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조 허란, 말론 레바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온전한 나로서 나의 이름을 말하기까지
★★★☆
영화는 내가 온전한 나이
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무수한 성장의 관문들 중 하나를 펼쳐 보인다. 그 앞에서 아이들은 종종 무력하고 대부분 용감하며, 순수하기에 더 폭력적인 상황들도 감수한다. 이 과정을 어떤 편견과 강요의 시선 없이 담아내려 한 감독의 의지 덕분에 주인공의 마음 자체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의 존재를 내가 말하기까지의, 끝없이 상처받지만 그럼에도 자랑스럽게 아름다운 시간들에 대하여.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올여름, 우리가 사랑하게  10

새로운 곳으로 이사  로레( 허란) 자신을 미카엘이라는 소년으로 소개한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여자친구를 사귀는 로레는 또래 남자아이들과 다를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레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영화는 로레가 현재 혹은 미래에 트랜스젠더인지, 레즈비언인지, 해테로섹슈얼인지 한정하지 않는다. 다양한 가능성을 앞두고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에 몰두하는 로레를 보여준다. 어떤 성정체성을 가졌든지 로레로 인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 만큼 <톰보이> 켜켜이 쌓인 레이어는 셀린 시아마 감독에게 다시금 감탄하게 만든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너의 이름은.
★★★★
갑작스럽게 뛰어오른 감독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읽은 책이었구나 싶다. 휘몰아치는 상황에 곁눈질하지 않고도, 욕망을 짓누르는 문화적 억압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셀린 시아마의 기량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이전에 이미 완성돼 있었음을 <톰보이>(2011)는 증명한다. 소년 미카엘로 위장하는 로레 캐릭터를 정의하려 하는 대신,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의 시선을 카메라는 조용히 따를 뿐이다. 소녀와 소년의 경계를 지우개처럼 지우는 조 허란의 오묘한 기운과 더불어 이 영화에서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신스틸러는 (로레/미카일의 동생 캐릭터) 잔이다. 로레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를 인정하는 잔에게는, 많은 어른이 잃어버린 인간에 대한 존중이 있다. 우리들도 과 같을 수 있기를. 당신들 곁에도 이 있기를. 비단 성정체성이 아니어도우리의 마음들은 사회가 구획 지은 규정들 속에서 싹도 틔워보기 전에 얼마나 많이 소멸돼 왔던가.

톰보이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조 허란, 말론 레바나

개봉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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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감독 김정권
출연 김하늘, 유지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같이 느낀다는 것
★★★☆
리마스터링을 통해 만나게 되는, 한국 멜로의 모던 클래식. 유지태 김하늘 하지원의 풋풋했던 모습과 함께, 20년 전 한국영화의 순수했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21년의 시차를 넘어 교신하는 남녀의 이야기는 초반엔 청춘 영화처럼 보이지만 중반 이후 결정적 정보가 제공되면서, 강렬한 멜로의 힘을 발휘한다. 요즘 한국영화가 지나치게 기교에 의존한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볼 필요가 있는 영화. 소박하면서도 영화적 재미에 충실한 작품이다.

동감

감독 김정권

출연 김하늘, 유지태

개봉 2000.05.27. / 2020.05.1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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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걷는 소년
감독 최창환
출연 곽민규, 김현목

정유미 <더 스크린에디터
★★★
파도가 깨우쳐 주는 인생의 걸음마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2세가 우리 사회에서 겪는 문제를 청춘 영화서핑 영화로 풀었다난민 문제가 불거졌던 제주를 배경으로 편견과 차별에 내몰린 삶을 살아가던 청년이 서핑을 배우면서 인생의 파도와 마주하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갈등 관계였던 서퍼들과 소통하는 모습이나 불법 폭력으로 점철된 과거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극적으로 꾸미기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출해 공감을 얻는다절실한 감정을 힘 있게 터뜨리는 곽민규와 천진하면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김현목의 연기가 극의 균형을 이룬다

파도를 걷는 소년

감독 최창환

출연 곽민규, 김현목

개봉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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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감독 후쿠자와 카츠오
출연 아베 히로시, 마츠시마 나나코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두려운 진실
★★★
미스터리한 죽음의 연쇄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밝혀가는 이야기. 초반부와 후반부의 톤 차이가 큰 편인데, 차갑고 건조했던 드라마는 어느 순간 끓는점을 넘어선 뜨거움을 보여준다. 이 부분이 강점일 수도 있지만, 후반부에 약간의 감정 과잉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관객을 끌고 다니는 힘이 좋고, 캐스팅과 배우들의 연기 역시 적절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기도의 막이 내릴 때

감독 후쿠자와 카츠오

출연 아베 히로시, 마츠시마 나나코

개봉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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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피버
감독 니사 하디만
출연 헤르미온느 코필드, 코니 닐슨, 아르달란 에스마일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바다의 괴생명체
★★★
어선에 탄 해양생물학자. 마침(!) 등장한 괴생명체. 방심하고 있다가 감염된 사람들. 처참한 죽음들. 그리고 그들의 운명적 결정. <씨 피버>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몬스터 호러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결국 인간의 내면에 대한 드라마로 귀결된다. 코로나19 시대에 적절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더 보편적인 테마를 지닌다. 이렇다 할 장식 없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는 장르 영화.

씨 피버

감독 니사 하디만

출연 헤르미온느 코필드, 코니 닐슨, 아르달란 에스마일리, 잭 히키, 더그레이 스콧

개봉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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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아스널
감독 줄리앙 라페노
출연 프랑소아 다미앙, 말룸 파킨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축구소년의 새하얀 속임수 플레이
★★★
축구 신동은 어쩌다 아스널 유소년 축구단에 스카우트됐다는 거짓말을 하게 됐을까. 소년의 하얀 거짓말은 말썽꾼 아빠는 물론 주변까지 변화시킨다. 2000년대부터 시나리오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한 줄리앙 라페노 감독은 가족 드라마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노련한 기술을 발휘해 스포츠를 소재로 한 가족 영화의 의미와 재미를 모두 챙긴 골을 넣는다. 일파만파 퍼지는 거짓말 소동극을 그럴듯하게 운용하면서 인물들이 주고받는 패스에 공을 들인 전술이 성공적이다. 원제 푸르미(Fourmi, 개미)’의 의미를 담은 촬영과 대사를 눈여겨보길 바란다.

어쩌다 아스널

감독 줄리앙 라페노

출연 프랑소아 다미앙, 말룸 파킨

개봉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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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랫폼
감독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출연  이반 마사구에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극한 실험
★★★
<설국열차>의 세로 감옥 버전. 끝을 알 수 없이 수직으로 뻗은 공간 속에서, 돈키호테를 자처한 남자가 모두의 자발적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나선다. 러닝 타임은 이상향의 실천에 따른 희생과 고통의 장면들로 채워진다. 단출한 세팅 안에서 벌어지는 극한 상황들에 <돈키호테>의 구조를 섞은 것이 영화의 장르적 동력이 되는데, 충분히 파괴적이면서 인간의 윤리적 딜레마를 강하게 자극한다. 다만 단순하고 직설적인 상징들의 끝에 자리해야 할 이 영화만의 철학은 덜 여물어 보인다. 기이한 여운만이 존재할 뿐이다.

더 플랫폼

감독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출연 이반 마사구에

개봉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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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털
감독 강태호
출연 이설구, 강인성, 유상재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어수룩한 감방 생활
★★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범죄 액션 영화. 감방의 우두머리 범털과 돈과 권력을 쥔 새로운 범털의 대립을 그리면서 억울하게 수감된 신입 재소자의 시선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다. 메시지보다는 오락성을 강조한 흥밋거리 위주다. 생활 에피소드는 간간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지나치게 반복적인 성적 농담과 표현은 관람 대상을 특정한 상업적 의도로 보여 수용하기 힘들다. 영화, 드라마에서 주로 악역이었다가 모처럼 주연을 맡은 이설구의 액션 실력과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낡고 엉성한 시나리오에 죄가 있을 뿐.

범털

감독 강태호

출연 이설구, 강인성, 유상재, 이현웅, 이시후, 조명연, 박진수, 문용일

개봉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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