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여름밤
감독 윤단비
출연 최정운, 박승준, 양흥주, 박현영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나의 오늘도 어느 선명한 여름날에 남겠지
★★★★
예민한 감정이 이리저리 닿고 닳아 무디고 바래는 것이 인생이다. 각자의 사정이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갈등과 오해, 이해와 연민으로 뒤섞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상실과 결핍, 그리움과 애증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면서도 감정의 심연에 갇히지 않으려는 세심한 고민이 반갑다. 기억이 덧칠된 오래된 공간에서 그 사연을 하나씩 벗겨낼 때면 어느 순간 우리의 어느 선명한 여름날에 닿아 있을 것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또 하나의 발견
★★★★
첫 영화임에도 자신만의 영화적 공기를 확연히 지니고 있으며, 배우들에게서 뛰어난 연기를 끌어내고 있다. 한 소녀를 중심으로 어느 가족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은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과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8)의 흐름 위에 있는 또 하나의 발견이다. 우린 이 영화에서 그 여름밤이 지녔던 느낌들을 고스란히 감각적으로 체험하며, 소소한 신들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정서가 좋다. 진짜 가족 같은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는 가장 큰 미덕.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모두의 삶과 시간은 영화가 된다
★★★★
사건이 아닌 인물의 감정과 그들을 둘러싼 정서의 풍경이 펼쳐진다. 별일 없는 가운데 별일이 일어나고, 누군가 부재할 때면 다른 누군가로 채워지던 가족의 시간들. 영화는 평범한 매일 가운데 예쁘게 반짝이고 때론 서럽게 얼룩지는 삶의 모습들을 건져 올린다. 그 안에서 시간은 언젠가 잃어버릴 것들을 향하여 흐른다. 각자의 인생을 수놓았던 무수한 여름밤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분명한 감각은 이 영화가 선사하는 귀한 감흥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모두의 삶과 시간은 영화가 된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언젠가의 여름밤으로
★★★★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주)는 아버지(양흥주)와 함께 당분간 할아버지(김상동) 댁에서 신세 지기로 한다. 반지하에서 2층 양옥집으로 온 남매의 여름방학은 더 밝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는 그리 간단치 않다. 아버지의 고용은 불안하고, 할아버지의 건강은 좋지 않으며 옥주는 남자친구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어느새 함께 지내는 고모의 생활 역시 고되다. 영화는 가족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 상처를 옥주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관객들의 보편적인 경험과 연결 짓는다. 그리하여 당신이 누구이든 당신만이 기억하는 언젠가의 여름밤으로 데려다 놓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들의 여름밤
★★★★
몸이 먼저 반응하는 영화다. 기억뿐 아니라, 기억 너머에 잠들어있는 분위기까지 건드리니 어쩔 도리가 있나.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그날의 햇살, 그날의 공기, 그날의 감정, 그리고 그때의 우리 가족 얼굴이 스틸 컷처럼 딸려온다. ‘영화를 본다라는 행위가 내 유년의 역사와 마주한다로 확장되는 체험. ‘선과 악의 이분법도 극적인 사건도 없지만,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맞게 되는 상실과 그로 인한 성장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덕에 감정의 빛깔이 다채롭게 다가온다. 정서가 흐르는 공간과 배우들의 물 흐르는 듯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이 모든 걸 조율한 건 신예 윤단비 감독.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첫걸음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가족 앨범의 여름 사진을 보는 듯한 체험
★★★☆
여러 사연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남매와 아빠가 집을 떠나 친할아버지댁으로 향한다. 이제부터 세 가족의 수난극이 시작될 것인가, 할아버지는 과연 이들을 흔쾌히 받아줄 것인가, 아빠는 남매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러저러한 극적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짐작을 깨고 영화는 한 집에 모여 살게 된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를 보듬는데 정성을 쏟는다. 저마다 상황은 달라도 누구나 겪었을 크고 작은 희로애락 가족사가 포개지면서 추억에 잠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완벽하지 않아서 애정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사연을 우리들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감독의 세공력이 상당하다.

남매의 여름밤

감독 윤단비

출연 최정운, 양흥주, 박현영, 박승준

개봉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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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감독 임선애
출연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불편한 진실
★★★☆
69세의 효정은 병원 치료 중에 20대 간호 조무사에게 성폭력을 당한다. <69>는 이후 효정이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하면서 겪게 되는 차별과 편견과 수모를 담아낸다. 여기서 영화는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효정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면과 디테일을 중심에 두며, 예수정의 연기는 차분하면서도 확고하고 힘 있다.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담아내지 않는 테마에 공들여 접근한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고발에서 시작해 한 인간의 존엄으로 끝나는
★★★
눈물 젖은 호소로서 이끌어내는 공분의 자장 안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의외로 영화 스스로 가장 경계하는 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건은 건조하고 차분하게 바라보되, 그것이 주변에 어떤 파장을 그려가는지를 끈질기게 주목한다. 사회 안에서 무성적 존재로 인식되는 노년으로까지 시선을 넓힌 이 여성 서사는 결과적으로 고발에서 고백으로, 피해자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69세

감독 임선애

출연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김중기, 김태훈

개봉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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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감독 마크 먼든
출연 딕시 에저릭스, 콜린 퍼스, 줄리 월터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걸 클래식의 고전을 만나는 반가움
★★★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을 각색한 가족 판타지 드라마. 이야기를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극복해나가면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모습을 스크린에 차분히 재현한다. 극 중 중요한 장소이자 기대를 모으는 비밀 정원은 나무와 형형색색 꽃들이 살아 움직이는 판타지적 공간으로 연출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키웠다. 주요 캐릭터 메리, 콜린, 디콘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의 호흡이 좋고, 콜린 퍼스와 줄리 월터스의 조연 연기가 극에 개성을 불어넣는다.

시크릿 가든

감독 마크 먼든

출연 딕시 에저릭스, 콜린 퍼스, 줄리 월터스

개봉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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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
감독 하시모토 마사카즈
출연 박영남, 김환진, 강희선, 여민정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짱구 가족의 못 말리는 호주 탐험
★★★
<짱구는 못말려> 27번째 극장판. 리마인드 신혼여행을 위해 호주로 날아간 짱구 가족이 트레저 헌터들의 보물찾기 소동에 휘말리면서 겪는 모험을 유쾌하게 그렸다. 부족에게 잡혀간 짱구 아빠를 찾는 세 식구와 흰둥이가 트레저 헌터 인디아나와 함께 구출 작전에 나서는데 새로운 캐릭터 이름에서 연상되듯 가족 모험 영화의 고전 <인디아나 존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호주를 대표하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패러디한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어느 때보다 짱구 엄마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극장판 중에서 상위권에 오를 만한 재미를 보장한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

감독 하시모토 마사카즈

출연 박영남, 김환진, 강희선, 여민정, 정유미

개봉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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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감독 김미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투쟁의 기록
★★★
일본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겨누는 비판적 시선. 1970년대에 결성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전쟁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묻고, 전범 기업에 테러를 가하며, 심지어 천황 암살을 기도한다. 여기서 김미례 감독은 그들이 과거에 지녔던 신념과, 이후의 험난한 삶과, 현재의 생각 등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투쟁의 기록.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감독 김미례

출연

개봉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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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감독 오정석
출연 김유라, 김록경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누구나 머물렀던 시간
★★★
거제도에 내려와 여름을 보내는 젊은 여성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주인공 승희는 삼촌네 컨테이너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가 타지 손님들이 제안한 술자리에 합석하기도 하고, 고기를 잡으러 낚싯대를 들고 나섰다가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영화는 과거 유배지였던 장소에 머무는 승희의 일과를 관찰하며 청년기의 여름을 시간성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때문에 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 미묘한 감정과 정서가 탁월하게 전달된다. 김유라와 김록경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영화속 여름의 공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여름날

감독 오정석

출연 김유라, 김록경

개봉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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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화가 고야 특급살인
감독 제라르도 헤르레로
출연 마리벨 베르두, 오라 가리도, 로베르토 알라모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흥미로운 소재, 아쉬운 추리
★★☆
화가 고야의 그림을 모방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스페인 범죄 스릴러. 독선적인 베테랑 경감과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전하는 신참 경위, 두 여성 콤비가 팀을 이뤄 사건을 파헤쳐나간다. 고야의 그림과 살인을 긴밀하게 설정해 미술품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극의 묘미를 살렸다. 영화는 사건만큼이나 베테랑 형사의 사생활을 비중 있게 다루는데 인상적인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다. 뼈 있는 메시지와 절제되고 세련된 스페인 스릴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범인과 반전 설계가 헐겁다 보니 추리의 재미가 부족한 편이다.

천재 화가 고야 특급살인

감독 제라르도 헤르레로

출연 마리벨 베르두, 오라 가리도, 로베르토 알라모, 지네스 가르시아 밀란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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