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작은 아씨들>이 배우들의 호연과 섬세한 연출력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각각 다른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한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의 성장 과정을 한눈에 담을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공개된 어린 시절 사진이 없는 관계로 위 사진에 함께 올리지 못한 엘리자 스캔런의 모습은 아래 본문에서 확인해 주세요!


첫째 메그 ㅣ엠마 왓슨

<해리 포터> 시리즈 속 엠마 왓슨

1990년생으로 <작은 아씨들> 배우들 중에서도 실제로 첫째인 엠마 왓슨. 그녀의 필모그래피 절반을 채운 건 모두가 알다시피 <해리 포터> 시리즈입니다. 2001년 10살의 나이에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 역으로 데뷔해 10여 년간 이어져 온 시리즈에 빠짐없이 출연했죠. 위 스틸컷들은 시리즈의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엠마 왓슨의 출연 장면을 모은 것인데요. 헤르미온느의 악성 곱슬 설정을 따르느라 헤어스타일은 한결같았지만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함께 다니는 삼총사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에 비하면 고대로 자란 느낌입니다.


(연도순으로)<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월플라워>, <블링 링>, <노아>, <콜로니아>, <미녀와 야수>, <작은 아씨들>

‘헤르미온느 = 곱슬머리’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였을까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졸업한 엠마 왓슨의 모습에서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해리 포터>와 함께 10대를 졸업하고 첫 성인 연기를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조연으로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시리즈의 주연이었던 것에 비하면 차근히 성인 연기자 스텝을 밟아간 셈이죠. 이후 <월플라워>, <블링 링>에서 여전히 10대 청춘을 연기했지만 헤르미온느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월플라워>에서는 숏컷을, <블링 링>에서는 모범생 이미지와 반대되는 빈집을 터는 문제아를 연기했죠.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영화 <노아>나 1973년 칠레 군부 쿠데타를 소재로 한 <콜로니아> 등 다소 무거운 소재의 영화들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왠지 엠마 왓슨은 우리가 어릴 적 봤던 소설(애니메이션) 속 주인공과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실사화된 <미녀와 야수>에서 애니메이션보다 진취적인 벨을 연기했고요. <작은 아씨들>에서는 첫째 메그를 맡았습니다. 특유의 야무진 이미지로 둘째 조와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속에 약간의 허영은 있지만 성숙해지고자 노력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단단한 마음씨의 메그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둘째 조 ㅣ시얼샤 로넌

(연도순으로) <어톤먼트>, <시티 오브 엠버: 빛의 도시를 찾아서>, <러블리 본즈>, <웨이 백>, <한나>, <비잔티움>

1994년생으로 역시나 <작은 아씨들> 배우들 중에서도 둘째인 시얼샤 로넌. 미국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자란 미국, 아일랜드 국적의 배우로 고전 예술 조각상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그러한 특유의 분위기가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해 맡은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편인데요. 14살 무렵 <어톤먼트>의 브라이오니 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습니다. <러블리 본즈>에선 살해당한 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맴도는 수지 역할을 맡았으며, <한나>에서는 살인 병기로 키워진 외로운 소녀를 연기했습니다.


(연도순으로) <호스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브루클린>, <체실 비치에서>,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호스트>에서는 인간의 몸에 외계 생명체의 영혼이 주입돼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캐릭터를 맡았고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선 로비 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의 연인이자 조력자로 등장했죠. 마치 동화 속 박제됐던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 같은 신비로움을 풍겼습니다. 그동안 신비로운 매력으로 붕 떠 있는 듯한 캐릭터를 맡아왔던 것과 달리 <브루클린>부터는 일상의 여성들의 삶과 심리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영화들에 출연하며 그녀의 연기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브루클린>에서는 이민자로서 타지에서 홀로서기 하는 과정을, <체실 비치에서>는 결혼을 앞두고 느끼는 복잡 미묘한 심리를, <레이디 버드>에서는 10대의 마지막 성장통을 겪는 청춘을 연기했죠. <작은 아씨들>에서는 적극적으로 자신과 가족의 삶을 꾸려가는 조를 연기했습니다.


셋째 베스 ㅣ엘리자 스캔런

(연도순으로) <그레이스>, <몸을 긋는 소녀>, <베이비티스>, <작은 아씨들>

셋째 베스를 연기한 엘리자 스캔런을 <작은 아씨들>로 처음 본 관객들이 많을 텐데요. 실제로는 1999년생으로 동생 에이미 역으로 나왔던 플로렌스 퓨보다 동생입니다. 2015년 TV 시리즈로 먼저 데뷔했으며 영화 데뷔작은 2016년작 단편영화 <그레이스>입니다. <작은 아씨들> 이전까진 HBO 드라마 <몸을 긋는 소녀>의 엠마 역으로 알려진 배우였죠. 201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베이비티스>에선 마약 거래상과 사랑에 빠지는 아픈 10대 역을 맡았습니다. <작은 아씨들>에서 병약하지만 한 발 한 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셋째 베스를 연기했죠. 로버트 패틴슨, 톰 홀랜드, 크리스 에반스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더 데빌 올 더 타임>에 주연으로 출연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됩니다.


넷째 에이미 ㅣ플로렌스 퓨

(연도순으로) 어린시절 모습, <폴링>, <레이디 맥베스>, <커뮤터>,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미드소마>, <작은 아씨들>

영화를 보면서 엘리자 스캔런과 플로렌스 퓨 가운데 누가 막내인지 헷갈렸다는 관객들이 많았는데요. 실제로는 막내 에이미를 연기한 플로렌스 퓨가 엘리자 스캔런보다 세 살 위 언니입니다. 나이는 바뀌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캐스팅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플로렌스 퓨의 데뷔 전 어린 시절부터 살펴볼까요?

양 갈래로 묶은 머리, 커다란 눈망울과 앙다문 입매가 <작은 아씨들>의 에이미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데뷔작 <폴링>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10대 소녀 캐릭터를 맡았는데요. 데뷔부터 주연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린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합니다. 늙은 지주에게 팔린 열일곱 소녀가 욕망을 쫓는 파격적 캐릭터를 맡았던 <레이디 맥베스>를 통해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밀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에서는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스파이 캐릭터를 맡기도 했죠. 그리고 지난해 <미드소마>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녀의 폭발력 있는 절규와 오열 연기가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와 만나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그녀의 귀여운 연기를 볼 수 있는데요. 막내 특유의 귀여운 특징을 잘 살려내는 것은 물론, 언니들의 삶을 지켜보며 훌쩍 커버린 성숙한 에이미의 모습이 유독 잊히지 않았는데요. 플로렌스 퓨라서 의외였지만 의외를 뛰어 넘어서 더 흥미로웠던 캐릭터였습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