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 차림의 남성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여성 브로커. 영화 <돈>에서 원진아가 연기한 시은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동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단단히 다져온 흔적이 역력한 인물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 빠른 상황 판단으로 제 밥그릇을 챙길 줄 아는 노련함이 돋보이는 인물. 원진아의 시원시원한 미소와 낮고 선명한 목소리, 증권가의 그래프만큼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그녀의 캐릭터에 생기를 더했다.
원진아는 한때 배우의 길을 포기했다가 다시 도전해 꿈을 이뤘다. 현실과 타협하며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두 개씩 돌다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배우 오디션에 붙어 2015년 단편영화 <캐치볼>로 데뷔했다. 이후 <밀정> 등 몇 편의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얼굴을 비쳤고, <강철비>에서 얼떨결에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여성 려민경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첫 드라마 데뷔작이자 주연작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현실적인 연기로 <라이프> 제작진의 러브콜을 받아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경험을 쌓기도 했다. 포기한 꿈에 다시 도전하며 생긴 간절함이 원진아의 성장에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차기작은 <롱 리브 더 킹>. 첫 영화 주연작으로, 김래원과 호흡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