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돈> <사바하> 등 올해 봄 극장가를 찾은 다양한 국내 영화들이 흥행 상승 곡선을 이루며 많은 관객의 사랑을 많았다. 올해 봄 극장가를 찾은 국내 작품의 공통점 중 하나는 눈에 띄는 신예 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것. 범상치 않은 에너지와 연기력을 뽐낸 최근 극장가 속 신인 배우 5인을 모았다.


김혜준
방송/드라마 <대세는 백합> <SNL 코리아> <최고의 이혼> <킹덤> 등
영화 <허스토리> <봄이가도> <미성년>

영화 <미성년>

김혜준은 <미성년>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주리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주리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모든 상황을 본인이 안고 가려고 한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야 할까.” 김윤석 감독은 신예 김혜준을 “서툴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배우”라고 밝혔다. 김윤석 감독은 힘들다고 내색하기보단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려는 주리의 책임감을 배우 김혜준에게서 느낀 것 같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김혜준은 재학 당시 촬영한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3년 동안 출연한 작품의 폭이 꽤 넓다는 점이 눈에 띈다. <SNL 코리아> 크루로 활동하며 스케치 코미디에 도전했고, 영화 <봄이 가도>와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선 무너져내린 어른들에게 섬세한 위로를 건네는 성숙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야욕을 품은 어린 중전을 연기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은 그녀의 이름을 알린 작품임과 동시에 연기 폭을 한층 넓혀준 작품이다. 언뜻 스치는 표정 안에 미묘한 심리를 담아내며 결이 다른 연기를 선보인 <미성년>을 거친 김혜준은 <킹덤 2>와 <변신>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구마 의식을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 <변신>에선 성동일과 장영남, 백윤식, 배성우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성유빈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굿와이프> <미스터 선샤인> 등
영화 <대호> <아이 캔 스피크> <살아남은 아이> <생일> 등

영화 <생일> 리멤버 예고편

<대호> 속 최민식 아들 역할을 시작으로 <아이 캔 스피크> 속 이제훈의 동생,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어머니의 얼굴 위로 베개를 올리며 관객 모두를 울린 어린 자홍까지. 성유빈은 또래 배우들 중 가장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 배우다. 알고 보면 올해로 연기 9년 차. 데뷔작 <블라인드>를 시작으로 <완득이> <마이웨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린> 등에서 다양한 배우의 아역을 연기했다. 성유빈은 쉴 새 없이 촬영장을 드나들며 “어떻게 하면 아역 연기에 차별화를 둘 수 있을까” 고민해온 잔뼈 굵은 배우다.

<생일>에서 그는 2014년 4월 16일, 가장 친한 친구를 떠나보낸 소년 성준을 연기한다. 분량이 많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후반부 생일 모임에서 수호(윤찬영)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짧은 장면만으로도 관객의 뇌리에 박힐 만큼 진심 어린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해 그에게 수많은 신인상을 안겨주었던 영화 <살아남은 아이>를 본 관객이라면 그가 지닌 놀라운 연기력을 이미 알고 있을 터.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얽매인 소년을 섬세한 얼굴로 구현한 성유빈은 평단으로부터 ‘올해의 신인’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그의 차기작은 <만월>과 <전투>.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할 그의 앞날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

원진아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라이프>
영화 <밀정> <강철비> <돈> <롱 리브 더 킹> 등

영화 <돈>

슈트 차림의 남성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여성 브로커. 영화 <돈>에서 원진아가 연기한 시은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동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단단히 다져온 흔적이 역력한 인물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 빠른 상황 판단으로 제 밥그릇을 챙길 줄 아는 노련함이 돋보이는 인물. 원진아의 시원시원한 미소와 낮고 선명한 목소리, 증권가의 그래프만큼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그녀의 캐릭터에 생기를 더했다.

원진아는 한때 배우의 길을 포기했다가 다시 도전해 꿈을 이뤘다. 현실과 타협하며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두 개씩 돌다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배우 오디션에 붙어 2015년 단편영화 <캐치볼>로 데뷔했다. 이후 <밀정> 등 몇 편의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얼굴을 비쳤고, <강철비>에서 얼떨결에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여성 려민경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첫 드라마 데뷔작이자 주연작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현실적인 연기로 <라이프> 제작진의 러브콜을 받아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경험을 쌓기도 했다. 포기한 꿈에 다시 도전하며 생긴 간절함이 원진아의 성장에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차기작은 <롱 리브 더 킹>. 첫 영화 주연작으로, 김래원과 호흡을 맞춘다.

영화 <강철비>

전소니
드라마 <남자친구>
영화 <여자들> <죄 많은 소녀> <악질경찰> 등

영화 <악질경찰>

독립영화를 즐겨 보는 이라면 전소니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터. <악질경찰>은 독립영화계 스타 전소니의 첫 상업영화다. 상업영화의 틀에 욱여넣은 세월호 참사를 사려 깊게 다루지 못했다는 등, 각종 혹평에 시달린 <악질경찰>. 이 영화가 거둔 단 하나의 성과를 꼽는다면 단연 신인 배우 전소니의 발견이다. 대사 대신 눈빛으로 더 많은 정보와 감정을 전달하는 전소니는 등장만으로도 극에 긴장을 얹는 능력을 지녔다.

2014년, 서울예술대학에 재학 중 출연한 단편 영화 <사진>으로 데뷔한 전소니는 이후 웹드라마 <72초 드라마>, 가수 치즈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짧은 분량만으로도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그녀의 장악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죄 많은 소녀>. 드라마 <남자친구> 역시 현재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다. 진혁(박보검)을 짝사랑하는 친구 혜인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드라마 <남자친구>

박세진
드라마 <마녀보감>
영화 <미성년>

영화 <미성년>

스크린에 등장한 새로운 얼굴. 박세진은 첫 영화에서 주연 자리를 따낸 능력자다. 4차까지 이어진 오디션에서 500 대 2의 경쟁률을 뚫고 김윤석 감독의 신뢰를 얻은 배우. 박세진이 연기한 윤아는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길 강요받은 미성년이다. 한껏 무심한 척하다가도 한계에 다다르면 와르르 무너지고 마는 여린 속내를 지닌 고등학생. 그 양면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한 박세진의 입체적인 연기를 보고 있자면 이 배우의 앞날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인물의 복잡한 속내를 날 것 그대로 표출하는 재능. <미성년>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에 입문한 박세진은 모델로 일하며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지내던 중, 언니의 권유로 슈퍼모델 선발 대회에 나갔고 4개월간의 서바이벌에서 통과해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이후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미성년> 전 그의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은 드라마 <마녀보감>이다. 극 중 염정아가 연기한 홍주의 호위무사, 요비를 연기했다.

드라마 <마녀보감>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