, 페넬로페 크루즈, 로사 마리아 사르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의 색채를 가장 잘 담은 작품이다.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아이디어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 아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 마뉴엘라(세실라 로스)에 대한 이야기다. 홀로 아들을 키운 그는 아들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일기장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읽고 고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뉴엘라는 여장 남자인 옛 친구, 임신을 해서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는 수녀를 만나며 가족에 대한 새로운 연대를 발견한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세실라 로스, 마리사 파레데스, 캔델라 페나, 페넬로페 크루즈, 로사 마리아 사르다

개봉 200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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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