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오래 전 멀고 먼 은하계에서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는 네 번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오리지널 3부작과 프리퀄 3부작이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였다. 세 번째 단계는 J.J. 에이브럼스 감독을 내세운 시퀄 3부작이었다. 2015년 시퀄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고, 2017년 두 번째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이하 <라스트 제다이>)는 혹평을 면치 못했고, 2019년 마무리는 흐지부지했다.

루카스필름을 소유한 디즈니는 사골처럼 우려먹는 <스타워즈>의 생명력을 무한대로 확장 중이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같은 스핀오프 영화가 나왔으며, 오비완 캐노비 등시리즈의 여러 캐릭터에 대한 스핀오프도 준비 중이다. OTT(Over the top) 서비스인 디즈니+를 통해서도 <스타워즈> 세계관은 이어진다. 2019년 11월 페드로 파스칼, 지나 카라노, 타이카 와이티티, 칼 웨더스 등이 출연한 <더 만달로리안>이 공개됐다. 탄탄한 스토리와 특히 베이비 요다의 등장에 미국의 <스타워즈>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더 만달로리안>

이렇게 다양한 컨텐츠가 나오는 와중에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프랜차이즈의 줄기가 될 새로운 3부작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디즈니는 2022년부터 2년마다 3편의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을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시대를 풍미한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을 만든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를 투입하겠다고도 밝혔다. <스타워즈> 팬들에게 꽤나 반가운 이름이었을 것이다. 단, 그들이 하차를 선언할 때까지 말이다. <라스트 제다이>의 라이언 존슨 감독이 새 3부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팬들에겐 악재였으나, 어느 순간 존슨 감독에 대한 소식마저 뜸해졌다.

이렇게 <스타워즈>의 새 3부작이 오리무중에 빠지는 듯했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잘나가는 감독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5월 4일(현지시각, 스타워즈 데이)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새 <스타워즈> 영화의 감독과 각본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타워즈> 공식 트위터. (왼쪽부터) 크리스티 윌슨-케인즈,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레슬리 헤드랜드.

<토르: 라그나로크>(이하 <라그나로크>)로 마블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낸 와이티티 감독은 일찌감치 새 <스타워즈> 시리즈의 감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 필름 회장은 <라그나로크>가 개봉했을 당시부터 러브콜을 보냈다. 2017년 12월 <라스트 제다이>의 일본 홍보 과정에서 이와 같은 발언이 나왔다. <라그나로크>가 개봉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와이티티 감독은 이 소식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즉흥적인 연출 스타일 때문에 <스타워즈>를 맡게 되면 금방 해고될 것이다.” 당시 언론은 “와이티티 감독이 <스타워즈>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면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웃긴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와이티티 감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2020년 1월이었다. ‘할리우드리포터’가 “와이티티 감독이 새 <스타워즈> 영화 연출을 공식 제안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때는 2017년과 중요한 점이 달라진 시기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이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사람은 와이티티 감독이 <더 만달로리안>에 출연했다는 위의 내용도 떠올렸을 것이다. 그는 드로이드 IG-11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이미 와이티티 감독은 디즈니가 구상하는 새 <스타워즈> 세계관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례가 없는 봄이 지나가는 5월, 와이티티 감독은 공식적으로 <스타워즈>의 새 감독으로 결정됐다. <스타워즈> 공식 트위터는 와이티티 감독과 함께 공동 각본가로 크리스티 윌슨-케인즈를 소개했다. 윌슨-케인즈는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에 참여한 인물이다. 또 레슬리 헤드랜드도 언급했다. 그는 디즈니+의 새 <스타워즈> 시리즈의 쇼러너(showrunner)가 됐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오랜 시간 팬들과 함께 한 스카이워커 사가(Saga)의 끝을 선언했다. 이후 전개될 새로운 시작은 분명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다. 와이티티 감독이라면 그 변화가 가능해보인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무게를 버텨내지 않을까. 웃음과 함께 말이다. ‘스크린랜트’는 와이티티 감독의 감독 발탁에 대해 “오리지널 3부작에서 볼 수 있었던 유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와이티티 감독이 참여한 “<더 만달로리안>의 성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스타워즈 팬들은 마블의 팬들과 다르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물론 와이티티 감독이 새 <스타워즈> 영화를 <라그라로크> 만큼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케빈 파이기는 괜찮지만) 케네디 회장을 비롯한 스튜디오의 높으신 분들이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야 한다. 와이티티 감독이 계약서에 이런 조항을 첨부했다면 국내 관객들도 <스타워즈> 새 시리즈에 관심을 더 보이지 않을까.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