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케네스 브래너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이해하지 말고 그냥 즐기자
★★★
독특한 소재, 엄청난 스케일, 웅장한 음악.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아 특별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시간의 역행이라는 복잡한 개념과 블록버스터급 스펙터클을 균형 있게 담아냈고, CG에 의존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을 통한 현실감 넘치는 특수효과로 시각적 경이로움을 구현한다. 다만 영화가 담고 있는 시간의 분절과 이동 등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과정은 지루하며, 장면들을 이어 사건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시도들도 서사를 제대로 파악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궁금한 점이 많은 관객의 질문에 내놓은 친절하지 않은 대답.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전무후무한 시간설계도

★★★★
아예 다른 차원에서 만들어진 영화 같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이미지가 있고, 그 무엇과도 닮지 않은 시간 여행이 있으며, 당신의 지적 호기심에 불을 지피거나 열패감에 젖게 하는 얽히고설킨 플롯에, 거대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를 만들면서 자신의 취향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작가의 야심이 있다. 관람의 두통을 안기는 고난도 매커니즘의 영화는 보통 관객의 대량 이탈을 부르기 마련인데 <테넷>이 거꾸로 많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 바짝 당겨 앉게 하는 건 크리스토퍼 논란의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복잡한 와중에도 뭔가 굉장한 걸 보고 있다는 확신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대칭으로 접힌 기기묘묘한 시간 속에 관찰자로 동승한다는 기분만으로도 적잖이 흥분된다. 어디가 역주행이고 어디가 정주행인지 구분 제시가 불친절해서 오는 난해함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모든 퍼즐이 맞춰질 때 다가오는 저릿함이 상당하며, 필름을 되돌리며 순간순간을 짚는 과정은 이 차갑던 영화에 뜨거운 피를 돌게 한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대사가 <테넷> 감상법으로 제시되는 분위기지만, 놀란이 진짜 전하고 싶은 핵심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바로 이것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영화)을 보라!”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여전히 놀랍지만 단점도 보인다 
★★★☆
놀란 감독의 강점이 극대화된 영화다. 이번에도 전작을 뛰어넘으려는 기술적인 시도, 완벽을 추구하는 테크니션이라는 존재감이 또렷하다. 소재,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영화적 기술을 총합해 최상급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체험을 또 한 번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지금껏 보지 못한 장면을 눈앞에 펼쳐놓는 능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그렇다고 완벽한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불친절한 화법을 떼놓고서라도 캐릭터 구축이나 주제 전달 방식에서 약점이 드러나고, 기술 면에서도 과잉으로 여겨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다. 감독의 장기인 SF와 그가 열망해온 첩보 장르가 모처럼 만난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인데, 장르적 쾌감이 크거나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 또한 곱씹어 봐야 한다. 

테넷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애런 존슨

개봉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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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감독 장률
출연 박소담, 윤제문, 권해효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여자는 남자의 과거다
★★★☆
<경주>(2013)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 등을 봤다면 쉽게 적응하겠지만, 장률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후쿠오카>는 이상한 여행 같은 작품일 것이다. 우연히 찾아온 계시 같은 여행, 오랜만에 해후하는 두 남자, 그들의 과거를 관통하는 순이라는 여자 그리고 두 남자의 주선자와도 같은 소담이라는 여자. 여기에 끊임없이 유령의 모티프가 반복되고, 데자뷰와 같은 상황들이 이어진다. 서사의 매력과 묘한 유머의 영화.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의 연결 
★★★
의심과 오해, 분노와 체념으로 서로 경계를 만든 우리 시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두 남자의 세계에 비집고 들어가 관계와 미련의 장벽을 허문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사라지고, 소통과 맥락의 이유가 허물어지는 동안 복잡한 생각은 희미해지며 일관성도 명확한 개연성도 없는 느긋한 이야기에 가끔 허튼 웃음을 짓다 보면 어느새 예민한 감정이 뭉툭해진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홀리네
★★★
<후쿠오카>의 세계에서 모든 경계는 흐릿하다. 꿈과 현실이 그러하고, 과거와 현재가 그러하며, 한중일 세 나라 언어가 그러하다. 심지어 네가 나인지 내가 너인지, 그것은 기억인지 기억의 조작인지조차 경계를 감추고 사이좋게 어깨를 맞대고 섰다.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오리무중 캐릭터 소담이 극을 한층 꿈결로 보이게 하는 가운데, 권해효와 윤제문의 티격태격하는 호흡이 연신 미소를 부른다. 대단한 야심이 엿보이는 작품은 아닌듯한데, 유영하듯 흐르며 묘하게 사람을 홀린다.

후쿠오카

감독 장률

출연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 야마모토 유키

개봉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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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입술
감독 시오타 아키히코
출연 고마츠 나나, 카도와키 무기, 나리타 료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서서히 휘젓는 서정 영화 
★★★
밴드 해체를 결심한 여성 듀오의 마지막 투어 콘서트를 따라가는 음악 로드무비. 예정된 일곱 번의 공연 사이에 이제는 사이가 틀어진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밴드 결성 과정, 매니저의 합류, 세 사람의 우정과 사랑 등 과거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든다. 일본의 중견 영화감독 시오타 아키히코는 청춘, 음악, 로드무비의 특색을 적절히 살리면서 본질에 가닿는 실력을 보여준다. 무작정 위로가 아닌 솔직한 동질감, 시어로 작용하는 노래 가사,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의 크고 작은 도시의 공연장들이 급이 다른 감성을 만들어낸다. 고마츠 나나, 카도와키 무기, 나리타 료의 진가가 골고루 빛을 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굿바이, 입술

감독 시오타 아키히코

출연 고마츠 나나, 카도와키 무기, 나리타 료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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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식당
감독 임왕태
출연 고윤, 에이프릴안, 송글송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나의 그리스 식당
★★
그리스의 섬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라고 해서, <맘마미아!>(2008)를 연상하진 마시길. <이별 식당>은 좀 더 소박하고 잔잔한 로맨스다. 실연의 아픔을 안고 그리스에서 한국 식당을 낸 주인공은, 역시 실연의 아픔을 안고 있는 일레니를 만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아쉬운 건 이야기 전개에서 지나치게 우연성에 기대고 있다는 점. 그런 취약점이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뜨린다. 배우들의 연기가 잘 조율되지 않은 점도 안타깝다.

이별식당

감독 임왕태

출연 고윤, 에이프릴안

개봉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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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과 마법 다이아몬드
감독 마리트 모움 온, 라스무스 A. 실버르센
출연 키르게 하우겐 시드네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아이들이 상상하는 신나는 해적 생활
★★☆
노르웨이에서 1990년대부터 연극, 만화, 실사영화로 만들어지며 인기를 끈 <해적 선장 세이버투스>를 바탕으로 한 가족 애니메이션. 고아 소년과 꼬마 해적, 해적이 되고 싶은 소녀가 정글의 왕 마가 칸, 해적 선장 세이버투스를 만나 모험을 겪는다. 마법의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는 두 악당에게 휘말린 어린 주인공들의 활약을 재치 있게 그렸다. 주요 무대인 보물섬과 해적선은 흥미와 호기심을 일으키고, 우스꽝스러운 해적 선원 캐릭터들이 웃음을 담당한다. 성인 관객에게는 너무 익숙한 소재여서 새롭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한 번쯤 해적 왕을 꿈꾸는 동심을 만족시키는 애니메이션이다. 
  

캐리비안 해적과 마법 다이아몬드

감독 마리트 모움 온, 라스무스 A. 실버르센

출연 키르레 하우겐 시드네스

개봉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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