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에서 능숙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며 완벽하게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 그해 신인상을 휩쓸었던 배우 최희서가 영화 <아워 바디> 돌아왔다. 이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 영화 속 자영처럼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멋지게 달리고 있는 배우 최희서에 대한 이모저모를 모았다.

아워 바디

감독 한가람

출연 최희서, 안지혜, 김정영

개봉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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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연희극회 연극 <보이체크> 출처 / 연세대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시작한 연기

학창시절, 부모님의 뜻에 따라 해외에 머물면서 공부에 전념했던 최희서.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열망했던 것은 항상 연기였다고. 연세대학교에 합격한 후, 3개월간 대학로의 연극을 보러 다니던 최희서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해 무작정 연기 학원으로 갔다고 한다. 사정을 들은 학원 원장님이 연세대에 오래된 연극 동아리가 있으니 그곳으로 가보라 제안했다고. 입학 첫날, 최희서가 향한 곳은 입학식이 열리는 곳이 아닌 연세대 연극동아리 연세극예술연구회 동아리 방이었다. 그곳에서 최희서는 연기의 기본이 되는 발성이나 호흡 등 기초를 배워나갈 수 있었고, 선후배들과 무대에 서며 배우의 꿈을 키워나갔다.

2006년 연극 <어린왕자>를 리허설하는 모습. 출처 / 연세대학교

데뷔작 <킹콩을 들다>

단편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오가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던 최희서의 스크린 데뷔작 <킹콩을 들다>. 가진 거라곤 힘밖에 없던 시골 소녀들이 역도 선수로 성장,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희서는 극중 아픈 엄마를 위해 역도 선수로 성공하고자 하는 효녀 여순 역을 맡았다. 여순을 연기하기 위해 머리를 과감히 짧게 자른 모습이 인상적. 까무잡잡한 피부와 더불어 옛 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같았던 캐스팅, 이준익과의 첫 만남 <동주>

<킹콩을 들다>로 데뷔했지만 8년간 무명에 가까웠던 최희서가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이준익 감독을 만나고서부터다. 그는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의 시를 사랑한 일본인 쿠미 역으로 분해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선보였으며, <동주> 일본어 대사 번역 작업에도 참여했다. 한편, 최희서가 <동주>에 캐스팅된 계기가 밝혀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운명을 바꾼 건 오디션 장이 아닌 지하철 안이었다고.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최희서가 연극 <사랑이 불탄다>를 위해 지하철에서 연극 대사를 외우며 연습을 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남녀가 싸우는 신이 많다 보니 중얼거리다 목소리도 커지고 다소 미친 여자(!)처럼 보일 정도로 지하철에서 맹연습 중이었다고. 연습에 한창이다 역에 도착해 내렸는데 한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고, 그 남자가 바로 <동주>의 각본과 제작을 담당한 신연식 감독이었다. 감독은 맞은편 여자가 너무 이상하게 대본에 몰입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같은 역에서 내리면 명함을 줘야겠다생각했는데 마침 운명처럼 같은 역에서 내리게 되어 명함을 준 것이라고. 영화 같았던 두 사람의 만남은 최희서가 <동주> 쿠미 역에 캐스팅되는 계기가 되었다.

연극 <사랑이 불탄다>

12관왕 기록, 인생 캐릭터 <박열> 가네코 후미코
 
이준익 감독과 함께 한 두 번째 작품, <박열>은 최희서에게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최희서는 극중 아나키스트이자 박열의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 ‘실제 일본인인 줄 알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생생한 일본어 연기와 당돌하고 주체적 여성상을 선보이며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이는 곧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 유수 시상식 신인여우상·여우주연상 12관왕 수상이라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박열>이 최희서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유는 영화 곳곳에 그의 노고가 묻어있기 때문.

2015<동주> 후시 녹음 자리에서 이준익 감독에 의해 가네코 후미코를 처음으로 알게 된 그는 <박열> 첫 시나리오 회의에 참석했다(당시엔 캐스팅이 진행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기다림 끝에 약 1년 후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캐스팅이 확정된 최희서는 촬영이 들어가기에 앞서 <박열> 시나리오 번역 작업에 참여했다. 박열과 후미코의 재판 기록 및 자서전 원문을 바탕으로 배우 김인우와 함께 대사 번역 작업을 함께 했으며, 번역 외에도 대본 작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주쿠 양산박극단에 직접 연락을 취하는 등 다방면에서 영화 제작에 힘썼으니, <박열>이 그의 인생작이 된 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5개 국어 능력자?!

최희서는 무려 5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 능력자다. 초등학교를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보냈으며, 연세대 재학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 교환학생으로 진학해 공연 예술을 부전공하기도 했다고. 때문에 일본어와 영어엔 상당히 능통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을 때 제2외국어로 이탈리아어를 학습, 중국어는 언젠가 중국에 진출하고 싶어 공부했다고 한다.


깜짝 결혼 발표, 9월의 신부가 되다

지난 6, 최희서는 한 편의 글을 통해 깜짝 결혼 사실을 발표했다. 그는 가을이 오면, 결혼을 합니다. 저 결혼하고 싶었거든요라는 말과 함께 상상만 해도, 나에게 곧 그날이 올 거라는 상상만 해도 벌써 코끝이 찡해지고 입꼬리에 경련이 인다. 너무 좋아서. 아 결혼한다니 너무 좋아서, 내가 당신이랑 결혼한다니 너무 좋아서.”라며 결혼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예비 신랑과는 대학 수업에서 처음 만나 졸업 후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햇수로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연을 맺고 서로를 지켜 온 두 사람은 오는 928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최희서 브런치 (@lunadelizia)

최희서이자 최문경

평소 다독을 하기로 유명한 최희서는 배우이자 에세이스트로도 활동하는 중이다. 종종 직접 에세이를 써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2017년엔 모 사이트에서 <박열> 캐스팅부터 촬영기까지, 직접 후일담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약 2년 만에 또 다른 에세이로 돌아온 최희서. 첫 글이 깜짝 결혼 발표(!)였다. 앞으로 자신의 연애담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글에 옮겨 담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최희서는 에세이스트로서 최문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이는 글이 아름답다라는 뜻으로 그의 본명이다


차기작은? 

<아워 바디> 개봉을 마친 최희서. 그의 다음 행보는 한국이 아닌 할리우드다. <시애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제작한 게리 포스터가 제작하는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신인 감독의 입봉작에 출연한다. 제작비가 큰 대작이 아닌 저예산의 멜로 영화이며 오디션 끝에 배역을 따냈다고.
국내에서도 차기작이 정해진 상태다. 마지막 청부 살인으로 인해 새로운 추격과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캐스팅 소식이 25일 보도되며 기대를 모았다. 정확히 어떤 캐릭터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그의 색다른 연기 변신을 볼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오피스>(2015)로 데뷔한 홍원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3일 촬영에 돌입, 황정민· 박정민· 이정재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