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개봉 첫 주에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보고 나서 오만 생각이 다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기생충>에 대한 네티즌의 이런저런 해석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눈 내용, 개봉 전 <씨네21>과 나눈 인터뷰 등에서 밝혀진 <기생충>에 대한 비하인드를 총정리해봤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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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기생충>

- 감독이 직접 말한 <기생충>, 제목의 의미는?
<기생충>이란 ‘센’ 제목은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에 따르면 <기생충>은 <데칼코마니>라는 가제로 불렸다. 가제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 처음엔 <플란다스의 개> <설국열차>와 같은 수평적인 구조에서 잘게 나눠진 계급을 조명했으나 “<기생충>으로 제목을 바꾸면서 지금의 수직 구조가 나올 수 있었다”고. 이어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란 제목에 대해 “글자 하나만 바꾸면 ‘상생’, ‘공생’에서 모든 형태의 리스펙트가 없어지고 말의 뉘앙스가 곤두박질친다. 한쪽 사이드를 비난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되는 거다. 그 곤두박질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란 설명을 덧붙였다. 

- <기생충>의 시나리오는 2017년 하반기부터 쓰기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의 머릿속에서 <기생충>의 세계가 구축되기 시작한 건 <설국열차>가 개봉한 2013년부터다. 송강호와 최우식을 캐스팅하고, 2017년 하반기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캐스팅한 배우는 박소담. 남매로 등장한 최우식, 박소담 배우의 닮은 꼴을 강조한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두 배우의 사진을 비슷한 표정별로 묶어봤다”고 밝혔다.

- 칸영화제에서 상영 중 박수갈채를 받은 장면은?
<씨네21>의 칸영화제 현지 보고 기사에 따르면, <기생충>은 상영 중간 기립박수에 견줄 법한 박수갈채를 두 번이나 받았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송강호가 쓰레기통에서 무언가를 줍는 장면에서 첫 번째 박수가, 극 중 어떤 인물이 타격감 있게 발로 차이는 장면에서 두 번째 박수가 터졌다.

- 해외 관객까지 사로잡은 영어 자막
한국인의 뼛속 공감을 얻을 요소가 군데군데 박혀있는 <기생충>이 해외 관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엔 영어 자막의 힘이 컸다. <기생충>의 영어 자막은 미국 출신 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과 봉준호 감독이 함께 만들었다. 외국인이라면 이해하기 힘들 음식, 짜파구리는 라면과 우동을 섞은 ‘람동’(ramdong)으로, 기택(송강호)이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를 언급하는 장면에서 서울대는 ‘옥스퍼드’로 번역됐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신촌점, 송도점에서는 영어 버전 <기생충>을 특별 상영하고 있다.

- 엔딩크레딧 음악까지 듣고 나와야 완벽한 감상
<기생충> 국내 언론시사회 상영에선 엔딩크레딧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극장의 불이 켜지지 않았다. 이는 엔딩크레딧에 삽입된 곡, ‘소주 한잔’에 봉준호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이 녹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복합적인 마음을 담은 곡.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을, 봉준호 감독이 작사를 맡았고 최우식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 표준근로 계약에 맞춰 촬영됐다
영화 촬영 현장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밤샘 촬영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기생충>은 스케줄에 오차 없이, “표준근로 계약에 맞춰 촬영됐다”는 사실로도 화제가 됐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유별난 게 아니라 2~3년 전부터 영화 스탭의 급여 등은 정상적으로 정리가 됐다. 영화인들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ALL ABOUT <기생충> 배우들

- 송강호는 올해 칸영화제의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다
봉준호 감독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이 송강호를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았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영화제 규정 상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는 중복 수상이 불가능해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전할 수 없었다고.

- 송강호는 칸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할 뻔했다
송강호의 귀국일은 폐막식 당일 아침이었다. 일정대로 비행기를 탔다면,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그는 고요한 상공에 머물고 있었을 것. 스케줄 상 비행기 표 변경이 가능했던 송강호는 귀국 일정을 하루 늦췄고, 칸영화제 폐막식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칸영화제 폐막식 무대 위에 올라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님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 <기생충>에서 송강호는 <마더> 김혜자의 연기를 가져왔다
누군가에겐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자세히 이야기하진 않겠다. 기택(송강호)이 핵심적인 말을 하며 팔로 눈을 가리는 장면이 나온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라이브 톡 행사에서 “이 장면은 <마더>의 김혜자 선생님 연기를 가져온 것”이라는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 장혜진, <살인의 추억>에 출연할뻔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우리들> 속 장혜진의 연기를 보고 그녀를 캐스팅했다. 알고 보면 이전에도 봉준호 감독은 장혜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살인의 추억> 캐스팅 당시, 순경 역할에 장혜진이 어울릴 거라 생각했던 봉준호 감독. 그러나 당시 장혜진은 배우로서 활동을 안 하고 있었고, <살인의 추억> 출연은 무산됐다. 봉준호 감독과 장혜진은 그로부터 17년 뒤 <기생충>에서 함께하게 됐다.

- 충숙을 해머 던지기 선수로 설정한 이유는?
봉테일은 어떠한 설정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충숙을 왜 해머 던지기 선수로 설정했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완력이 강한 여인, 송강호 배우가 연기한 남편 기택이 체력적으로도 쩔쩔맬법한 상대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설정”이라고 밝혔다. 장혜진은 <기생충>에 출연하기 위해 감독의 요구대로 15kg를 증량해야 했다.

- 연교의 이름은 학습지의 이름에서 따왔다
부잣집 안주인 연교(조여정). 학구열 높은 엄마, 연교의 이름은 학습지로 유명한 교육업체 ‘대교’에게서 따온 이름이다.

- 봉준호 감독이 최우식을 캐스팅한 이유는?
최우식이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첫 작품은 <옥자>다. “1종 면허는 있는데 4대 보험이 없는” 김군을 연기하며 신스틸러로 활약했던 그. <옥자>를 함께하며 그에게 신뢰를 얻은 봉준호 감독은 “착하고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끈질긴 느낌도 있는”,“방금 밥을 든든하게 먹고 일어났는데 곧바로 방전된 것 같은 무기력함을 지닌” 등으로 최우식을 설명하며, 그가 “젊은 세대의 얼굴을 품고 있다”고 평했다. <기생충> 속 기우의 얼굴이 곧 이 시대 젊은 세대의 얼굴인 것.

- 박서준은 ‘진짜’ 특별출연이다
돈독한 친분을 자랑하는 최우식과 박서준은 서로의 작품에 우정 출연으로 여러 번 얼굴을 비쳐왔다. <기생충>에 출연한 박서준을 보며 최우식과 박서준의 현실 우정을 떠올린 이가 많았을 것. 박서준은 최우식과의 우정으로 <기생충>에 출연했을까? 아니다. 박서준은 봉준호 감독이 캐스팅한 진짜 특별출연이었다. 최우식은 인터뷰를 통해 “감독님도 캐스팅하고 나서 저희가 친한 사이라는 걸 알았다. (박서준은) 진짜 특별 출연”이라고 전했다.

- 박사장을 연기한 이선균과 다혜 역의 정지소는 <기생충> 전에도 부녀로 호흡을 맞췄다
7년 전, 이선균과 정지소(당시엔 현승민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과자 CF에서 부녀로 호흡을 맞췄던 바 있다. <기생충> 촬영 현장에서 정지소가 그 이야기를 꺼냈고, 이선균 역시 그녀를 기억하며 무척 반가워했다고.

- 박소담, 최우식과 닮아서 캐스팅됐다?
박소담은 송강호, 최우식에 이어 <기생충>에 합류했다. 최우식은 <씨네21> 인터뷰를 통해 “정말 편한 상태로 만났던” 박소담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감독님이 실례지만 투샷을 찍어도 되겠냐고 묻더라. 정말 안 친했는데 어색하게 옆에 붙어서 찍었다. 지금 봐도 똑같이 생겼다”며 박소담과의 닮은 꼴을 인정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박소담과 최우식의 사진을 보며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힌 바 있다.

- 흡연 장면을 촬영하기 전 테스트를 거쳤다
기정(박소담)의 흡연 신은 <기생충>의 명장면으로 손꼽을만하다. 박소담은 촬영 전 “세 가지 종류의 담배로 테스트를 했다”고 밝혔다. 금연초 등 여러 종류의 담배를 테스트했지만 봉준호 감독도 흡연자가 아니라 ‘잘 피우고 있는 것인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결국 <기생충> 촬영 현장의 흡연자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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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세트/소품

- <기생충>에 등장한 두 집은 모두 세트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기생충>을 보고 봉준호 감독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 바로 “저런 집을 어디서 구했냐”는 거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세계를 모두 세트로 창조했다. 기택의 집은 일산의 고양 아쿠아 스튜디오에 동네 전체를 세트로 지었다. 박 사장(이선균)의 집은 집을 아예 새로 짓는다는 생각으로 세트를 만들었는데, 1층 대지가 1818㎥(550평), 1층 건물 면적만 661㎥(200평)에 다다르는 규모였다고. 건축가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여럿 가져다 놓기도 했다.

- 소품으로 사용된 쓰레기통이 250만 원이다
봉준호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촬영에 사용된) 쓰레기통이 250만 원”이라고 밝혔다. “페달을 내려도 뚜껑에서 소리가 안 나는” 쓰레기통이라니, 극 중반 송강호X핫소스 콜라보 명장면에서 나온 쓰레기통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봉준호 감독은 “그거 반납할 때도 달달달 떨면서 했다. 혹여 흠집 날까 봐. 신기한 세계를 경험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 다송의 그림을 그린 사람은 후니훈이다
극 후반, 파티 장면에서 등장하는 의외의 인물이 있다. 바로 후니훈이다. 후니훈은 과거 ‘북치기 박치기’ 랩으로 유명세를 샀던 래퍼다. 뜬금없이 등장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후니훈은 러닝타임 내내 주요한 위치에서 제 존재감을 뽐냈다. <기생충> 속 다송의 그림은 후니훈의 작품이다. 그는 현재 ‘지비지’란 가명의 미술 작가로 활동 중이다.


ALL ABOUT <기생충> 촬영

- 2.35 : 1의 비율로 촬영한 이유는?
<기생충>은 2.35:1의 비율로 촬영됐다. 보통의 영화보다 확연히 넓은 비율. 시네마스코프로 촬영된 이유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캐릭터들이 중요하고, 가족들이 우르르 그룹 지어 몰려다닌다. 그래서 2.35:1로 담아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 <기생충>은 한 대의 카메라로 촬영됐다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진 내용. 홍경표 촬영감독은 “한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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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계단/한 핏줄 영화
<하녀>

-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에서 계단 이미지를 가져왔다
<기생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 바로 계단이다. 영화의 핵심 공간 가운데 하나인 박 사장의 저택에서도, 예고편 속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기택의 가족이 길 한복판에서 우왕좌왕하는 장면에서도 계단을 만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열린 <기생충>의 기자회견에서 “김기영 감독님의 <하녀>라든가 <충녀>에서 계단 이미지를 가져왔다. 김기영 감독님의 계단의 기운을 받으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매체 <르 몽드> 역시 “<기생충>은 김기영 감독의 <하녀>의 맥을 잇는 영화”라고 평했다.

<리피피>
<하인>

- 김기영 감독의 <하녀> 말고 또 어떤 작품?
김기영 감독의 <하녀> <충녀>가 많이 언급됐지만, 봉준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멋스러운 영화 속 계단은 이외에도 넘쳐났다. 봉준호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줄스 다신의 <리피피>(1955)에도 멋진 계단이 나온다. 조셉 로지의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데, <하인>(1963)에 나오는 계단의 느낌도 재밌다. 그런 걸 수집하는 게 이번 영화하면서 아주 즐거운 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이 공개된 이후,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하인>을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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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지하 가족

- 이정은은 봉준호 감독 영화 속 단골 배우다
봉준호 감독은 뮤지컬 <빨래>를 보고 이정은을 발견했다.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데 능한,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그녀의 연기에 반한 것. <기생충>은 이정은이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작품이다. 이전엔 <마더> <옥자>에 출연했다. <마더>에선 죽은 여고생의 장례식을 비추는 장면에서 유족으로 등장했고, <옥자>에선 영화의 주인공, ‘옥자’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스쳐 지나가듯 짧게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회현 지하상가 안, 옥자를 보고 당황하며 소리를 지르던 휠체어 탄 여자가 바로 그녀다.

박명훈 인스타그램(@park_myung_hoon_528)

- 봉준호 감독은 박명훈을 “세계 최고의 술 취한 연기를 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박명훈은 영화 <재꽃> 관련 행사 당시 함께한 적이 있다. 당시 봉준호 감독은 “박명훈 배우는 세계 최고의 술 취한 연기를 하시는 분이다. 외모 자체로 뿜어내는 독특한 뉘앙스가 있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가장 기이한 캐릭터, 근세를 박명훈이 연기했던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