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감독 정지영
출연 조진웅, 이하늬

송경원 <씨네21> 기자
쉽게 풀어낸 금융범죄, 단순하지만 허술하진 않다
★★★
1997 IMF 외환위기 당시 70조원의 은행을 17천억원에 팔아치운 론스타 외환은행인수사건을 모티브로 각색한 금융범죄 수사물. 불도저식 수사를 하는 검사 양민혁(조진웅)을 주인공으로 어려운 금융범죄를 차근차근 따라간다. 기득권이 어떻게 국가의 위기를 이용하는지, 검찰의 부패가 어떤 식으로 문제를 덮는지를 고발하는 드라마는 대중적이고 안정적이다. 전반적으로 사건과 구도를 단순화하고 캐릭터도 평면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알기 쉽게 풀어내는 가운데 현실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다. 대중오락의 즐거움 끄트머리에서 무한 경쟁을 긍정하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여전히 예민한 정지영 감독의 시선
★★★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정지영 감독의 예민한 시선이 닿았다. 불법과 부정을 통해 부와 권력을 탐하는 사회 기득권에 대한 비판이 날카롭다. 복잡한 금융 범죄의 성립과 이를 둘러싼 의혹을 쉽고 명료하게 전하는 안정된 연출이 돋보이고, 영화적 허구를 조금 더해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점도 장점이다. 영화에 펼쳐진 가상의 인물과 단체 및 기관을 검색해보며 잊지 말아야 할 실명을 기억해내는 것도 좋겠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사회를 향한 힘 있는 고발
★★★
대한민국의 폐부를 찌르는 정지영 감독의 또 한 번의 탐사 고발.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이슈로, 여전히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외치는 영화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친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 전개를 솜씨 있게 갈무리한 데에서는 소재에 대한 오랜 고민이 엿보인다. 현실의 대목들을 반영한 거울 같은 영화이되, 가상의 인물들의 활약을 적절하게 내세워 상업영화로서의 리듬을 잃지 않는다.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마무리에 이르러서는 꽤 도발적인 선택처럼 보이는 지점도 있다. 감독의 개성과 배우들 각자의 캐릭터 해석력이 만나 꽤 신선하고 흥미로운 결과물이 됐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영화를 통해 날리는 돌직구 비판
★★★
IMF 구제금융 이후 기득권층이 어떻게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의 돈을 착취하는지 실제 금융사기 사건을 바탕으로 단박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1985>(2012)에서 보여준 정지영 감독의 묵직한 돌직구 화법이 이번에도 통했다. 스크린에 펼치기에 다소 난해한 사건인데, 상업영화로 소구될 가이드 지점을 확실히 설정해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 양민혁으로 분한 조진웅이 사건을 돌파해나가는 친근한 스토리라인의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김나리 역을 설득력 있고 능숙하게 연기하는 이하늬 배우도 연기 저력을 충분히 입증해낸다. 7년 전 과거가 아닌 현재의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의 상황과 대사의 도달점에, 분노의 감정이 생성된다.

블랙머니

감독 정지영

출연 조진웅, 이하늬

개봉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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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 더블 탭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아비게일 브레스린, 엠마 스톤

송경원 <씨네21> 기자
줄어든 풋풋함 만큼 늘어난 뻔뻔함. 대놓고 물량 승부
★★★
B급 유머와 액션으로 무장했던 <좀비랜드>의 속편. 감성은 그대로인데 체급이 달라졌다. 10년 전 신인에 가까웠던 배우들은 이제 오스카 수상자들이 되었고 그에 따라 영화의 규모도 한층 커졌다. 1편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풋풋함으로 승부했다면 이번엔 스펙터클과 물량, 화려함으로 커버한다. 역동적인 카메라무빙이 신의 한수. 그럼에도 여전히 망가질 줄 아는 B급 감성은 놓치지 않는다. 황당할수록 재미난 4차원 좀비물.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참신함은 그대로, 사이즈는 두 배로
★★★
좀비물을 B급 감성과 로드무비로 풀어내며 색다른 재미를 펼쳤던 <좀비랜드> 10년 만의 후속작이다. 1편을 주도했던 제작진이 또 한 번 뭉쳤지만, 그때의 그들이 아니다. 그동안 <베놈>을 연출해 성공시키고 <데드풀>의 현란한 이야기를 만들었으며, 배우들은 오스카에 이름을 올렸다. 높아진 위상만큼이나 사이즈도 훌쩍 커졌다. 좀비 세상에서의 생존이라는 이야기의 얼개는 전편과 비슷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진화된 좀비들의 액션과 조이 도이치를 비롯한 개성 있는 배우들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미국 대중문화에 눈 밝은 관객이라면 더 많은 장면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웃겨야 산다
★★★☆
전편의 B급 코미디 감성을 그대로 이어간다. 1편이 빌 머레이의 집과 놀이공원을 무대 삼았다면, 2편은 백악관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그레이스랜드가 주 무대다. 유사 가족처럼 똘똘 뭉친 네 명의 주연배우를 다시 보는 즐거움과 반가움에 더해 로자리오 도슨과 조이 도이치가 가세해 액션과 코미디에 힘을 보탠다. 속편에 대한 부담이나 10년 사이에 인기를 모은 좀비물쯤은 가볍게 넘기면서 미국과 대중문화 코드를 희화화하는 전략은 더 능수능란해졌다. 자가 복제 캐릭터에 빌 머레이까지 다시 등장시키는 특급 작전에 소리 내어 웃지 않을 수 없다. 3편 제작을 기원한다.

좀비랜드: 더블 탭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엠마 스톤,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아비게일 브레스린

개봉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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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감독 임대형
출연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지나간 시간을 보듬는 편지처럼
★★★☆
지나간 시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고 억압하며 살아왔던 여성들의 목소리 찾기. 부치지 못한 편지 같았던 각자의 마음들을 치유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하는 영화다. 윤희(김희애)의 마지막 한 마디를 위해 달려나가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처럼 켜켜이 쌓인 회한이 삶의 공백들을 대신하던 그의 삶이 ‘새봄'을 맞이하기까지의 여정. 담백하고 아름다운 여성 서사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찬찬히 시간을 들여 읽고 싶은 러브레터
★★★
윤희(김희애)는 오래전 친구 쥰(나카무라 유코)에게서 편지를 받고, 그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윤희에게>는 시종일관 언성 한 번 높이지 않지만 영화 안팎의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게 만드는 울림이 있다. 교복을 입고 웃는 얼굴로 만나 생활에 빛이 탈색되어 버린 채 다시 만나기까지 윤희와 쥰이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알고 싶게 만든다. 관객 역시 윤희처럼 웃고 쥰처럼 꿈을 꾸던 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는 배우들의 어울림도 좋다. 김희애는 차분하지만 집중력 있게 영화의 정서를 만들어내고, 김소혜는 탄탄한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의 리듬대로 움직이면서 빛을 낸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눈 내리는 속도를 닮은 영화
★★★☆
조용히 내리지만 수북이 쌓이는 눈처럼, <윤희에게>의 감정들 역시 느린 호흡으로 담담하게 흐르지만 종국엔 인물 내면에 스며있는 격랑을 들여다보게 한다. 사회적 편견에 의해 외로움을 앓아야 했던 무수히 많은 윤희들에게 보내는 편지. 편지에 더해진 추신이 관객 마음의 빗장을 기어코 봉인 해제시킨다. 이 영화에서 김희애는 고요해서 더 강하다. 아직도 생성 중인 데뷔 36년차 배우의 저력.

윤희에게

감독 임대형

출연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나카무라 유코

개봉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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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해즈 폴른
감독 릭 로먼 워
출연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먼

송경원 <씨네21> 기자
딱 기대만큼의 결과물
★★☆
폴른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하원의장, <런던 해즈 폴른>에서 부통령이었던 트럼블(모건 프리먼)이 이제 대통령이 되고 배닝(제라드 버틀러)은 대통령 암살의 누명을 뒤집어쓴다. 90년대 액션 블록버스터의 계보를 잇는데 패턴과 공식을 답습하지만 그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익숙한 이야기라 안심이 될 지경이다. 전작들에 비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양새지만 대신 효율적인 구성으로 액션의 밀도가 올랐다. 대신 진짜 약점은 밋밋한 캐릭터다. <미션임파서블>이나 시리즈에 비해 인상에 남는 게 별로 없는 건 그 때문이다. 80년대 액션스타 닉 놀테의 등장이 반갑긴 하지만 그 밖에 특별한 구석은 없다. 예상대로 흘러가고 예상만큼 즐거운 팝콘 무비.

엔젤 해즈 폴른

감독 릭 로먼 워

출연 모건 프리먼, 제라드 버틀러

개봉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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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감독 김병기
출연 이명박, 김종술, 김병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MB의 추억 혹은 악몽
★★★
<MB의 추억>(2012) <공범자들>(2017) <저수지 게임>(2017)에 이어 MB가 출연하는 네 번째 영화.  가까운 시기의 역사적 인물 중 MB만큼 자주 스크린에서 만난 인물도 없을 것이며, <삽질>은 그 중 가장 큰 스케일로 그의 업적(?)을 까발린다. 4대강 사업을 다루는 이 다큐는 단지 거기서 머물지 않고, ‘토목 공화국인 대한민국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그것이 불러온 거대한 재앙의 실체를 드러낸다.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지난 시간에 대한 참담한 기록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파면 팔수록 속이 뒤집히는 MB 시절의 악몽
★★★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실책을 12년간의 끈질긴 취재로 고발한다. 예견된 환경 파괴와 예산 손실을 무릅쓰고 반드시 사업을 시행했어야 하는 이명박과 부역자들의 의혹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분노의 농도도 짙어진다. 이명박의 영화 출연작이 계속 늘어가는 것은 그가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답이 아직도 많다는 방증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삽질이 낳은 녹조라떼
★★
다큐멘터리계의 신성 이명박이 또 한 번 주연을 맡은 작품. 그가 연류된 언론 탄압’(<공범자들>), ‘비자금’(<저수지 게임>에 이어 이번엔 국민 세금 22 2천억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을 다룬다. 영화는 4대강 사업을 거침없이 삽질이라 명명하고, 왜 이것이 희대의 사기극인가를 12년간 취재한 방대한 데이터와 관련 인물 인터뷰, 부역자들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꼼꼼하게 풀어나간다. <공범자들>이 보여준 재기발랄함이나, <저수지 게임>이 품은 장르 비틀기의 재미와 비교하면 영화적 완성도와 디테일은 다소 미흡한 편. 그러나 4대강 사업이 남긴 여러 사회적 의제를 다시금 환기시키는 저널리즘 다큐로서 제 몫을 한다. 권력 감시자로서의 언론의 기능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다큐이기도.

삽질

감독 김병기

출연 이명박, 김종술, 김병기

개봉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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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감독 파티 아킨
출연 다이앤 크루거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심판 그 이후
★★★
폭탄 테러로 아들과 남편을 잃은 카티아(다이앤 크루거)는 용의자를 목격한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그러나 범인을 잡아주리라 믿었던 재판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그는 눈앞에서 가족을 죽인 이들이 풀려나는 것을 지켜본다. 정의를 구현하고 죄의 무게를 달아준다고 믿었던 법의 허점은 그렇게 한 인간을 기저에서부터 집어삼킨다. 생의 목적을 상실한 이의 슬픔과 분노, 허무를 뼛속까지 체득한 듯한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가 영화를 한 단계 격상시킨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
폭발 테러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남편과 어린 아들을 잃은 여인은 정의마저 자신을 저버리자 스스로 결단을 내린다. 터키계 독일인 감독 파티 아킨은 인종 혐오와 차별, 법 제도의 문제가 우리 삶을 어떻게 뒤흔들고 파괴하는지를 한 개인에 초점을 맞춰 고발한다. 가족의 역사를 돌이키게 하는 영상의 활용이나 치밀하게 촬영한 법정 장면은 슬며시 감정의 파고를 일으킨다. 결말에 닿을수록 복수라는 행위에 대한 물음이 거대해진다. 다이앤 크루거의 맨 얼굴은 고통의 상흔보다 삶의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는 한 인간의 결연한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칸영화제가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유일 테다.

심판

감독 파티 아킨

출연 다이앤 크루거

개봉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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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바람
감독 김유리
출연 권한솔, 옥수분, 신동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혹독한 성장기
★★★☆
최근 한국영화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인 여성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들 중 가장 혹독하다. 영하와 미진, 두 인물의 12, 15, 19세 때를 다루는 <영하의 바람>에서 그들은 언제나 차가운 바람을 맞는다. 부모 때문에, 가족 때문에, 세상 때문에 겪는 시련은 그들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점점 잠식하며, 결국 집 없는 존재로 만든다. 여기서 감독이 만들어내는 냉랭한 영화적 공기가 캐릭터를 감싸며 동정 없는 세상을 드러낸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맨살을 파고든 성장기의 칼바람, 꼭꼭 여며주고 싶은 옷깃 
★★★☆
바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산들바람처럼 기분 좋은 미풍만이 감싸주면 좋겠지만, 인생에는 뜻하지 않은 시련의 칼바람도 닥친다. 12, 15, 19. 칼바람에 무방비 상태인 소녀 영하. 영화는 소녀의 성장기에 불어 닥친 가장 매서운 바람을 조망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는 순간, 아이는 버림받고, 헤어지고, 사라져야 한다. 물리적 가장인 엄마와 무능한 아빠 사이에 처한 영하.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억압적인 엄마와, 가족 바깥에 있지만 그녀에게 위안을 주는 버팀목 미진이라는 두 여성과의 관계. 그 속에 진짜 위안은 존재하는가. 셀 수 없이 많은 변수가 만들어내는 영하 인생의 함수가 촘촘하게 짜인 감독의 연출로 이루어진다. 영하에게 닥친 바람을 견뎌, 영하의 바람대로 살아가길 위로하고 응원하고 이끌어 주고 싶게 만드는 감정적 귀결점까지 만들어 낸다.

영하의 바람

감독 김유리

출연 권한솔, 옥수분, 신동미, 박종환

개봉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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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몽키
감독 마시하이
(목소리) 출연 김성연, 김정훈, 이인석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볼거리 두둑한 손오공 블록버스터
★★★
손오공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중국 판타지 애니메이션. 도서관의 장난감 세계에 사는 꼬마 원숭이가 서유기 세계에 가서 스승 손오공을 만나 몽키 킹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이야기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영화의 톤과 캐릭터가 고르지 못한 단점이 있지만 중국적 색채와 형형색색의 영상이 확실한 개성으로 작용한다. 영화 초반에 서유기로 진입하는 장면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형이 확 달라진 손오공 캐릭터와 액션 장면, 완성도 높은 배경 표현 등 전체적으로 대작에 가까운 풍모를 보여준다.

헬로 몽키

감독 마시하이

출연 김성연, 김정훈, 이인석

개봉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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