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필 감독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한국 이름 ‘조동필’

조동필 씨는 직업이 무려 다섯이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감독, 각본가, 제작자인 그는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고, 더 이전엔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날렸다. <어스>의 한국 흥행 소식을 듣고 ‘조동필’이란 자신의 한국 이름을 직접 지어 팬들과 공유한 미국 감독, 조던 필의 이야기다.

현실을 밀도 있게 담아내면서 호러 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 능력자. 데뷔작 <겟 아웃>만큼 훌륭한 차기작 <어스>를 공개하며 관객과 평단의 입맛을 고루 사로잡고 할리우드 호러 천재 자리를 굳힌 조던 필 감독. 잘하는 게 너무 많아 무려 파이브 잡을 겸하는 그의 커리어를 직업별로 나눠 정리해봤다.


코미디언 조던 필
확고한 결단력이 지금의 조던 필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라 로렌스 대학교에 입학한 조던 필은 2년 만에 학교를 중퇴하고 룸메이트였던 레베카 드라이즈데일과 함께 코미디 듀오를 결성한 후 곳곳에서 스케치 코미디 공연을 펼쳤다. 무명 시절의 그가 주로 활동했던 곳은 시카고에 위치한 더 세컨드 시티의 무대. 빌 머레이, 스티브 카렐, 티나 페이 등이 공연했던 무대 위에서 경력을 쌓은 조던 필은 2003년 리얼리티 코미디 쇼 <매드 tv>(MAD tv)에 캐스팅되며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다.

<키앤필>의 조던 필

<매드 tv>에 출연하며 조던 필은 그의 단짝, 키건 마이클 키를 만난다. 두 사람은 2012년부터 코미디 프로그램 <키앤필>(Key & Peele)에서 공동 주연, 작가, 총괄 제작자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쫀득한 긴장을 전하며 관객과 밀당을 펼치는 스케치의 리듬, 센스 넘치는 풍자와 패러디, 인종차별 등 여러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이들의 스케치 코미디는 대중은 물론 평단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다. <키앤필>은 <롤링스톤> 선정 100대 TV 쇼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조던 필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의 엔터테이너’로 선정됐다. 2014년엔 키건 마이클 키와 함께 <타임>이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키 앤 필 시즌1

출연 키건 마이클 키, 조던 필

방송 2012, 미국 Comedy 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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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던 필

<미트 페어런츠 3>
<원더러스트>
<키아누>

조던 필은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키앤필>로 유명해지기 전이었던 2009년, 배우 벤 스틸러가 연출한 TV 무비 <더 스테이션>에 출연한 그는 이후 벤 스틸러 주연작 <미트 페어런츠 3>, 폴 러드,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코미디 영화 <원더러스트>에 얼굴을 비쳤다. 조던 필의 배우 커리어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키아누>. 그의 첫 주연작으로, 갱단 두목의 집 나간 고양이를 발견해 키우다 갱단과 추격전을 벌이게 된 평범한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영화다. <키앤필>의 파트너 키건 마이클 키와 함께 출연한 작품. <겟 아웃> <어스> 이전 그가 제작에 참여한 첫 영화라는 점도 눈에 띈다.

키아누

감독 피터 애튼시오

출연 키건 마이클 키, 조던 필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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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던 필의 연기력이 발휘된 장르는 애니메이션이다. <아기 배달부 스토크> <캡틴 언더팬츠>에서 익살맞은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 그는 차기작 <토이스토리 4>를 통해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조던 필은 <토이스토리> 세계관에 합류한 새로운 캐릭터, 토끼 버니를 연기한다. 어쩐지 <어스>가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이다.

추가
'토이 스토리 4' 팬심 예고편
토이 스토리 4

감독 조시 쿨리

출연 톰 행크스, 팀 알렌, 조안 쿠삭, 애니 파츠, 패트리샤 아퀘트

개봉 201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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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가 조던 필

조던 필이 각본가로 참여한 작품들

<매드 tv> <오바마> <키앤필> 등은 각본가로서 훌륭한 떡잎을 지닌 조던 필을 만날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재기 발랄한 스케치 코미디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조던 필은 첫 영화 주연작 <키아누>의 각본을 쓰며 영화에 발을 들였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조던 필

할리우드가 조던 필의 필력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겟 아웃>이 공개되고서부터. 장르물로서도, 촘촘한 상징과 은유를 통해 시대를 반영한 작품으로서도 호평을 받은 <겟 아웃>을 통해 조던 필은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각본상을 수상했다. 흑인으로선 최초의 각본상 수상. 아카데미 역사에 남은 순간이다.

이후 조던 필은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 <위어드 시티>(Weird City), 드라마 <더 라스트 O.G.>(The Last O.G.)의 각본을 썼다. 기묘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어스>의 각본 역시 조던 필의 손에서 탄생한 것. 현재는 2020년 개봉 예정인 호러 영화 <캔디맨>(Candyman), 키건 마이클 키와 함께하는 호러 코미디 애니메이션 <웬델 앤 와일드>(Wendell and Wild)의 각본을 쓰는 중이다.


감독 조던 필

<겟 아웃>

국내 관객에게 가장 친근한 그의 호칭은 ‘감독’일 듯하다. 흑인 남자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암스)의 집에 초대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겟 아웃>이 조던 필의 연출 데뷔작. 조던 필은 첫 작품에서부터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서스펜스, 유머, 호러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귀재(<인디펜던트>)”란 평을 받으며 할리우드의 중심에 섰다. 조던 필 감독은 <겟 아웃>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엔 모두 이름을 올리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워렌 비티, 제임스 L. 브룩스를 이어 데뷔작으로 세 부문에 이름을 올린 역대 세 번째 감독. 흑인으로선 역시 최초의 성과다.

겟 아웃

감독 조던 필

출연 브래드리 휘트포드, 앨리슨 윌리암스, 캐서린 키너, 다니엘 칼루야

개봉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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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
(왼쪽부터) <어스>의 주연 루피타 뇽과 조던 필

<겟 아웃> 이후 2년 만에 공개한 신작 <어스> 역시 한껏 부푼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고전 호러 명작들이 엿보이는 세련된 장면들, 선명하고 명확한 메시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우악스러운 유머까지. <겟 아웃>보다 넓은 무대에서 제 장기를 맘껏 선보이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어스

감독 조던 필

출연 루피타 뇽, 윈스턴 듀크, 엘리자베스 모스, 팀 헤이덱커,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애나 디옵

개봉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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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 조던 필

<블랙클랜스맨>
(왼쪽부터) 스파이크 리, 조던 필

<키앤필>을 통해 프로듀서로 영역을 넓힌 조던 필은 연출작 <겟 아웃> <어스>, 각본을 쓴 드라마 <더 라스트 O.G.>와 <위어드 시티>에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 역시 조던 필이 제작자로 함께 한 작품. <블랙클랜스맨>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비롯한 여섯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각색상을 수상했다.

블랙클랜스맨

감독 스파이크 리

출연 아담 드라이버, 존 데이비드 워싱턴, 토퍼 그레이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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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기점으로 ‘조던 필 제작’ 문구가 붙은 작품을 여럿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스>를 포함해 올해, 그리고 앞으로 공개될 조던 필 제작 작품이 벌써 8편.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하는 <HBO> 호러 드라마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범죄 다큐멘터리 <로레나>, 1970년 나치주의를 소재로 한  드라마 <더 헌트> 등이 그가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차기작들이 호러, 코미디 장르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그의 성장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