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코>
<서스페리아>. 믿을 수 없겠지만 왼쪽 남성도 틸다 스윈튼이다.

배우의 얼굴은 하나지만 하나가 아니다? 그들의 얼굴은 영화마다 끊임없이 색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여성이었다가, 남성이었다가, 학생이 되고 노인이 된다. 심지어 한 영화 속에서 2인 이상의 역할을 소화해 내는 배우도 있다. 이에 오늘은 1인 다역이 빛난 영화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아래 소개할 영화들 외에도 같은 외모, 다른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를 그린 <아사코>와 틸다 스윈튼의 12, 특히 남장이 눈에 띄는 <서스페리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아사코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히가시데 마사히로, 카라타 에리카

개봉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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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페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 클로이 모레츠, 미아 고스

개봉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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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감독 율리안 로제펠트 출연 케이트 블란쳇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이라는 뜻의 <매니페스토> 영화의 형식을 띄고 있으나 영상으로 만들어진 선언문에 가깝다. 13개의 옴니버스식 단편이 합쳐진 이 영화는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철학, 미학 이론을 인용하며 케이트 블란쳇의 입을 통해 선언하듯 전달한다. 이를 위해 케이트 블란쳇은 영화 속에서 은행가, 과부, 인형 제작자, 공사장 인부, 주부, 노숙자, 가수, 무용수, 화가, 아나운서, 선생님, 리포터, 연구원으로 모습을 바꾸어가며 113역을 소화하였다. 내용이 상당히 어려워 지루할 수 있으나, 케이트 블란쳇의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99분이 짧게 느껴지는 영화.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나 아쉽게도 국내에는 미개봉하였다.
 
참고로 케이트 블란쳇은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에서 이미 12역을 소화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아임 낫 데어>에서는 남성으로 변신, 밥 딜런의 또 다른 자아 쥬드 퀸을 연기하였다. 진정 한계가 없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다.

<매니페스토> 속 케이트 블란쳇 모음
<커피와 담배>
매니페스토

감독 율리안 로제펠트

출연 케이트 블란쳇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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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감독 브라이언 헬겔랜드 출연 톰 하디, 태런 에저튼, 에밀리 브라우닝

스크린 속에 톰 하디가 두 명이다! 60년대 주먹으로 영국을 평정했던 전설의 쌍둥이 갱스터 형제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의 실화를 담은 영화 <레전드>에서 톰 하디는 쌍둥이 형제 모두를 연기했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성격으로 사업에 능통한 형 레지에 비해 감정이 앞서 사건 사고를 달고 사는 동생 로니. 시간이 지날수록 레지가 일궈놓은 사업에 로니가 피해를 입히자 두 형제는 급기야 폭발하고 만다. 실존 인물과의 미친 싱크로율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표정, 행동, 말투까지 완벽히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는 톰 하디를 볼 수 있다. 로맨틱한 모습부터 거친 상남자 같은 모습까지 다 볼 수 있는 톰 하디 종합 선물세트같은 영화. 작품성 면에서는 혹평을 받았지만 연기만큼은 레전드로 남았다.
 
<레전드>는 영화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는데, 바로 개봉 당시 현대카드 광고 촬영으로 톰 하디가 급 내한을 한 것! 비공식 내한이라 많은 팬들이 그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톰 하디는 건대의 한 극장에서 <레전드> 깜짝 무대 인사를 하기까지 했다.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몰래 내한하다라는 뜻의 하디하다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실제 크레이 형제의 모습
레전드

감독 브라이언 헬겔랜드

출연 톰 하디, 태런 에저튼, 에밀리 브라우닝

개봉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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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둑>
감독 매튜 델라포테 출연 마티유 카소비츠

내가 아닌 남이 되어 살아간다면? 부동산 중개업자 세바스티앙 니콜라(마티유 카소비츠)는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살아가기를 즐기는 남자다. 손님들 중 타깃을 잡으면 그들의 평소 말투나 습관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집을 비웠을 때 그의 집에 들어가 분장을 하고 삶을 모방한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결국 변장하기를 그만두려 한다. 그러던 그의 앞에 자신이 선망하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앙리 드 몽탈트가 나타나고, 결국 마지막으로 몽탈트의 얼굴을 훔치기로 한 세바스티앙. 하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일에 휘말리게 되면서 자신과 몽탈트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는 프랑스의 감독 겸 배우 마티유 카소비츠의 15역 명연기로 화제가 된 영화 <얼굴도둑>. 마티유 카소비츠는 촬영을 하는 13주 동안 4시간 분장을 하고 연기를 한 후, 1시간 동안 분장 지우기를 감행했다고. <얼굴도둑> 국내 영화팬들에게 신선한 프랑스 스릴러로 호평을 받았다.

놀랍게도 두 인물 모두 마티유 카소비츠다.
얼굴도둑

감독 매튜 델라포테

출연 마티유 카소비츠

개봉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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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호시탐탐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 인해 불안과 분노가 쌓여 폭군으로 변해버린 왕 광해(이병헌). 광해는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 대신 위험에 노출될 대역을 찾으라 명하고, 허균은 우연히 왕과 똑같은 외모를 지닌 천민 하선(이병헌)을 찾게 된다. 저잣거리의 유명한 만담꾼답게 왕의 흉내를 똑같이 내기까지 하는 하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광해군이 의식을 잃게 되자 하선은 위험천만한 왕의 대역을 하기 시작한다.

국내 12역 영화 중 대표작을 뽑으라면 아마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아닐까 싶다. 왕과 천민의 신분을 오가는 이병헌의 연기가 빛난 이 영화는 무려 1200만 관객을 기록, 한국 영화로는 7번째로 천만 관객에 돌파하며 흥행에 대성공하였다. <광해>는 최근 드라마 <왕이 된 남자>로 리메이크되어 인기리에 종영하였다. 여진구가 주연을 맡았으며, 이병헌 못지않은 12역 연기를 선보여 매 화마다 화제가 된 바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드라마 <왕이 된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개봉 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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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사라졌다>
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누미 라파스, 윌렘 대포, 글렌 클로즈

1가구 1자녀로 인구 증가를 통제하는 사회에서 일곱 쌍둥이가 태어났다? 외할아버지 테렌스 셋맨(윌렘 대포)는 7명의 아이들을 전부 몰래 키우기로 결심하고 이들에게 요일을 따 먼데이, 튜스데이, 웬즈데이, 써스데이, 프라이데이, 새터데이, 선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들은 모두 '카렌 셋맨'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며 자신의 이름인 요일에만 외출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외출했던 먼데이가 위치 추적 장치가 꺼진 채 사라져버린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이들의 은신처가 정부에 발각되어 버리고 만다.
 
디스토피아 배경 기반에 흥미로운 설정을 더해 만들어진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일곱 쌍둥이라는 설정 때문에 주연배우 누미 라파스는 12역도 아닌 17역을 연기했다. 캐릭터들의 개성에 맞게 디테일한 차이를 설정해두고 인물을 표현했다고7명이 함께 있는 장면의 경우 대역들이 촬영한 뒤, 후반작업에서 누미 라파스의 얼굴을 입혔다고 한다.

월요일이 사라졌다

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누미 라파스, 윌렘 대포, 글렌 클로즈

개봉 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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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보이 중의 보이, 제임스 맥어보이 팬이라면 필람 해야 할 영화. 그는 2개도 아닌 무려 23개의 인격을 지닌 케빈을 연기하였다. 실제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격은 케빈, 페트리시아, 오웰, 배리, 제이드, 데니스, 헤그위드 총 7. 시퀀스가 바뀔 때마다 여성, 어린아이 등으로 바뀌는 인격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특히 (스포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는 연기가 압권이다-. 그의 연기력을 제대로 입증해낸 작품비밀에 둘러싸인 24번째 인격 비스트를 위해 벌크업을 한 모습이 팬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고.
 
놀랍게도 24개의 인격을 가진 주인공 케빈은 허구가 아닌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양아버지에게 성학대를 당한 후유증으로 24개의 인격이 생겨나게 된 미국의 빌리 밀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23 아이덴티티>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히어로 3부작 중 <언브레이커블><글래스> 이어주는 2번째 영화다.

23 아이덴티티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개봉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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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
감독 릴리 위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출연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배두나, 벤 위쇼

<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자매(제작될 당시엔 남매였다)가 만든 또 다른 SF 대작 <클라우드 아틀라스>. 윤회사상에서 소재를 얻어 만들어진 이 영화는 500년간 6개의 시공간을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영화의 구성은 대략 이렇다.
 
1849년 애덤 어윙의 태평양 항해 -> 1936년 벨기에~ 영국, 로버트 프로비셔의 편지 -> 1974년 샌프란시스코, 여기자 루이자레이의 이야기 -> 2012년 현재 영국, 티모시 캐번디시의 시련 -> 2144년 미래 도시 네오 서울, 손미 451의 기도 -> 2346년 문명이 파괴된 지구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괜찮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난해함에 호불호가 강한 영화이기도 하다. 챕터마다 스토리도, 배경도, 장르도 모두 다를뿐더러 한 인물을 한 배우가 맡아 계속해서 환생하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 인물도를 보아도 도통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제작비가 무려 1억 달러나 들어갔다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출연진도 상당히 화려하다. 톰 행크스, 할리 베리, 휴고 위빙, 짐 스터게스 그리고 한국 배우 배두나도 출연했다배우들은 에피소드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내며 15~7역을 해냈다. 어려운 영화이나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대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영화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인물 관계도. 하지만 봐도 모르겠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 할리 베리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 톰 행크스
클라우드 아틀라스

감독 톰 티크베어, 라나 워쇼스키, 릴리 워쇼스키

출연 톰 행크스, 배두나, 휴 그랜트, 할리 베리

개봉 2012.10.26. / 2013.01.09.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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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