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다시 꺼내 본 그때 그 사람들의 내밀한 사정
★★★☆
독재자와 그 권력에 기생한 자들의 마지막을 응시한다. 권력을 가진 자와 순응하는 자, 버림받은 자와 변화를 바라는 자의 욕망이 충돌하며 각자의 신념을 찾아간다. 10·26 사건을 다룬 <그때 그사람들>(2005)이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운명적 상황으로 내몰렸던 주변인의 모습에 집중했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사건 핵심 인물들이 개입된 사회적 모순에 주목한다.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따르며 익숙한 이야기를 재현하지만, 미세한 감정의 진동까지 느낄 수 있는 배우들의 호연은 영화의 몰입도를 최대로 이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권력의 초라한 끝
★★★☆
우민호 감독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을 인물들의 감정적 맥락으로 접근한다. 폭로하려는 자, 신의를 위해 막으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 권력에 기생하려는 자, 유지하려는 자가 서로의 머리와 꼬리를 물고 도는 싸움이다. 그 중심에는 김규평(이병헌)의 각성이 있다. ‘내가 너를 위해 무슨 짓까지 했는데’. 권력이 자신의 앞에서 등을 돌리는 순간, 제 손에 묻은 피를 돌아보게 된 자의 심판은 역사적 사건이 된다. 그릇된 신념과 잘못된 판단의 끝에 만나는 초라한 허망함. 영화는 결국 모든 인물들에게 찾아온 그 마지막 순간을 조명하는 것이다. 연기 올스타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모든 출연진에게 찬사가 아깝지 않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때 그 부장들
★★★☆
<남산의 부장들>의 부장들은 누아르 장르의 주인공들 같다. 사회생활에 찌든 샐러리맨 같기도 하다. 우민호 감독이 주목한 것은 한국 현대사의 기형적 자화상이 아니라 권력에서 파생되는 믿음과 배신과 존경과 견제다. ‘줄을 잘 서야 성공한다라는 한국 특유의 조직 문화가 카메라에 들러붙어 10·26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사건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힌다. 극의 밀도를 저해하는 느슨한 편집이 포착되고 그로 인해 신과 신 사이의 리듬이 분산되기는 하지만, 베테랑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가 연출의 빈틈에 침투해 종국엔 서스펜스를 이끌어낸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을 껴안은 이병헌은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에 다가서게 하면서 또 밀어낸다. 표정으로 인물을 이해하게 하면서 거리를 두게 한다. 과연 내공 100단의 연기다. 박정희 대통령을 연기한 이성민은 캐릭터 안에서 자기를 지움으로써 실제 인물이 필름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이것이 도리어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캐릭터를 차갑고 냉정하게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낸다. 감독의 영화가 있고 배우의 영화가 있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후자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장르적 특성 살린 정치 스릴러
★★★
10.26 사건을 다룬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이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정치 풍자극이었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누아르 스릴러로 그려낸 정치 심리극이다. 동명 논픽션을 바탕으로 사건이 벌어지기 전 40일을 재구성한 영화는 인물들의 관계와 인물 내면에 집중한다.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차갑고 서늘한 장르 영화의 문법으로 녹여낸 선택은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이병헌, 이성민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다만 정치색을 배제하고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역사에 대한 해석과 관점이 모호하지 않고 뚜렷하게 드러났더라면 뛰어난 시대극 장르물이 탄생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남산의 부장들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개봉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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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감독 최원섭
출연 권상우, 정준호, 황우슬혜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제철 만난 권상우 표 액션 코미디
★★★
명절 영화에 어울리는 액션과 코미디에 애니메이션을 얹었다. 유능한 전직 암살요원이 생계형 웹툰 작가가 된다는 설정으로 첩보 액션부터 가족 코미디까지 골고루 상을 차리고, 입맛 돋우는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배치해 색다른 맛을 낸다. 여전히 액션과 코미디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권상우는 명절에 사랑받던 홍콩 액션 스타 성룡을 떠올리게 한다. 절묘하게 선곡한 힙합 음악은 흥을 보탠다. 기발한 상상력이나 현실 공감을 주기보다 웃음 타율에 주력한 오락 영화.

히트맨

감독 최원섭

출연 권상우, 정준호, 황우슬혜, 이이경, 이지원

개봉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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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지니어스
감독 닉 브루노, 트로이 콴
(목소리) 출연 윌 스미스, 톰 홀랜드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재미와 의미, 둘 다 잡은 스파이 (토크)액션 무비
★★★☆
뻔한 것이 하나도 없다. 비둘기로 변한 최정예 스파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비밀 무기. 억지 설정 같지만, 곧 쉽게 납득할 만큼 이야기가 탄탄하다. 익숙한 히어로 무비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재기발랄함과 메시지까지 온전하게 담아냈다. 최고의 스파이지만 그 누구도 믿지 못해 늘 홀로 싸우는 랜스(윌 스미스), 천재 과학자지만 엉뚱한 상상력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소외된 월터(톰 홀랜드). 이들이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은 시대의 요구에도 부합한다. 재미도 보장한다. 사운드의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현란한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의 헤비 토크는 보는 이의 지루할 틈 또한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별난 재미 갖춘 스파이 애니메이션
★★★
세계 최고의 첩보 요원과 괴짜 천재 연구원의 합동 스파이 작전을 그린 블루스카이스튜디오의 신작. 윌 스미스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최고 요원이 실수로 비둘기가 된다는 설정, 아이디어가 넘치는 스파이 무기들까지 볼거리가 빼곡하다. 트와이스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한국어 드라마가 나오는 특별한 즐거움도 있다. 비둘기들의 협공 장면과 고양이 홀로그램이 펼쳐지는 무기는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완성도와 재미는 물론 다름을 인정하는 메시지까지 창의력, 상상력, 지력을 고루 겸비한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

감독 닉 브루노, 트로이 콴

출연 윌 스미스, 톰 홀랜드

개봉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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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에게
감독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출연 와드 알-카팁, 사마 알-카팁, 함자 알-카팁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
포화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 알레포를 배경으로 하는 <사마에게>는 아마도 시리아 내전에 대한 가장 강렬한 이미지의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그곳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영화의 감독이자 사마의 엄마인 와드 알-카팁은 카메라를 통해 아이에게 편지를 쓰듯 현실을 기록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기적 같은 장면들은 관객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이곳에 삶과 생명이 있다
★★★☆
장기전이 되면서 종파 갈등,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까지 끼어든 시리아 내전의 양상은 단순하지 않다. 다만 이 다큐는 철저하게 자신들이 살아가던 도시를 떠나지 않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내부자의 시선이기에 가장 깊숙한 곳까지 용맹하게 파고드는 카메라에는 비명 섞인 고통과 절망의 순간들이 여과 없이 담긴다. 동시에 자신과 딸을 위해 이 참상의 실체와 굳건했던 투쟁의 기록을 남기려는 감독의 의지는, 아주 역설적이게도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된다.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하며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 전장의 한 가운데서 더 짙게 느껴지는 감각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또 다른 사마들을 위한 기록
★★★★
<사마에게> 시리아 내전의 실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한 감독인 와드 -카팁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낳은 딸 사마에게 전하는 편지이자, 죽어간 자들의 슬픈 유서이고, 전쟁의 비극을 내밀하게 쓴 혈서이자, 아픈 역사에 대한 증거’인 동시에, 혁명에 관한 기록이다.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무수히 많은 사마들이 청하는 구호 ‘요청이기도 하다. 감독이 든 카메라는 그렇게 역사의 증인이 됐고,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거대한 질문이 돼 머리에 강하게 내리꽂는다. 차라리 CG였으면 싶은 강철비(Steel Rain)와 폐허가 된 도시와 싸늘한 주검들드물지만, 낮은 탄식과 고이는 눈물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영화가 있는데, <사마에게> 그렇다.

사마에게

감독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출연 와드 알-카팁, 사마 알-카팁, 함자 알-카팁

개봉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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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감독 로레타 달포죠, 미셸 볼론테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건축 거장이 쌓아 올린 믿음
★★★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작업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2018년 한국의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짓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마리오 보타의 성지 건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기독교 교회, 유대교 회당, 모스크 사원 등 보타가 설계한 종교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기회와 더불어 건축에 대한 믿음까지 전해 듣는다. 종교를 넘나들며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는 공간을 만드는 건축 거장의 예술혼이 숭고한 빛처럼 와닿는다.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

감독 로레타 달포죠, 미셸 볼론테

출연

개봉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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