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까지. 부지런히 실사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디즈니가 또 하나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인어, 에리얼의 성장과 사랑을 다룬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화 준비에 시동을 건 것. 7월 초엔 주인공 에리얼 역에 유색인종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 아직 자세한 정보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디즈니의 역사를 바꿀 배우 할리 베일리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실사 <인어공주>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정리해봤다.


에리얼 연기할
할리 베일리는 누구?

실사 <인어공주>를 둘러싼 논란의 주인공. 에리얼 역에 캐스팅된 할리 베일리다.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 소식을 들은 일부 네티즌은 #NotMyAriel(내 에리얼이 아니야)라는 해시태그를 퍼뜨리며 디즈니에 의아함을 표했다. 덴마크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인어공주>의 주인공이 유색 인종 배우라 어색하다는 것. “원작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디즈니가 빨간 머리에 하얀 피부를 지닌 백인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으로까지 번졌다.

사실 디즈니에서 캐스팅을 두고 논란이 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온갖 합성의 주인공이 되어 수많은 ‘짤’을 생성해냈던 <알라딘> 속 지니(윌 스미스)의 아픈 과거를 떠올려보자. 롭 마샬 감독은 캐스팅 결과를 공개하며 “할리 베일리는 이처럼 상징적인 역할을 맡기에 적합한 영혼과 감성, 젊음, 순수한 내면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다”고 덧붙였다. <정글북>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덤보> <알라딘>…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든 실사 영화론 늘 팬들을 만족시키는 작품을 선보여왔던 디즈니이기에, 이번 선택 역시 굳건한 믿음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오른쪽이 할리 베일리

비욘세가 픽한 차기 슈퍼스타
2000년 3월 27일, 미국 애틀랜타 출신. 할리 베일리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11살 때부터다. 할리 베일리는 언니 클로이 베일리와 유튜브 채널에 비욘세의 커버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중 ‘프리티 허츠’(Pretty Hurts)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는 비욘세의 소속사 파크우드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으로까지 이어진다.

‘클로이 x 할리(Chloe x Halle)’란 이름의 여성 듀오로 활동을 시작한 자매는 2016년 데뷔 EP <슈가 심포니>(Sugar Symphony)를 발표했고, 비욘세의 신곡 ‘레모네이드’(Lemonade)의 비주얼 비디오에 젠데이아 콜맨, 쿠벤자네 왈리스, 아만들라 스텐버그 등과 함께 카메오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비욘세의 ‘더 포메이션 월드 투어’(The Formation World Tour)의 오프닝 공연을 맡아 전 세계 앞에서 실력을 뽐냈다.

(왼쪽부터)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모습, 슈퍼볼에서의 모습

2017년엔 자매가 직접 작곡하고 제작한 앨범 ‘더 투 오브 어스’(The Two of Us)를 발매했고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그해 <롤링스톤>이 선정한 2017년 최고의 R&B 앨범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2018년엔 정규 앨범 ‘더 키즈 아 올라이트’(The Kids Are Alright)를 발매했다. 클로이X헤일리는 2019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 베스트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Best Urban Contemporary Album)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에겐 <어벤져스: 엔드 게임> <캡틴 마블> 등 할리우드 대작의 예고편이 쏟아지기로 유명한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축제, 슈퍼볼에선 미국의 애국가를 열창하기도 했다.

노래보단 연기가 먼저! 
가수로서의 실력만 쟁쟁하면 뭐 하냐고? 할리 베일리는 틈틈이 연기도 해왔던 부지런한 능력자다. 그녀의 데뷔작은 2006년 개봉한 <라스트 홀리데이>. 국내 미개봉작으로 퀸 라티파 주연의 코미디 영화다. 이후 TV 시리즈에 작은 역으로 출연해왔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시동을 건 건 <그로운-이시>에 출연하고서부터. <ABC>의 유명 시트콤 <블랙키쉬>의 스핀오프로, <블랙키쉬>의 등장인물 조이(야라 샤히디)의 대학 생활을 다룬다. 할리 베일리는 조이의 친구 스카이 포스터를, 그녀의 언니 클로이 베일리는 재즈 포스터를 연기한다.


현재까지
캐스팅된 배우는?
(왼쪽부터) 우르술라, 멜리사 맥카시

현재까지 <인어공주>에 캐스팅된 배우들도 흥미롭다. 먼저 에리얼의 목소리를 빼앗아 인간이 되는 마녀 우르술라 역엔 멜리사 맥카시가 캐스팅될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 <라이프 오브 더 파티> 등 주로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서 활약해왔던 그녀는 지난해 출연작 <날 용서해줄래요?>에서 실존 인물 리 이스라엘을 연기하며 오스카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왼쪽부터) 인어공주, 플라운더, 스커틀
(왼쪽부터) 제이콥 트렘블레이, 아콰피나

에리얼의 바다 친구와 육지 친구도 캐스팅이 완료됐다. 겁 많은 에리얼의 조력자이자 귀여운 물고기 플라운더의 목소리는 할리우드의 천재 아역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연기한다. 괴상함이 매력적인 에리얼의 육지 친구 갈매기, 스커틀 역엔 아콰피나가 캐스팅된 상태다.


캐스팅 관련
이모저모

-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함을 넘어 악플이 쏟아지자 디즈니가 나섰다. 월트 디즈니 산하 미국 방송국, <프리폼>(Freeform)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엔 “불쌍하고 불행한 영혼들을 위한 공개편지”란 캡션과 함께, 캐스팅 논란에 반박하는 글을 담은 이미지가 업로드됐다. <프리폼>은 “<인어공주>의 원작자는 덴마크인이었고, 에리얼은 인어였다. 에리얼은 수중 왕국에 살고, 전 세계 어디든 합법적으로 수영할 수 있다. 하지만 논쟁을 위해 에리얼도 덴마크인이라고 가정하자. 덴마크 인어는 흑인일 수 있다. 왜냐하면 덴마크 '사람'이 흑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덴마크 흑인도 '유전적으로' 붉은 머리를 지닐 수 있다” “에리얼은 픽션 속 캐릭터다”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애니메이션 속 트라이튼 왕, 테리 크루즈 버전의 트라이튼 왕(@BossLogic)

- 할리 베일리 캐스팅이 발표된 후, 테리 크루즈는 자신의 상체와 인어의 꼬리를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에 업로드하며 ‘에리얼의 아버지’ 트라이튼 왕으로 캐스팅되길 원한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많은 팬들은 #ArielsGotTerry 란 해시태그를 통해 그의 캐스팅 요청(?)에 찬성의 뜻을 보내고 있다. 팬 포스터로 유명한 아티스트 보스로직이 테리 크루즈 버전의 트라이튼 왕 이미지를 제작하기도. 테리 크루즈 외 인기 있는 트라이튼 왕의 캐스팅 후보론 이드리스 엘바와 드웨인 존슨이 있다.

조디 벤슨

-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에리얼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조디 벤슨은 “디즈니와 실사 <인어공주>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 조율의 결과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조디 벤슨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플로리다 슈퍼콘’에 참석해 할리 베일리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조디 벤슨은 “겉모습보단 내면이 더 중요하다. 인물의 인종, 국가, 피부 색, 말투, 몸무게 모두 상관없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를 하는 거다. 디즈니는 스토리텔링의 핵심을 알고 있고, 우리 모두와 소통하는 법을 잘 아는 회사다. 우리는 다시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레이디 가가, 오드라 맥도널드, 하비 피어스타인

- 우르술라 역엔 레이디 가가도 거론됐다. 지난해 <스타 이즈 본>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 그녀는 아카데미,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다수 시상식의 여우주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 토니상에서 연극, 뮤지컬 부문 조연상과 주연상을 모두 수상해 여성 배우로서 최초로 토니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오드라 맥도널드, <헤어 스프레이>에선 출연으로, <킹키 부츠>에선 극작가로 활동하며 토니상을 휩쓴 하비 피어스타인 역시 우르술라 역에 관심을 보였다.

해리 스타일스

- 에리얼의 왕자, 에릭 역에 캐스팅될 배우는 누굴까? 출연 물망에 오른 배우는 해리 스타일스다. 17일(현지시각) <버라이어티>는 해리 스타일스가 <인어공주>의 에릭 왕자 역으로 출연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해리 스타일스는 보이밴드 원디렉션의 멤버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뮤지션 출신 배우다. 데뷔작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 프랑스 군인 깁슨(아뉴린 바나드)을 의심하는 알렉스를 연기했다.

노아 센티네오

해리 스타일스와 함께 강력 후보로 거론되었던 배우는 노아 센티네오다. 넷플릭스의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해온 넷플릭스 직원(!) 노아 센티네오는 <찰리스 앤젤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의 촬영을 마쳤고, 2021년 개봉 예정인 <우주의 왕자 히맨> 리부트에 히맨 역으로 캐스팅됐다.

트위터 (@@taesbbygirl18)

- 해외 팬들이 실사 <인어공주>에서 에릭 역으로 캐스팅되길 원하는 유력 후보(!) 중 하나, 바로 BTS의 지민이다. 그의 검은 머리,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에릭 왕자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것. 실제로 미국의 온라인 뉴스 플랫폼, <엘리트 데일리>의 편집장은 자신의 SNS에 젠데이아 콜맨과 지민의 사진을 업로드한 후 “이들이 에릭 왕자와 인어공주”라는 캡션을 덧붙이며 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작진은 누구?

- 현재 캐스팅 진행 단계인 <인어공주>는 2020년부터 4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설 예정이다.

롭 마샬 감독

- 장편 데뷔작 <시카고> 한 편으로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 등 여섯 부문을 석권한 롭 마샬 감독이 <인어공주>의 연출을 맡는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숲속으로>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그의 전작. <인어공주>는 그의 네 번째 디즈니 연출작이다.

- <게이샤의 추억>부터 <메리 포핀스 리턴즈>까지, 롭 마샬 감독의 연출작 대부분을 함께했던 디온 비브 촬영 감독이 <인어공주>의 카메라를 잡는다. 의상 디자인은 콜린 앳우드 의상 감독이 활약할 예정이다. 콜린 앳우드 역시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 등 롭 마샬 감독의 작품 대부분을 함께했고, <신비한 동물사전>을 통해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