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감독 엄유나
출연 유해진, 윤계상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고맙고 말간 '말'(言)의 영화

말과 글이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것들에 밀려나는 세상에 당도한, 고맙고 말간 '말'의 영화. 역사는 한두 명의 비범함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걷는 한 걸음으로부터 차곡차곡 이뤄졌음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 작품 전체에 드리워져 있다.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모두에서 기술적으로 무언가 빼어난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보다 영화가 품은 이 같은 진심을 향하는 태도가 먼저 보인다. 소재가 지닌 무게감에 스스로 짓눌리거나 도취되지 않고 비교적 담백한 감동을 지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며, 이것이 결국 영화의 강점으로 기능한다. 다만 몇몇 대목의 흐름은 조금 압축적이고 간결해도 좋았을 것 같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착하고 순진한 이야기

<말모이>는 김판수를 연기한 유해진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진라면 순한 맛 같은 영화"다. 사라져가는 우리 말을 후대에 전하겠다는 뜻을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 모여 이뤄낸다. 이 과정에서 부성애와 우정처럼 새롭진 않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가치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웃음과 눈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유해진의 장기가 영화 안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한 발자국 나아간 역사극

'눈물의 말모이, 웃음의 말모이, 맛깔 나는 말모이'. 대사가 영화를 극명하게 소개하는 드문 경우인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 중에서 '우리말 지키기'라는 소재 면에서 참신함을 획득하고 대중 영화의 정석대로 타래를 풀어나간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나뉜다. 대립하다가 화해하는 주연 캐릭터 구도, 소시민이 거대한 시대에 맞서는 성장 서사, 역할이 확실한 조연들, 웃음에서 눈물로 흐르는 전형적 플롯이 식상함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엄유나 감독은 대중정서를 어루만지는 대사와 설정을 장치해 같지만 다른 '리틀 빅 히어로'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시나리오를 쓴 <택시운전사>에 이어 '미안하다'는 정서에 공감하게 만드는 능력은 탁월하다. 영화라는 매체, 극장이라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쓴 한국영화로도 기억될 것이다.

말모이

감독 엄유나

출연 유해진, 윤계상

개봉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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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그놈
감독 강효진
출연 진영, 박성웅, 라미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얄팍한 바디체인지

바디체인지 영화는 독특한 설정과 풍부한 에피소드가 관건이다. 결국은 아이디어 싸움인데 한물간 조폭 코미디 장르를 끌어오니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학원 코미디로 봐도 헐거운 모양새다. 10대를 겨냥한 영화라고 해도, 예상대로 웃고 넘기는 코미디라고 해도 관객의 눈높이를 낮게 잡은 듯하다. 진영이 박성웅을 모사하는 연기가 호기심을 주지만 영화의 결함을 덮기에는 지속 시간이 짧다.

내안의 그놈

감독 강효진

출연 진영, 박성웅, 라미란

개봉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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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
감독 피터 패럴리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송경원 <씨네21> 기자
누가 더 약자인지 서로의 불행을 경쟁하지 않는, 어른의 우정. 

1960년대 미국, 아프리카계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가 인종차별이 극심한 미국 남부로 투어공연을 떠난다. 나이트클럽 경호원인 백인 토니를 운전사로 고용하면서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 사이 싹트는 우정을 그린 로드무비. 사회적 지위, 인종, 교양, 성격까지 정반대지만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부조리 앞에서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교감의 다리를 놓는 과정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과장된 상황이나 억지 농담은 없다. 은근히 미소로 번지는 여유가 돋보이는 노련한 연출. 마허샬라 알리의 기품 있는 몸짓과 비고 모르텐슨의 투박한 언어가 캐릭터에 생동감 있는 색을 입힌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 우정, 그린라이트!

공통분모가 전혀 없는 두 사람이 우정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특별할 게 없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출발 전과 달라진 나'를 발견하는 로드무비 형식의 성장기 또한 많이 봐 온 서사다. 흑인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편견, 백인들의 이중성, 인간 존엄과 용기 등 영화가 품고 있는 소재 역시 신선할 게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기시감이 만나는 <그린 북>은 특별하다. 허투루 낭비하는 장면이 거의 없는데, 그 안에 인물의 심리가 꼼꼼히 삽입돼 있고, 그것이 종국엔 인물들을 깊게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의 더할나위 없는 연기 또한 파란 불. 작은 동작과 분위기만으로도 캐릭터를 온전히 설명해 내는 섬세함은, 1차원적인 말로 상황을 설명하기 바쁜 영화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그나저나 <덤 앤 더머>,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등을 만든 피터 패럴리에게 이런 감수성이 있었다고? 아, 이 몹쓸 놈의 '편견'을 반성하며.

그린 북

감독 피터 패럴리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개봉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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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
감독 제임스 콕스
출연 안셀 엘고트, 태런 에저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거품의 성공학, 욕망의 범죄학

198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투기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이들의 파멸 과정을 담는다. 청춘들의 불안한 욕망을 그리는데, 그 과정이 다소 어수선하고 스토리라인이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았다. 안셀 엘고트와 테런 에저튼의 연기는 나쁘지 않지만, 주인공으로서 영화 전체를 장악할 정도는 아니다. 흥미로운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가공 방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혈기 부족한 범죄 실화극

금융 사기 범죄 실화를 다룬 <캐치 미 이프 유 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와 비교를 피해갈 수 없다. 젊은 활력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지만 자본주의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청춘의 현실담을 외피만 건드리다보니 치기어린 사기극에 머물고 만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과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 캐릭터의 구축이나 사건 구성 면에서 역부족이어서 청춘스타 안셀 엘고트와 태런 에저튼의 야심찬 조합도 좀처럼 화력을 내뿜지 못한다. <베이비 드라이버>에 이어 안셀 엘고트와 전복적 관계를 맺는 케빈 스페이시의 등장은 노림수라기보다 안일한 캐스팅에 가깝다. 걸출한 배우 엠마 로버츠, 수키 워터하우스를 활용하지 못한 여성 캐릭터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

감독 제임스 콕스

출연 안셀 엘고트, 태런 에저튼

개봉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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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감독 크레이그 맥닐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에 세비니

송경원 <씨네21> 기자
미스터리보단 드라마, 실화보단 분위기, 사연보단 사람

198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일어난 리지 보든 살인사건을 영화화했다. 대지주 상속녀 리지가 자신의 아버지와 계모를 살해한 장면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과정에서 당대 미국 남부 사회의 이면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다만 살인의 이유를 파헤치는 스릴과 서스펜스는 오히려 맥거핀에 가깝다. 대신 고딕 소설에 가까운 정서를 바탕으로 리지와 하녀 브리짓 사이의 애틋한 감정들을 켜켜이 쌓아나간다. 해석과 개입을 최소화 하려는 태도 자체는 나쁠 것 없지만 표현이 다소 딱딱하고 결정적인 부분에서 어정쩡하게 지나가는 구석이 많아 전반적인 초점마저 흐려지는 게 아쉽다. 광기와 폭력과 억압이 빚어낸 (두) 인물의 초상.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또 다른 이름의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끔찍한 살인 현장에서 문을 여는 <리지>는 얼핏 '누가' 범인인가라는 의문문을 따라가는 플롯처럼 보이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왜'에 찍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실화가 바탕이라는 점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텐데, 영화는 여성을 억압하는 억눌린 시대상에서 서스펜스를 길어 올릴 힌트를 얻는다. 그림처럼 세팅된 미장센과 정교하게 짜인 조명,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맞물려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새로운 타입의 악녀를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리지

감독 크레이그 맥닐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에 세비니

개봉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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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공룡메카드: 타이니소어의 섬
감독 최신규, 유재운
목소리 출연 김서영, 엄상현, 안현서, 김장

송경원 <씨네21> 기자
철저히 (아동) 팬에 맞춘 눈높이 광고

아동들의 공룡 입문작으로 유명한 <공룡 메카드>의 첫 번째 극장판. 캡처카와 타이니소어 완구를 기반으로 쌓아온 다종다양한 콜렉션을 대방출한다. 풀 3D로 제작되어 한층 화려해진 배틀 장면에 눈이 즐겁고 꼬마 개구리 카이 등 새로운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 다만 설명이 따로 없어 입문용으로는 애매하다. 어디까지나 아동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 성격이 짙다. 철저히 아동관객을 타깃으로 한 만큼 빈틈도 많고 단순하지만 이미 타이니소어에 흠뻑 빠진 아이들에겐 그다지 상관없을 것 같다. 보고나면 반드시 타이니소어 하나(가능하면 새로 출시된 친구로) 사고 싶어질 것이다.

극장판 공룡메카드: 타이니소어의 섬

감독 최신규, 유재운

출연 김서영, 엄상현, 안현서, 김장

개봉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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