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봉준호 감독, 출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수상 현장에 참석했던 다른 여러 인물들이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으로 주목받게 된 의외의 인물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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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통역사
샤론 최(최성재)

<기생충> 북미 일정부터 아카데미 수상 순간까지. 봉준호 감독의 해외 인터뷰 때마다 그 옆엔 항상 통역사 샤론 최가 있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를 여러 외신에 훌륭하게 전달하며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샤론 최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 미국의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25세의 한국인 신인 영화감독이다. 단편영화를 연출했으며, 과거 이창동 감독의 <버닝> 북미 공개 당시에도 통역을 맡은 바 있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샤론 최가 시상식 시즌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를 만들 계획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미넷 루이와 배우 헨리 골딩이 샤론 최의 차기작 제작과 출연을 하고 싶다는 트위터 글을 올리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언어 아바타’라고 극찬한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작품상 첫 수상 소감한
곽신애

곽신애 대표(오른쪽)

<기생충> 작품상 수상 순간, 처음 소감을 발표한 이는 봉준호 감독도 출연 배우도 아니다. 작품상 후보에 봉준호와 나란히 이름을 올린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인 제작자 곽신애가 첫 수상 소감의 포문을 열었다. 사실 작품상은 제작자에게 주는 상이다. 곽신애 대표는 오랜 세월 영화와 관련이 깊은 인물이다. 영화잡지 <키노>의 기자였다 제작사 청년필름, LJ 필름 기획마케팅실을 거쳐 현재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이사 자리에 올랐다. <해피 엔드>, <4등> 정지우 감독과 결혼했으며, <친구>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다.


작품상 마지막 수상 소감 장식한
이미경

곽신애 대표의 수상 소감이 끝난 뒤, 시상식을 마무리하려는 듯 조명이 꺼지려고 하자 객석의 배우들이 다시 불을 켜라며 환호를 보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뒤이어 나온 인물 역시 우리에게 생소한 얼굴이었다. 그는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서 수상 자리에 올랐다. 이미경은 CJ그룹 부회장으로, <기생충>의 투자, 지원을 했으며 이번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 전폭적인 홍보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경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뿐 아니라 박찬욱 감독의 <박쥐>, <친절한 금자씨>, 김지운 감독의 <좋은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공식 석상에 자주 얼굴을 비추지 않았을 뿐, 그녀가 한국 대중문화계에 남긴 자국은 무척 크다. 1995년 30대 중후반 무렵 제일제당 상무 시절 드림웍스의 창립자인 제프리 카젠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빗 게펜이 일본을 노리고 투자자를 찾고 있던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 드림웍스와 거래를 성사시켰다. 영화뿐 아니라 한류 케이팝 산업과도 관련이 깊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와 K-POP 열풍을 이끈 <MAMA> 등이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각본상 수상한
한진원

한진원(왼쪽)

봉준호 감독이 받았던 첫 오스카 트로피 각본상. 봉준호 감독과 함께 호명된 인물이 있었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다면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고 수상 소감을 남겼던 한진원 작가다. 그는 대학에서 영화영상학과 졸업 후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의 소품팀을 시작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봉준호 감독과는 <옥자> 연출팀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됐다. 그때 한진원 작가를 눈여겨보고 <기생충>에 각본가로 합류시켰다.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놀라웠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첫 데뷔작으로 오스카 각본상 수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취를 거둔 것. “실전은 기세야”,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등 <기생충>의 명대사들이 그에게서 탄생했다고 한다.


미술상 후보에 올랐던
이하준 & 조원우

이하준 미술감독

노미네이트 자체가 최초고, 기록이었다. 4관왕이라는 기대 이상의 수상 결과에 다소 가려진 감이 있지만 역시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부문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수상했던 미술상 후보에 <기생충> 미술 감독 이하준, 조원우가 있었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공연 무대미술을 하다가 <국화꽃 향기> 데코 팀을 시작으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해무>(봉준호 제작)와 <옥자>에 이어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작품이었다. <도둑들>, <뷰티 인사이드>, <독전> 등의 미술을 맡기도 했으며, 공유, 박보검 주연 이용주 감독의 차기작 <서복>에도 참여한다. 함께 이름을 올린 조원우 세트 디자이너도 이하준 미술감독과 함께 <해무>, <뷰티 인사이드>, <옥자>, <독전> 등 다수의 작품을 작업해왔다.


편집상 후보에 올랐던
양진모

양진모 편집감독(맨왼쪽)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편집상 후보에 올랐던 양진모 편집감독도 있다. 양진모 편집감독 역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설국열차>, <옥자>를 작업했다. <형사 Duelist>, <해운대> 등 다수의 영화에 현장 편집을 맡았으나 장편영화 편집감독으로 입봉한 영화는 <뷰티 인사이드>였다. 이후 <부산행>, <밀정> 등의 편집을 맡았다. ‘씨네21’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님께 <옥자>를 제안받았을 때 <뷰티 인사이드>로 상을 받기 전이었고 <부산행>과 <밀정>이 개봉하지도 않은 상태여서 이렇게 큰 작품을 하게 될지 몰랐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의 선구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뉴욕 바드칼리지 미술 전공으로 입학해 영화 전공으로 졸업했으며 감독이 되고 싶어 현장 편집을 시작했다가 업이 됐다고. 오스카에서는 후보에 그쳤지만 미국영화편집자협회에서 외국어 영화 최초로 편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스카 시상식 참석하기 위해 온 가족 총출동한 톰 퀸 대표 가족

<기생충> 북미 배급한
톰 퀸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의 톰 퀸 대표는 누구보다 빨리 봉준호 감독을 알아본 봉준호의 오랜 팬이다. <괴물>을 보고 봉준호 감독의 팬이 된 톰 퀸.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도 흥미롭다. 하비 와인스타인이 <설국열차>의 20분 분량을 자르라고 했을 때 봉준호 감독이 이를 거절하면서 와인스타인은 <설국열차>를 톰 퀸이 맡고 있는 산하 레이블로 버리듯 떠넘겼다. 다행히 <설국열차>는 잘리지 않고 상영됐다.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은 <기생충>까지 이어졌다. 톰 퀸은 <기생충> 대본 집필 단계에 배급권을 샀다고 한다. 이후 와인스타인의 레이블에서 독립한 톰 퀸은 배급사 네온을 세웠다. 네온은 <아이, 토냐>, <언프리티 소셜 스타> 등 작품성 있는 작은 영화들을 배급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급사다. 누구보다 봉준호 감독 작품의 장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네온은 재기 발랄한 마케팅과 적극적인 소셜 미디어 홍보 활동으로 자칫 평론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그칠 수도 있던 <기생충>을 전 세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