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기묘한 이야기
★★★☆
‘냄새로 인간의 감정을 읽는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 영화는 예상할 수 없는 점입가경의 스토리로 관객을 이끈다. 인간과 비인간, 남성과 여성 등 세상을 규정하는 가장 원초적이며 기본적인 경계를 흐린다. 충분히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충격적이라는 점에선 찬반양론 모두 동의할 듯.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에서 현학적인 면을 걷어낸 듯한 톤으로, 마이너리티에 대한 독특하면서도 도발적인 시선이 인상적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편견과 차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상. 나를 사랑하는 시간에 대하여.
★★★★
북유럽 트롤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환상적인 멜로드라마. 남들과는 다른 외모와 진실을 꿰뚫어보는 특별한 힘을 가진 여자가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존재를 만나면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나간다. <렛미인>의 원작자가 쓴 단편 소설을 영화화 한만큼 판타지에서 차갑고도 아름다운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유사하다. 신화와 현실, 영화와 환상, 모든 것이 겹쳐진 자리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야기. 남들과 비교를 기반으로 하는 차이와 구분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사랑하는 자존의 시간을 ‘보여준다.’ 동화, 판타지, 신화, 설화, 호러, 멜로 등 어떤 이름을 붙일 수도 있지만 그 어떤 것에도 속하지 않는 기묘한 체험. 상상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이야기, 오직 그 원초적인 매력으로 기억될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놀라움, 기묘함, 신선함 100%
★★★☆
북유럽의 스산한 기운을 안고 찾아온 기묘하고 도발적인 작품.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 의무와 욕구, 옳은 것과 옳지 못한 것, 낮과 밤, 쾌락과 수치심... 제목처럼 경계에 선 모든 것을 이야기하며 하나의 영화적 테마를 끝까지 힘 있게 잘 끌어간다. 영화는 인간이 만든 질서의 문화들보다 초월적이고 신화적인, 혹은 가장 순수한 자연 상태 그대로를 더 크게 선사한다. 낯설고 순수한 에너지들이 가득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진짜를 감각하게 만드는, 기묘하고도 파격적인 시선
★★★☆
북유럽의 트롤 신화를 바탕으로, 편견에 사로잡힌 현실을 판타지로 승화시킨 어른들을 위한 한편의 동화. 이민자, 난민 등의 문제로 반목하고 경계 지워진 지금의 세계를 상징화한다. 작가의 전작 <렛 미 인> 뿐 아니라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사회에서 차별받는 인물들과도 연결된다. 판타지, 호러, 범죄, 스릴러가 혼합되어 있지만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하나의 장르는 티나와 보레의 아름다운 멜로다.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눈’을 정면으로 인지하게 해주는 결정적 장면 역시 ‘남과 다르게’ 인식되던 티나가 보레를 만난 후 숲으로 들어가 나누는 사랑의 행위, 그 적나라하고 과감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묘사가 용감하다. ‘못나’ 보이던 티나는 풍경 속에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관객에게 새로운 가치의 세계, 경계를 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 준다. 정교한 특수분장을 뚫고 나오는 에바 멜란데르와 에로 밀로노프의 연기가 이 기묘한 서사에 단단하고도 리얼한 힘을 불어넣어 준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경계를 허무는 영화
★★★★
국적, 장르, 연출, 연기까지 정형화된 잣대와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후각 능력을 지녔지만 남다른 외모로 인해 괴로워하던 여성이 한 남성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판타지 로맨스로 정의하려는 순간부터 영화는 서슬 퍼런 이빨을 드러낸다. 이란 출신 스웨덴 감독 알리 아바시는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단편 소설을 확장시켜 가깝게는 유럽의 이민자․난민 문제를 겨냥하고, 넓게는 인간 본성과 인간 사회의 추악함을 들추면서 뼈아픈 질문을 새겨 넣는다. 북유럽 트롤 신화를 바탕으로 인간과 비인간, 아름다움과 추함, 여성과 남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표현 방식은 독창적이고 파격적이면서 아름답다. 한계를 무너뜨리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